반 고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언제 부터였던가. 내 주위에 반고흐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영향도 없진 않았겠지만, 한편 고흐의 그림에 관심을 두었던 것은 ’ 스태리 스태리 나잇~’으로 시작하는 팝송 때
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영어회화 시간에 들은 'Vincent'는 그야말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었으니까...
그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나는 미술사 책에 있던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이들의 그림 외에도 고흐의 그림도 넘겨 볼
생각을 했던 듯 하다. 그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땐 유화물감 특유의 질감과 끝없이 펼쳐지는 농도 짙은 색감들이
때론 나를 숨막히게 할 정도였다. 들판에 불이 붙은 것 같은 석양이 비친 모습이라던가, 밀레의 만종과 같은 편안함
과는 다른 차원의 우울과 어두운 농촌의 풍경 같은 것들이 나를 당황케 했던 것 같다.
고흐에 대한 이런 반응은 나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었던지, 생전 고흐는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
으로 유명하다. 생전 팔려나간 한 장의 그림은 그의 예술에 대한 고집과 가치관, 예술적 성취에 비해 너무나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반 고흐에 대한 오늘 우리들의 관심은 당시 그가 부러워 마지 않았던 대가들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열광적
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정신질환적 병력마저 그의 예술적 경지를 완성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니
었을까 싶을 정도니까.
반 고흐에 대한 많은 책 중에서도 <고흐, 밤을 탐하다>라는 책은 새삼 고흐의 그림들의 주제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의 많은 그림들 가운데 밤의 카페테리아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그림은 고흐의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고흐’를
연상할 수 있는 대표작이지만, 그런 만큼 밤을 이렇게나 아름답게 반짝반짝한 푸른색의 밤으로 이미지화 시킨 고흐 그림의
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고흐는 너무나 외로운 화가였다고 작가는 그의 말을 인용하며 설명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고흐는, 외고집의
힘들지만 자신의 그림의 세계를 개척해 나간 사람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더 알게 된 것은 그는
외롭고 그 외로움에 대해 걱정한 작가였다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의 그림이 팔릴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이 상태에서
줄곧 머무는 것은 아닌지, 동생 테오에 대해 진 물질적, 정신적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인지...
그의 인생은 곧 밤과 같아서 그는 밤을 이토록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그래서 그의 밤하늘의 별은 더 반짝
거리며 우리 가슴에 스며지는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