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그렇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문체가, 그 건조하고 무미한 문체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거다.

그렇다고 내가 건조한 문체를 다..싫어하느냐..는 또 아닌데..

일단 지난해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던가 <나는 꼼수다>처럼..예전엔 <노르웨이의 숲>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문학소녀였고..

아침에 학교에 가면, 도서실에서 책들을 빌리고

오전수업시간에 내내 그 책들을 읽고

점심시간에 또 책들을 빌리고

오후수업시간에 내내 그 책들을 읽고

학교를 마치면 또 책들을 빌리고

집에서도 내내 책을 읽었다.

그때그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까칠한 면이 있었던것 같다.

지금의 나도 베스트셀러에 이유없는 오글거림을 동반한 거부감이 있는데,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몇배는 그 거부감이 컸다.

지금의 나는 베스트셀러일지언정.. 호기심이 간다면 그 책을 읽는다면

그때의 나는 절대..NEVER..베스트셀러는 읽지않았다.

베스트셀러=좋은책..이 아니라 베스트셀러=유행의 대상이 된 책..이라는 점에서는 지금도 의견의 변화는 크게 없지만..

그래도 궁금하면 읽는거다. 지금의 나는 확실히 유연해졌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는데에는 10여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것같다.

지금도 나는 그의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대체적으로..모두가 좋다는 그의 책이..내게는 늘 soso라는걸 이젠 너무나 많은 경험들로 이미 충분히 체득했으니까..

예전의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질투했던것 같다.

그는 이렇게나 무심하게, 건조한 글을 쓰는데..기발함으로 나의 천재가 아닌 머리를 한탄하게 만드는 천재적인 일번작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항상 최고라는 수식어는 이 재미라고는 없는 이 남자에게 집중된것인지..나는 이 아저씨를 질투하고 조금은 미워했나부다.

그런데 내가 지금은 이 하루키 아저씨를 호감한다.

나는 축구와 자동차때문에 남선잡지를 정독하는 여.자.이지만..또 사랑하는게 피처기사들의 밀도와 무게가 나와 잘 맞아서..

그 남성잡지가 뭐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만은 G거나 E겠지...아무튼 그 기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라톤에 대한 기사를 썼다.

그 기사속의 무미건조한 하루키씨는 진짜 지독하게도 건조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이였다.

어제를 복사해서 오늘과 내일로 사용해도 하나의 차이를 찾지못할만큼..

그런데 그 매일이 오늘같음..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거다.

나란 사람..워낙 양분화된 것을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라서..미치도록 바쁘고 매일이 새로운 변화흫 사랑하는 사람인듯하지만

내면에는 매일이 똑같은 규칙적인 삶을 사랑한다.

실제로 일년중에 절반쯤은 그렇게 산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고,

같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

같은 시간에 운동을 가고,

같은 시간에 샤워를 하고,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고,

같은 시간에 라디오를 듣고,

같은 시간에 책을 읽고,

같은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같은 시간에 잠을 잔다..

그렇게 사는 일년의 절반은 내 컨디션도 하루같이 같다.

HAPPY.. 단 1%의 우울함도 끼어들수없는 지독하리만큼 해맑은 행복한 상태

말도안된다..너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하고 백이면 백의 사람들이 반문하겟지만..

나 알고보면 그런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일상을 사는 하루키아저씨의 일상을 보고나니 아저씨가 남같지가 않아지는거다.

그 아저씨의 해피한 일상이 나의 해피한 일상과 겹쳐지는거다.

그 이후로 나는 하루키아저씨가 나인양 겹쳐보인다.

지난달에는 S패션잡지에 하루키아저씨의 일상이 또 소개되었다.

하와이에서 여전히 규칙적으로 살고있는 아저씨가..

나는 또 이렇게 규칙적이지않는 변화에 몸을 내던졌는데, 아저씨는 여전이 내몫까지 변함없는 일상을 유지하고있었다.

반가웠다.

아무튼..

이책을 읽었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다보니, 이 책이 나오기이전부터 트위터에는 이 책 이야기가 엄청나고

이 책이 나오자마자 출판사의 트윗계정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폭발적인 트윗들이 쏟아져나왔다.

잡문집샀다는 이야기..잡문집보고있다는 이야기..잡문집이 사진들..

나는 또 주저했다.

이 아저씨는 좋으나..이 아저씨의 글은 여전히 나와 그리 가깝지않은데..여전히 soso일텐데..하는 생각에 주저했다.

결론은...하루키아저씨는 여전하고

나는 아저씨의 글보다 하루키라는 사람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