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림 떨림 울림 ㅣ 이영광의 시가 있는 아침 ㅣ 나남시선 83 ㅣ 나남 nanam l 30/01/2013 ㅣ 8천6백원
#2013No.7
+ 인터파크의 리뷰단으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
+ 감사합니다. 인터파크 & 나남출판사 +
책을 좋아한다고, 왠만해선 손가락에 꼽힐 다독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자신없는건 시, 시는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의뭉스럽게 할말을 하지않고 심통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혹은 할말이 있다고 불러내서는 커피만 홀짝이는 친구처럼, 가장 어렵게는 말도 없이 꿇어앉아있게 만드는 어르신처럼, 시는 말을 하는 시간보다는 그 말을 꺼내기 까지의 시간, 한번에 꺼낸 말과 그 다음말 사이의 행간이 너무나 긴 까닭입니다. 차리리 영화나 드라마처럼 그저 뒤를 쉬이 상상하기 쉽게 된거라면 또 모르겠는데, 시라는 녀석은 내가 상상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도 자신만의 정제화된, 딱 그거여야만 하는 그런 단어로 표현을 하니, 그 다음에 이어질말을 상상하기 보다는 그저 "딱 그" 단어를 기다릴 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탓입니다. 성격에 안 맞게 수동적이되니 기다릴수가 없어지고, 그러기를 몇차레 하고나니 이제는 '시'라는 단어에서 지레 두려운 마음까지 생기는 탓에 그저 뒷말로 몇걸음 갈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생각해보면, 나는 그 시가 할말을 다 안하는게 불만이였을뿐, 시가 가지는 정제된 그 단어는 사랑했던것 같습니다. 학교다닐적에는 교과서에 있는 모든 작품을 분석해서 알려주니, 그때에는 모든것이 시원하고 명쾌하여 교과서 속의 시들은 알고보니 어찌나 하나같이 아름답고 제 맘속에 쏙 들어오는지..그래요..전 그저 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은..그런 답답이 인것이 싫었던 건가 봅니다.
그런 제가 용기를 내어 시집을 읽기로 합니다. 우선 제목이 참 인상적입니다. 홀림 떨림 울림....인스타그램에서 이 시집을 영어로 설명하고자하니 적절한 단어를 고르기가 참 어려워지는 그런 제목이지만 한국어일때는 비슷한 울림을 가진 세 단어가 입안을 맴돕니다.
아, 저처럼 착각하는 분들이 있을까 미리 밝히자면, 이 책은 시인 '이영광'의 시집이 아닙니다. 여러시인의 시에 '시인' 이영광씨가 해석을 하거나 느낌을 더해서 적은 칼럼이 모여진 책입니다. '소설가' 아무게씨의 시..라고 적혀있었더라면 쉽게 상상했을 이 구조가 '시인'의 이름이 더해지니 당연히 이 이름 세자의 주인공이 쓴 시집일꺼라고 생각했어요. 아...나는 얼마나 일반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방식의 사람인가..싶었네요. 그리고 또 덧불이자면 그래서 다행히 이 책은 생각만큼 어렵지만은 않아요. 쉽다고는 안해도 접근도 쉬워지고 누군가의 쉬운 설명이 더해지자 시와의 거리감은 한결 가까워지는게..참 맘에 드는 그런 책입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 책을 처음 펼쳤을때, 펼쳐진 페이지에는 신경림씨의 <가난한 사랑노래>가 있었습니다. 왜 있잖아요..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로 시작되는 제목에서는 당장에 떠오르지않아도 어디선가에서 부분적으로라도 들어봤음직한 그 시, 말하자면 클래식 음악에서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라고 해도 뭔가 바로 떠오르지 않을수는 있어도, 빠바바밤...이라고 들으면 아! 나 이거 알아..라고 말하게되는 그런 너무 유명해서 어쩌면 흔할수도 있을법한 그런 것(신경림씨와 베토벤씨(?)에게 미안해지는 문장이네요. 죄송합니다. 제 표현력이란 이정도라.. 절대 폄하의 의도가 아닙니다. 너무 좋아서 그만큰 우리 주변에서 지나칠수없이 만나게된다는 뜻입니다.-.-;;)
 |
울림 파트중에서 김영승님의 <반성 16>이란 시를 보고 참 인상깊었습니다.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웹상에 기재하는게 문제가 되면 알려주십시요. 바로 지우겠습니다. 너무 좋아서 인상적이라 꼭 소개하고싶어서 올린건데..) |
 |
|
| 페이지 : 144 |
|
울림 파트중에서 김영승님의 <반성 16>이란 시를 보고 참 인상깊었습니다.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웹상에 기재하는게 문제가 되면 알려주십시요. 바로 지우겠습니다. 너무 좋아서 인상적이라 꼭 소개하고싶어서 올린건데..)
이건 술꾼이라면 동감할 부분이자, 술을 안마시는 저도 공감하는 것이, 처음에는 이 시가 우스워서, 무슨 개그프로그램같아서 우스웟는데, 후에는 이 시를 말하는, 푸념하는, 혹은 포기한듯한 자괴감이 느껴지는 시인의 모습이 다시 더해지니 다시 슬퍼지기도하고, 술 권하는 시대라더니, 술을 마시고는 다시는 술 마시지말자고 후회하고, 또 술을 마시기를 반복하는 그런 하루하루를 사는 그 누군가의 하루하루가 참 고민스럽고 안되었고..그런 생각에 또 빠져드는 그런 것이... 아 이렇게 짧게 행간이 있어 웃던 감정이 슬픔에 잠기기까지도 가능하게 해주는구나..라는 시의 매력에 다시금 빠지게도 되고...아..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게 시로구나..싶네요.쿄쿄쿄쿄
그리고 또 말할것이 이 책은 얇고 예쁩니다. 그래서 얇은 클러치백에도 쏙 들어갑니다. 무게감도 크지않아서 노트북이 무겁게 든 가방에도 쉽게 챙기게 되네요. 그리고 예쁜 민트색의 종이질감이 다 느껴지는 표지의 책이 인상적이게 예쁘네요. 맘에 들어요. 전 이런 부분에도 신경씁니다.ㅎㅎㅎ..전 디테일을 신경쓰는 그런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