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100만 부 판매 기념으로 8년 만에 특별판이 나왔다. 처음 이 책이 나온 게 2010년인데 그때 책을 출판한 21세기북스에서 표지를 예쁘게 해서 새로 냈다. 그때 이 책을 읽고 인상이 좋았는데 8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느낌이 어떨까 궁금했다. 

 

 세세한 내용까지야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처음 접하는 내용에 신선했었다. 일본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꽤 반응이 좋아서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 책이 연달아 여러 권 나왔었고, 우라나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던 거로 기억한다. 8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니 그때처럼 신선한 충격이 느껴지진 않았다. 책이 인상에 남아있는 것만큼 좋지 않다는 건 아니고 내가 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그 때보다 성장했다고 할까. 그때는 처음 접하는 관점에 좀 놀라웠다면 지금은 지은이가 책에서 말하는 걸 내가 몸으로 깨닫고 느끼고 실천하고 있으니까 놀라기 보다는 공감이 됐다.

 

 지은이는 생각을 버리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감각에 집중하기, 내 감정을 바라보기, 호흡을 확인하기 등을 권한다. 그리고 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작은 거짓말 같은 건 없으니까 그냥 하는 말 같은 것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괜한 인사말로 "옷이 예쁘네"라고 말하는 건 자신을 속이는 행동이기도 하지만 상대에게도 괜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한다. 또한 상대를 처음 만나서 분위기가 어색할 때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는 것도 마음을 어지럽히는 행동이니 하지 말라고 한다. 지은이의 이런 조언을 읽으면 '사람이 이러고 어떻게 살아?'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서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듣기 좋으라고 말을 하거나, "언제 밥 한번 먹자" 같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을 인사처럼 할 때마다 아주 미세하게 마음이 불편해지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지은이의 조언이 이해가 될 것이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마음에 생각이 꽉꽉 들어차 무거워지고 소란스러워지는 느낌.

 

어떤 의미에서 보면, 걱정이란 자기 마음대로 즐기는 취미생활 같다. 진정 상대를 위한다기보다는 자기가 걱정하고 싶으니까 걱정하는 것이다. 보통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 걱정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불안과 동요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불쌍한 것은 이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큰일 난 사람도 이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하는 식으로 다른 사람을 걱정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다(211쪽).

 예전에 책을 읽었을 때도 '소리내지 않기'라는 수행법이 좋아서 실천을 해 봤었는데 이번에 책을 다시 읽어도 역시 그 수행법이 눈에 들어와서 다시 실천해 보고 있다. 방법은 쉽다. 무엇을 할 때든 소리를 내지 않으면 된다. 예를 들어 칼질을 할 때는 칼이 도마에 닿을 때 탁탁탁 소리가 나지 않도록, 컴퓨터를 할 때는 자판을 두드릴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그릇을 놓을 때는 소리가 낳지 않도록 하면 된다. 소음에 민감해서 평소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칼질을 할 때 탁탁탁 소리가 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부분은 신선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것이나 새해 결심이 언제나 결심으로만 끝나는 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의지 따위 없어도 변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의지박약이라며 더는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성격 개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소개한 7가지 힘을 잘 이용하면 의지가 강하지 않아도 작심삼일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며 다음 생을 기약하지 않아도 된다.  

 

 지은이는 UCLA의 의과대학 교수다.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아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7가지 힘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이 책에 소개한 방법을 개인과 집단에 적용해 지속적인 변화를 300%나 이끌어냈다.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지금 바꾸고 싶은 행동이 자동(automatic) 행동인지, 열정(burnning) 행동인지, 일반(common) 행동인지 파악한다. 셋 중에서 어떤 행동인지 파악한 다음에는 그 유형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7가지 힘 중에서 필요한 힘을 적용하면 된다. 7가지 힘은 다음과 같다. 행동의 사다리 만들기, 커뮤니티에 의지하기, 우선 순위 정하기, 일을 쉽게 만들기, 뇌 해킹하기, 매력적인 보상 주기, 몸에 깊이 새기기. 바꾸고 싶은 행동이 어떤 유형의 행동인지에 따라 필요한 힘이 다르다. 중요성도 다르다. 자동 행동에는 행동의 사다리 만들기, 커뮤니티에 의지하기, 우선 순위 정하기 3가지 힘은 필요 없다. 반면 열정 행동과 일반 행동은 7가지 힘이 모두 필요하지만 7가지 힘의 중요도가 다르다. 열정 행동에는 일을 쉽게 만들기, 몸에 깊이 새기기 2가지 힘이 제일 중요하지만 일반 행동이라면 커뮤니티에 의존하기가 제일 중요하다.  

진정한 행동 변화를 원한다면 자신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23쪽).

 개인적으로는 '뇌 해킹하기'에서 지은이가 소개한 사례가 흥미로웠다. 이혼하고 힘들어 하던 어떤 남자가 비밀 번호를 바꾸며 헤어진 아내도 용서하고, 담배도 단박에 끊은 것. 마음을 바꿔 행동을 바꾸는 대신 행동을 바꿔 마음을 바꾼 것이다. to do list를 비밀 번호로 설정하는 상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 정말 신박하다. 예를 들어 지은이처럼 담배를 끊고 싶다면 비밀 번호를 quit@smoking4ever로 하면 된다. 해킹이 쉽지 않은 비밀 번호도 설정하고 바꾸고 싶은 행동도 바꿀 수 있다니 이 방법은 꼭 써 볼 예정.

 

 지은이가 가르쳐주는 대로 행동 유형을 먼저 파악하고 7가지 힘 중에서 필요한 힘을 사용하면 효과가 제일 좋겠지만 7가지 힘 중에서 끌리는 것 한두 가지 정도만 제대로 사용해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중앙일보 기자와 다음소프트 데이터 엔지니어 두 사람이 책을 냈다. 직업상 별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모두 걸그룹 삼촌팬이다. 취향을 공유한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고백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걸그룹은 다르다. 중앙일보 기자는 소녀시대를 아끼고, 다음소프트 데이터 엔지니어는 트와이스를 좋아한다. 그런데 10년 내에 10억 원을 모아 걸그룹을 만드는 게 꿈인 사람은 둘 중 누구인지 모르겠다.

 

 나는 지은이들과 달리 걸그룹은 1도 관심이 없지만, 걸그룹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보이그룹도 관심이 없다, 책은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었다. 걸그룹의 흥망성쇠를 예로 들어 기초적인 경제 기초 상식을 풀어내는데 걸그룹이든 보이그룹이든 아이돌은 1도 관심 없는 사람도, 팬심 충만한 열렬한 아이돌 팬이지만 경제 상식은 1도 관심 없는 사람도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왜 기획사는 주로 청담동에 모여있는지, 왜 3세대 걸그룹은 9명 이상인지(S.E.S와 핑클이 1세대고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와 카라 등이 2세대, 마마무와 레드벨벳과 트와이스 등이 3세대 걸그룹이라고 한다), 시청률 3%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왜 포기 못 하는지, 왜 혼성 그룹은 잘 안 되는지, 왜 [프로듀스 101]에 사람들이 열광했는지를 각종 경제 이론과 빅 데이터 분석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책 내용 자체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두 사람의 진지한 팬심도 나로서는 재미있었다. 걸그룹에 관심 없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고 할까. 엄청 진지해서 웃기기도 하다. 이렇게 걸그룹 흥망성쇠를 이론적으로 쫙 꾀고 있으니 돈만 10억 모은다면 걸그룹 만들어서 성공하는 건 누워서 떡 먹기일 것 같다. 10년 뒤를 위해 미리 이론을 다지려는 큰 그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