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D-91, 어떻게 보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지만, 막상 결혼 준비할 수 있는건 주말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여유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특히 4/5일 스튜디오 촬영할때 꼭 예물반지를 끼고 싶은데, 반지 제작에 못해도 2주 이상은 잡아야한다고 하니 오늘과 내일 종로와 청담을 돌아보고 반지를 선택하기로 다짐했었다.

지난번 한복 맞추고 돌아오는 길에 주얼리 두군데에서 상담했었는데 반지가 너무나도 비슷비슷해 보이고 이것저것 껴봐도 잘 와닿지가 않아서 제대로 준비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네이버와 여러 카페를 폭풍 검색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맞췄다는 반지도 다 사진으로 저장하면서 여자친구와 어떤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얘기나누고 괜찮은 매장 리스트도 정해서 그곳만 가기로 결정.

오늘은 종로, 내일은 청담동을 들르기로 하고 오전부터 열심히 종로3가에 있는 주얼리샵을 방문했었다.

너무나도 많은 매장들, 그리고 눈만 마주치면 올라는 손짓들을 하고 있는 작은 매장은 왠지 가기가 꺼름직스러워서 패스. 모두들 평생 A/S를 해준다고는 하지만 단독 매장이 아닌 영세매장은 언제 없어지거나 다른데로 옮길지 모르고, 장사속 같은 느낌이 강해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종로3가에서도 큰 단독 매장이 있으면서도 고급스러운곳만 찾아서 상담하기로 하고, 오늘 하루만 5군데를 방문했는데 오전 11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7시가 되어서야 최종 결정하고 가계약금 걸고 나왔다.

한복, 스드메도 그렇게 거의 모든 곳을 다보고 비교해보고 결정했는데 정말 진이 다 빠지는 것 같다. 처음 매장에 가서 바로 결정하거나 그냥 웨딩플래너가 소개해준곳에서 별 생각없이 결정했다는 사람들이 다 부러울지경.

아무튼 결국 선택한 곳은 우리가 4번째로 본 집인데 2층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고 못 보는 것 같다. 우리도 하마터면 별 신경안쓰고 지나갈뻔 했으니. 아마 그랬음 내일 청담동을 하이에나처럼 헤매고 다녔겠지.

다른 종로 매장과 달리 문이 닫혀있었고 벨을 눌러서 안에서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는 매장이었다. 매장안은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아래 북적이는 시장같은 느낌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너무 비싼곳이 아닌가하는 위화감이 들었었는데 주변 종로 매장들과 가격은 비슷하면서도 반지가 고급스러우면서도 반지 착용감이 부드러워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이 매장에서 하게된 또하나의 이유는 이곳 부장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셔서 믿음이 갔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반지금액은 할인안되지만 가운데 큐빅을 훨씬 좋은걸로 업그레이드해주고 판별문서까지 준다고 했었는데, 그 부장님왈, 해당 문서는 5천원만 주면 다 받을 수 있는 것이고 사실상 비슷하다고 그런것에 현혹되지 말라고 했다. 보통 기념품으로 주는 티아라나 목걸이 가격들도 다 말해주는 등 너무나도 솔직하게 하나하나 물어보는것에 다 얘기해주셔서 신뢰가 생겼었다. 스튜디오 촬영한다고 하니 모조가 아닌 진짜 티아라랑 귀걸이세트 등 무료로 대여도 해주고, 반지위에 하나 더 끼는 링(이름이 뭐였더라)도 두개 챙겨주시는 등, 커플링만 구매했는데도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신 것도 고마웠었다.

그중에서도 이 매장에서 하게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래 반지가 다른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스타일이면서,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에 우리가 찾는 반지랑 너무나도 일치해서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정을 못내리고 있으니까 직접 반지를 손에 껴서 다른 사람이 끼고 있을때 느낌이 어떤지 보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이뻐서 이걸로 최종 결정.

하지만 왠지 다른곳에 더 좋은게 있을 것 같아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 매장들을 둘러봤는데 한번 그 반지에 마음이 뺏기니까 다른 반지들을 봐도 별 감흥이 들지 않고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것도 아니어서 더 고민하지 말고 선택하자고 여자친구를 설득하고선 다시 찾아갔다.

보통 다 14K를 추천하고 14K를 하던지 18K를 하던지 매장은 상관없다고 했는데, 엄마랑 동생이 무조건 18K를 해야한다고 해서 30%나 더 가격이 비싸지만 18K로 결정했다. 동생이 14K는 나중에 팔려고 해도 사주는 매장이 없다고 말하고, 엄마는 14K는 땅에 떨어져도 아무도 줍지도 않는다는 엉뚱한 얘기를 하시면서 워낙에 완강해서 그 고집을 누가 꺾으랴. 매장분은 14K나 18K나 일반인이 해당 반지를 봤을때는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고 편한대로 선택하라고 했는데...

안쪽에 글씨 새겨준다고 해서 어떻게할까 고민하다가 여자친구가 since 2014.02.17 (결혼기념일)로 하자고 해서 그걸로 결정. 실제 부부가 된 그 날 이후로 이 반지를 보면서 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우리 둘만의 반지를 빨리 보고 싶네. 

다이아몬드 커플반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