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하면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화학약품병과 문서 속에 파묻혀 살다가, 굉장한 발견을 하고 나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분노하다가 악당이 되는 영화 속 장면이다. 머리는 폭탄 맞은 것 같고, 늘 실험식 가운은 입은 늙은 과학자. 혹은 미치광이 과학자.

왜 대중들의 기억 속엔 과학자란 괴팍하고 꽉 막힌 사람으로 남는 것일까?

여기 ‘말문 트인 과학자’에 그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 나온다.

그건 바로 자신의 업적을 말하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우러러봐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오만과 착각으로 인해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

이제는 냉철한 머리만으로는 과학자가 성공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냉철한 머리에 뜨거운 가슴, 유머 넘치는 복부, 그리고 섹스 어필하는 성기.

이 네 요소가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이 책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스티브잡스    

 

그는 자신의 제품 소개 발표회장을 하나의 축제연장으로 탈바꿈해놓았다.

지금까지 삼성 제품 소개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거나 유투브를 통해서 다시 본 적이 있는가?

삼성이나 다른 제품들에 대한 소개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스티브 잡스 발표회장은 사람들이 늘 붐비고,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모두 그를 바라보고 귀를 기울인다.

 

그 중심에는 바로 과학과 인문학의 Cross가 자리잡고 있는게 아닐까?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성공하는 과학자에게는 사람들을 충분히 자극하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할만한 그 만의 이야기가 있다.

인기 있는 IT 블로거의 글을 보더라도 이와 같은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것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등, 성공하는 IT 블로그에는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반 커뮤니케이션 책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설명한 것이라면, 이 말문 트인 과학자는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부족한 것, 대중과의 소통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하면 그 능력을 키울 수 있을지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소통’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정책 결정하는 사람들이 소통이 없을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비용을 치뤄야하는지 지금 똑똑히 확인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강제로 추진해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고, 각종 개발 정책 공약이 구라가 됨으로써 엄청난 재정 낭비과 사회 분열 등..

귀를 막은 KAIST 총장으로 인해 귀중한 목숨을 잃어버리면서도 다시금 자기가 유리한 데로만 듣고 말하는 총장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제발 일반 학생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라고..!!

이 책이 한참 이슈가 되었을때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친구가 강하게 추천을 해서 읽게 되었다.

거의 500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리 이야기에 조금은 지겨울 정도였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영화 부당거래를 보는 느낌이랄까?

이 책이 나오고도 삼성이 별로 반응을 하지 못하는 거 보면 여기서 얘기하는 대부분이 사실일거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겠지.

하지만 내가 분노하는 건 비리가 밝혀져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삼성과 이 사회라는 것이다.

미국의 거대 기업인 엔론은 비리가 터지고 나서 결국 파산 신청을 하고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을 하였다.

하지만 삼성이라는 곳은 오히려 주가가 오르고 더 잘나가고 있지 않은가.

환골탈태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음에도 그냥 그 폭풍이 지나가고 나서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사람들은 달을 가리키는 사람의 손가락만 바라볼 뿐, 정작 중요한 달을 쳐다볼 줄을 모른다.

왜 이렇게 사회 비리와 부패에 아무렇지 않고 순응하게 되었을까?

왜 사람들은 분노할 줄 모르는 걸까?

철저하게 어릴때부터 사회에서 길들여온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학교에서 사회에 불만을 말하면 빨갱이 세력이라 매도하고 잡아가기 바쁘고,

사회의 다른 목소리를 내면 일단 나쁜 사람으로 매장을 하니, 세상에 불만을 토로할 공간 자체가 없어져버렸다.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지 말하는것 자체를 무서워 하는 부모님 세대들과 기업이나 사회 비리를 말하면 그 사람에게 비난이 돌아가고 짤리는 걸 보아온 기성세대들이 보고도 못 본척, 들어도 못 들은척 하고 사는게 목숨을 유지하는 방법이다는걸 체득한 결과가 아닐까?

기업의 노조를 두려워하는 세상, 회사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걸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창의적인게 나올 수 가 없다. 그냥 위에서 하라는 데로만 하는 소모품으로 전략할 뿐.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도 결코 애플 아이폰과 같은 제품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휠체어를 타고 우유히 풀려나고, 매 값으로 몽둥이를 쓰는 사람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가고 오히려 맞은 사람이 기소당하는 이 곳에서는 희망이 없다.

그래서 생각이 있고 똑똑한 사람들은 기여코 외국으로 도망을 가는게 아닐까?

사회 정의가 살아 있는 곳이라야 일할 맛이 나고, 뭔가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니까.

BBK나 금산분리법에 대한 것보다 서태지 이지아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 노무현 장례식에 몰래 삼성 편을 들어주는 법원 판례에 무관심 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돼도 할 말이 있을까?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신변잡기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인데…

카이스트 내 경쟁에 몰려 죽어라 공부하는 것도 결국 그 사회 상위 계층 속에 진입하려고 해서 벌어지는 게 아닌가?

낙오자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목숨을 버리는 것임을.

사회 정의가 살아있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까?

이런 책을 읽고 있으면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