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끝나더라도 OST를 들으면 그때 봤던 드라마 장면 하나하나가 떠오르곤 한다.
그런 드라마 OST 중,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곡 30개를 모아서 만든 CD가 있어서 들어보았다.
특히 이 CD가 마음에 든 건 연주 음악으로만 이루어져있다는 것.
공부할땐 노래를 들으면 집중이 되지 않는데 이렇게 연주 음악을 들으면 마음도 차분해지면서 집중이 잘 되어서 일부러 찾아 듣게 된다.
수많은 OST 음악 중에서도 우리나라 최초로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한 것이라 되게 신선했다. 감미로운 OST와 일렉트릭 기타가 과연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연주 음악을 들으면서 그 의구심은 사라지게 되었다. 어쩜 일렉트릭 기타 선율이 애잔하면서도 감미로운지. 1부에서는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를 하고, 2부에서는 색소폰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음색으로 OST를 연주하는 걸 들을 수 있다는게 이 시디의 매력인 것 같다.
하나의 악기로만 듣고 있음 뭔가 비슷비슷한 멜로디로 지겨워질 수 있는데, 그래서 일부로 두 시디를 USB에 담아서 섞어서 듣고 있으니까 두 개의 서로 다른 음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일렉트릭 기타의 가벼움과 밝음이 있다면, 색소폰의 중후함과 석양이 있다고나 할까?
대부분의 OST 목록들이 사랑과 관련된 것이라,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너무나도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도 기분이 좋다. 같이 여행하는 차 안에서 이 음악을 듣고 있으니 서로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나?
현빈의 그 남자를 이 연주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그날까지…

요즘들어서 다시 여행 관련 책에 푹 빠져있다.

산티아고와 크로아티아 관련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도 그냥 지금 모든 걸 놓아버리고 흘쩍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든다.

크로아티아 하면 축구 잘하는 나라라고만 알았는데, 이 책의 표지처럼 푸른색의 산과 바다가 펼쳐지는 지상 낙원인 것 같다.

어찌보면 지중해의 나라와도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크로아티아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제목의 크로아티아의 블루처럼, 블루라는 말이 우울하다는 말도 있어서 그런지 저자의 글 곳곳엔 그 우울함이 묻어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 혹 그때의 추억을 그곳에 버리고 오기 위해서 다시 찾아온 크로아티아.

같은 풍경을 보고도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자연이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손짓을 할지가 상상이 되었다.

우울함이 깔려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는 중간중간엔 책 읽기가 조금은 불편했다.

오히려 감수성 넘치는 글이 글에 집중을 방해할 정도였으니.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건 바로 사진..

빛바랜 건물이나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가 어쩜 그리도 매력적인지. 내가 가고 싶은 나라 1순위에 꼽고 싶을 정도.

졸업 준비를 모두 마친 후에 취직전에 한두달 정도 시간을 내서 여기를 혼자 거닐어 봐야겠다.

사진 찍는 것마다 모두 기념 엽서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 크로아티아를 가슴 속에 새긴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길에도 화살표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일말의 의심 없이 화살표를 따라 걸을 수 있다면 순간순간 갈피를 못 잡고 고민하며 방황하지도 않을 거고,

인터넷 창만 열었다 닫았다 하며 무의미하게 하루를 낭비하지도 않을 텐데.

환경을 탓하고 부모를 탓하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위안 삼는 비겁하고 나약한 나와 마주하진 않을 텐데

 

보이지 않으니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이쪽이 더 좋은 길인지,

지금 내가 제대로 가긴 하는 건지,

언제나 갈림길 앞에서 주변을 살피고 망설이며 주저하게 되고

남의 눈치를 보면서 다수가 걷는 길을 쭐레쭐레 뒤쫓게 된다.

 

나만의 이야기로 채우며 바른 길로 간다는 건

내 발걸음을 믿어야 하는 건데,

나는 나 스스로를 제대로 믿어보지 않은 것 같아.

 

- 우근철의 ‘청춘스럽게’ 중에서

 

무대포라는 말은 정말 이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

남들 취직 준비에 바쁜 대학 졸업반에 남들처럼 살기 싫어서 그냥 훌쩍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비행기 값만 가지고 표를 사고 난 후에 수중에 남은 몇십만원으로 그 기나긴 순례길을 시작한다.

음식 사먹을 돈이 없어서 하루 종일 바게트 빵하나랑 참치 캔 하나로 버티고, 숙소 7유로가 없어서 숙소에 자는 것 자체가 두려운 청년.

그래서 죽기살기로 대학교 동아리때 배운 판토마임으로 그날 그날 생계비를 벌어서 이어가는 순례길.

무장을 하고 떠나도 목적지에 도달할까말까한 어려운 순례길을 옷 2개 정도와 가벼운 차림으로 무대포로 떠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어의가 없으면서도 그의 그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

크로아티아 여행기와 이 여행기가 비교가 되어서 완전 비교체험 극과극을 보고 있는 듯만 했다.

바닷가가 보이는 곳, 호텔에서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는 것과, 20명 넘는 찌는 듯한 숙소에서 코골이 합주곡을 들으면서 배고픔을 견디는 것.

내가 지금 두 여행을 선택하라고 하면 난 과감하게 두번째를 선택하고 싶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건 나의 튼튼한 체력. 우아한 여행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순례 여행과 인도 여행은 왠지 지금 아님 평생 못할 것만 같다.

날 좀더 알아가기 위해서 나도 이 사람처럼 훌쩍 떠나 나만의 순례길을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