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포츠는 정말 노래를 잘했다. 그의 큰 덩치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는 이미 감동 그자체였다.

특히나 한국인 팬들을 위해서 준비한 ‘그리운 금강산’은 캐빈 컨이랑 같이 연주를 해서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캐빈컨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주제곡을 들려주어서 듣는 내내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에, 티파니의 아침을, 갓파더, 타이타닉 등등 친숙한 영화 주제곡이라 그런지 그 영화를 생각하면서 그의 노래를 들으니 그 묘미가 배가 된다고나 할까?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니, 수잔 보닐과 같이 공연을 하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온갖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들이 있기에 이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를 내 눈 앞에서 들을 수 있는게 아닐까?

하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사실 폴포츠와 비슷한 성량의 비슷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오페라 가수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잘하는 오페라 가수들도 많을텐데, 이들을 제치고 폴포츠가 이렇게 전세계 공연을 할 수 있는건 그들에겐 없는 바로 ‘스토리’가 있어서이다.

단지 음악이 아닌, 그를 직접보고 그가 가진 열정과 노력을 보고 자신도 닮아가려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의 절친도 소프라노 가수인데, 그의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휘해서 그의 이름을 단 오페라 공연을 직접 보러가고 싶다.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진 피아노 소리가 어쩜 그리도 맑고 감미로울 수 있는지, 지난번 유키 구라모토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봄에 어울리는 밝고 가볍다고 해야할까?

마지막 앵콜 송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하는데, 같은 노래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곡으로 편곡을 해서 메들리 형식으로 들려주었다.

베토벤 운명 버전의 고향의 봄,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수많은 다른 곡으로 재탄생한 ‘고향의 봄’을 들으면서 가장 풍부한 감성을 지닌 이 피아니스트를 직접 보게 되어서 꿈만 같다고나 할까?

어쩜 그리도 해맑은 표정으로 사람들 앞에서 인사를 하고, 연주를 하고 또 연주곡을 설명을 하는지, 보는 내내 입가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행복한 마음과 표정으로 연주를 하니, 그 사람의 연주곡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가 있구나.

연주곡 중간에 winding path는 그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까지 설명해주어서 곡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서양인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그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 먼길을 걸어가는 인디언 앞에 놓여있는 winding path가 어쩌면 우리 인생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름다운 선율 속에 우리 삶의 본질까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음악이 그래서 우리들에게 더 의미가 있는건 아닐까?

특히나 이번 연주곡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멜로리라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한국팬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와 고향의 봄. 그의 애정어린 공연을 보면서 그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수퍼스타 K와 같은 영국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나와서 어리숙한 말투와 허름한 옷으로 처음에 차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노래 하나만으로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어서 우승을 차지한 폴 포츠의 내한 공연이라고 하길래,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제일 싼 좌석 가격이 88000원이라는 후덜덜한 가격에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여자 친구 지인의 도움으로 12만원짜리 R석 티켓을 2장 받아서 여자친구와 같이 보러 갔다.

이 공연 무대에는 폴 포츠 외에 한 사람 더 있었는데, 그가 바로 케빈 컨.

이 사람의 공연을 보기 전엔 이 사람에 대해서 사실 몰랐다. 폴포츠 공연만 보고 싶었는데, 괜히 두 사람 같이 공연해서 공연 가격만 비싼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심이 없었는데, 1부 캐빈 컨의 공연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참으로도 닮은 점이 많다.

캐빈 컨은 시각 장애인이고, 폴 포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핸드폰 판매원이자 못생긴 외모의 소유자.

하지만 이 두사람이 진정으로 닮은 건, 바로 자신 앞의 현실에 주저 앉지 않고, 자신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서 이렇게 세계 정상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한 ‘희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연이 가슴이 뜨거울 정도로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이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분야의 음악을 한 자리에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할 뿐이다. 각각 한 시간 씩 연주를 했는데, 정작 같이 한 곡은 하나 밖에 없는게 너무나도 아쉽다. 더 많은 곡을 같이 연주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