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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블로그 리뷰어로 당첨되는 행운으로 이 재밌는 ‘컨설턴트’ 책을 읽었습니다.

요즘 몇 달 동안은 자기 계발에 관한 책만 읽다가,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었는데, 정말 한가지만 편식하지 말고 여러 가지를 두루 섭력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느꼈습니다.

자기 계발책은 ‘그래.. 니가 하는 말들은 다 좋은 말이야. 그렇게 하면 얼마나 좋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반해, 소설책은 소설책의 주인공이 마치 저 인양 일심동체가 되어서 그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 그 사람이 하는 것인지, 제가 하는 것인지 착각하게 될 때가 있네요.

이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하다 못해 찌질하게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우연한 기회로 새로운 길에 접어들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되어야만 벌 수 있는 돈을 이 사람은 남들과 다른 인생으로 인해 벌게 되지요.

그게 바로 살인에 대한 완벽한 스토리를 쓰는 건데, 자신이 이것을 시작하게 될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우연히 남긴 글 하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그 일을 시작하게 된거니까요.

‘나비 효과’의 말이 맞기 맞네요.

가끔은 정말 기대하지 않은 일들이 내가 벌인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는게 많더군요.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제가 읽은 ‘워딩파워’라는 책 한권 때문이니..

이 사람은 처음에 살인에 관한 소설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글을 썼는데 실제로 그 글이 소설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시나리오가 되어서 진짜 현실의 살인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처음 알았을때 인간적인 죄책감에 고통을 받다가 이내 적응하고 무감각해집니다.

그러다가 점점 그 죄책감의 강도가 커지는데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해당될 때 헤어날 수 없는 고통에 빠지게 되지만, 그것도 그냥 흘러가듯 지나치게 되지요.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 다시 인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소설의 내용이 진짜 현실이 되어서 어느 것이 소설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설정은 1Q84와 비슷했습니다.

물론 구성이나 내용은 달랐지만 내가 꾸민 소설, 책에 있는 내용과 그것이 현실과 연결되는 고리가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네요.

처음에는 살인이라는 존재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인 살인자에서, 소설의 힘으로 살인의 빌미를 제공하는 기획자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런 의식조차 없는데 내가 한 행동이 결국 살인을 하게 되는 일반인으로 전개되면서 나 스스로도 이 살인자의 목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영화 blood diamond에서 극명하게 그 사실을 드러내주고 있지요.

내가 산 다이아몬드 반지나 핸드폰이 내전의 원인이 되고, 내가 낸 그 돈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

처음에는 주인공이 소설의 직접 죽이는 것에 대해서 그 사실을 부인하다가 수긍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도 지금 일어나는 현실을 부인을 하다가 그냥 수긍하고 말지요.

그건 그 사람들 일이라고….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소설이 소설로서 끝나는 것이 아닌게 바로 이 소설에서 말하고 있는 현실에 저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남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네요.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철저하게 다 이루어주고 있으며 살인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재밌게 꾸며나가고 있는데

어쩌면 우리의 지금 일상도 그 주인공의 이전의 찌질했던 삶이랑 너무나도 닮아있으니까, 그 주인공에게 뭔가 독특한 기회가 주어지듯 우리에게도 재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요? 그게 목숨을 걸만한 기회일 수록 더 짜릿하고 흥미진지해지겠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꼭 ‘경제 저격수의 고백’이라는 책도 읽어보세요.

소설의 주인공의 삶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컨설턴트’의 저자도 이 책을 읽었나 궁금하네요.

요즘 세상은 브랜드이다. ○○이 추천하는 상품, 어떤 협회의 수상작 등 갖은 수식어를 붙여야 사람들의 1초의 흥미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제 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하는 이 책도 결국 책에서 말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평범하게 대학을 나오고 평범하게 군대를 다녀왔다. 본인은 정작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 ‘회사’라는 거대한 단체가 그를 지켜보고 결국 그 회사의 회사원이 된다. 그 회사는 컨설턴트를 하는 곳이고, 남자는 회사가 하는 구조조정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한다. 하지만 그건 세상에 내세우는 브랜드일 뿐이다. 회사는 죽음을 컨설팅하고, 남자는 타살이 아닌 죽음으로 보이도록 계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 그는 순진했다. pc통신이라는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인터넷 세계에서 살아남고 대기업에 취직해야하는 그는 열심히 학점을 취득하고, 토익을 공부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가 걸음마를 처음 시작하는 그에게 세상은 달콤한 열매를 선물한다. 그 열매는 결국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금단의 열매였다는 사실을 그 때는 몰랐다.

회사의 명령을 받은 검은 양복의 사나이는 그에게 추리소설을 출판시켜주겠다는 목적으로 그를 테스트 하고, 자신이 쓴 추리 소설이 결국 살인 계획서였다는 사실을 안 순간 그는 헤어날 올 수 없는 세계에 들어간다.

점점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이상형인 여자와 결혼할 찰나, 인생의 위기가 찾아온다.

자신이 살해해야 할 사람이 과거 사귀었던 여자......

여자의 죽음과 콩고 여행의 사건으로 그는 자신을 돌아본다.

15kg의 빠진 몸무게만큼 자신의 것을 버리고 체념하여 피비린내에 겨운 행복을 얻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삶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부모의 무한한 보살핌을 살다가 세상이라는 험난한 곳에 내던져진다. 세상은 우리를 물건으로 대한다. 우리가 필요할 때는 우리를 얻기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입하여 환심을 사 쾌락함에 젖게 만든다. 순진한 우리는 몇 분 안에 달콤한 사탕에 젖어들고 결국 나를 잃는다. 내가 왜 있는지, 누구를 위해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단지, 지금 눈앞에 보이는 돈이 나를 평가할 뿐이다. 그러다가 세상에 우리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가 나타났을 때, 우리를 시험이라는 위기에 던진다. 살아남는 자만을 ‘우리’라는 구성원에 넣어 이 세상을 돌아가도록 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회사는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들어가고 싶어가지만 결국 우리를 파멸로 몰아넣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이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는 죽음에 놓여 있기 때문에 회사의 존재를 밝혀질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 짐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가 생각이 났다. 한 미디어 프로그램에서 선택한 한 아이의 태어남과 성장, 결혼을 24시간 지켜보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였다. 이 소설에 나온 회사가 그 영화에서 나오는 미디어 프로그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남자의 이상형까지 고려하여 매니저를 만든다. 끊임없이 그를 테스트 하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고 결국 그가 좋아하는 모든 노래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합쳐 만든 여자와 결혼까지 시키려고 한다. 단지 그가 회사에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인간의 자유라는 것이 이렇게 하찮아 질 수 있다는 현실에 씁쓸한 웃음이 대신할 뿐이다.

결국 그는 자유와 통제 중 무엇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단지 피비린내 나는 행복을 위해 타협을 할 뿐이었다.

그의 삶이 결국 우리의 삶이지 않나?

우리는 우리가 속한 이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선진국이 만든 핸드폰은 콩고의 누군가를 죽이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다이아몬드를 아프리카의 죽음을 재촉한다고 외친다. 결국 이러한 자본주의는 전 세계를 멸망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이 세계를 떠나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우리의 현실일 뿐이다. 우리가 회사를 만들었고, 우리가 죽음을 위한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우리가 사는 삶을 되새겨 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