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walker 김태훈의 다이어리
김태훈? Random walk?
처음 이 두 단어가 낯설게 다가왔다.
김태훈이라면 바짝 마른 몸으로 뿔테 안경을 쓰고 유재석을 닮은 수다스러운 그 남자를 말하는 건가?
배철수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엉뚱하고 톡톡 튀는 발언을 일삼는 그 남자?
Random walk는 신조어인가?
무슨 뜻이지?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아마 나의 이런 자유로운 생각이 그가 말하는 Random walk라는 걸 이 책을 덮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는 누구?
김태훈은 라디오와 TV를 통해 팝 칼럼니스트, 연애 카운슬러에서 이제는 어엿한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인 남자이다.
나도 궁금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일정한 돈을 받고 음악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을 쓰는 사람"이라 정의를 내린다. 참으로 행복한 남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음악과 영화 분야에 대해 누구의 강요도 없이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다니 말이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고 시대의 논쟁이나 유행보다 자신의 정체성이 확실한 이 남자가 부러울 따름이다.
영화와 팝을 버무린 비빔밥, Random walk
랜덤 워크(Random Walk)란 마음대로 자유롭게 분야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김태훈의 행보를 뜻한다. 폼 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고 싶고, 아름다운 음악처럼 삶을 노래하고 싶은 철딱서니 없는 42살의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총 4부분으로 나뉘어졌다.
#1은 유치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파랑새를 찾고 있는 허황된 믿음을 품으며 살아간다. 42살이 다 되도록 노총각을 넘어 쉰총각이 되었다. 누구보다도 호기심이 왕성해서 야동 마니아이다. 하루에 두 세 갑의 담배를 우습게 여겨 몸을 망치고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4차원의 사람이다.
이런 그의 삶을 알아주는 것은 영화와 팝이다. #2는 그와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천호동 재개봉관 거리에서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보내고 커트 코베인의 죽음과 함께 청춘을 보낸다. 20살, 30살, 40살이 되면서 많은 것을 잃고 이제는 무뎌진 자신의 호기심에 슬퍼하면서도 그래도 행복하고 재미있는 인생을 꿈꾼다.
#3은 그의 평범한 일상을 위대한 영화와 유명한 음악처럼 만든다.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영화<로스트 하이웨이>와 엘리엇 스미스의<Between the Bars>를 떠올리고, 위염이라는 병명 앞에서 영화<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떠올린다. 삶의 재충전을 위해 떠나고 싶은 여행을 생각하며 영화<마이애미 바이스>를 상상한다. 결혼하지 않은 자신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영화<장미의 전쟁>,<내겐 너무 이쁜 당신>을 거론한다. 정말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있다.
#4는 영화와 팝이 만난 비빔밥의 최종판이다. 어느새 나는 그의 추억 속에 빨려 들어간다. 아쉽게도 나는 그와 같은 연배가 아니라 보지 못한 영화와 듣지 못한 음악이 많지만, 그와의 소통은 단지 내용 전부가 아닐 것이다. 그가 겪은 추억을 나도 추억하면서 30살, 40살로 접어들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기 전에
이 책을 덮기 전에 그는 참 친절했다. '김태훈의 필모그래피'라고 하여 이 책에 소개한 영화 제목을 나열했다. 또한 '김태훈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음악 목록을 적었다. 그의 이 친절함에 감사하며 나도 42살이 되었을 때, 나의 추억이 영화처럼, 음악처럼 버무려 져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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