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낮에는 찜통더위에 몸이 축 쳐지고 밤에는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더위를 식히고자 야식을 찾게 되는데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음식물을 분해하기 위해 일하는 우리 몸의 장기들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야식은 절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럼 잠 못 이루는 밤을 누구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 중 용의 선상에 오른 것들이 영화, 산책, 운동, 독서였다.

 공포영화를 보면 좋겠지만 사운드가 빵빵해야 참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그 느낌을 살리고자 스피커의 우퍼의 울림이 아직 힘이 넘치기에 스피커를 조금만 올려도 층간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늦은 밤 이웃집에게 큰 피해를 줄 것 같아 제외시켰다. 이웃집 피해이전에 부모님에게 한방에 넉다운 될 것이다. 산책 집 앞 가까운 곳에 산책로가 없어서 제외시키고 운동은 새벽에 일어나 하기에 제외 그럼 마지막 독서가 남는다.

 내 자신이 깨어있는 한 독서가 유일하게 시공간의 제약을 안받늗다. 더위를 날려버릴 스릴러물을 찾아 헤매다 한권의 책으로 여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한국 스릴러 걸작 단 편선을 골랐다. 어렸을 때 종합선물세트를 받고 나서 환호성을 지르던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여러 작품들 중에 최소한 1~2작품은 재미와 더위를 날려 주리라 믿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저녁부터 열대야와 한판 승부를 벌이기로 결정하였다.

 첫 번째 작품은 최민호님의 인간실격. 한 가정의 가장이 휴가를 맞아 아내와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주유소에 들어가 기름을 넣고 남자는 화장실에 들어가게 된다. 화장실에 사람을 먹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한 괴한의 습격을 받아 정신을 잃게 된다. 그 후 어느 한 방에서 잠을 깨고 거기서 자신의 부인과 딸을 먹는 식인인간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복수하기 위해 식인인간들을 하나 둘씩 찾아내어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읽는 내내 끔찍한 장면들이 등장하고 긴장의 연속인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강지영님의 나의 왼손. 주인공 화영은 어린 시절 충격으로 간질을 앓게 되었고 간질로 인해 결국 존속살해까지 한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 그 후에 수술을 받아 간질에서 해방이 되었으나 자신의 왼손이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행동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처음에는 약간 어이없는 설정이라고 생각도 했지만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너무도 끔찍한 일이 될 것 같아 공포감이 밀려왔다.

 세 번째 작품은 세현님의 피해의 방정식. 주인공은 의식을 잃을 때마다 옥상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의문의 투신자살 사건이 자신과 관계가 있음을 의문을 품고 그 후 정신과 의사와 일종의 심부를 센터를 찾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내용이다. 인간에 내재된 다중인격과 최면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에 또 다른 자아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야기로 일본에서 실재로 다중인격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몇 해 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네 번째 작품은 김상환님의 질주. 어느 날 대학생은 의문의 사나이에게 임무완수하면 1억 원을 임무 실패 시는 죽음이라는 일방적 게임에 참여한다. 죽음의 게임은 시작되고 그를 노리는 사람들을 차례로 제거하면서 목표지점에 도착하고 돈을 받지만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던 죽음의 게임은 다시 집까지 살아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죽음의 게임을 완수하면 더 많은 돈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돈에 눈이 먼 인간들은 무고한 사람의 생명 따위는 쉽게 살해할 수 있다는 인간의 모습을 비판하고자 쓴 것 같다.

 다섯 번째 작품은 김미리님의 주말여행. 남편은 현재 좋지 못한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평상시 여행갈 때는 손 하나 까딱 안하던 남편이 모든 것을 준비해 깜짝 주말여행을 계획하고 외딴 펜션에 투숙한다. 아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남편은 계획대로 아내를 살해하려 하지만 오히려 아내에게 살해된다. 이 펜션의 주인들이 돈을 받고 살인을 저지를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이미 남편이 아내를 살인하기 위해 이곳을 예약하고 모든 것을 꾸몄던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난후 너무 섬뜩해서 온몸에 닭살이 생겼다.

 여섯 번째 작품은 권정은 님의 액귀. 귀신을 소재로 한 소설로 어떤 남자가 술에 취해 깨어난다. 그곳은 폐가였다. 귀신의 장난으로 계속된 공포심에 떠는 남자는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지만 귀신의 장난으로 결국 목매 죽은 귀신에게 이끌려 자신도 똑같이 목매 죽는 신세가 되는 이야기. 밀폐된 공간에 혼자 남겨져 귀신에게 홀리는 내용에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일곱 번째 작품은 전건우님의 사냥꾼은 밤에 눈뜬다. 무통증이란 희귀병을 가진 남자가 인간사냥의 공간인 대저택에 먹잇감으로 잡히어 통증을 못느끼는 남자가 인간사냥꾼과의 목숨을 건 생존게임을 통해 살아남는 이야기. 네 번째 작품 질주와 비슷한 유형으로 인간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서로가 죽고 죽이는 것을 즐기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거 같다. 

 마지막 작품은 이상민님의 세상에 쉬운 돈벌이가 없다. 해결사와 스토커와의 이야기로 한 남자가 온라인게임에 빠져 현실과 가상을 구분 못하고 급기야 스토커가 되어 한 여성의 정상적인 삶을 파괴하고 그로인해 여성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예전에 교양수업중에 스토커에 대한 영상을 통해 피해자가 받는 고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었다. 스토커를 처벌한 마땅한 법규가 없다는 현실도 피해자를 더욱더 절망 속으로 빠트리는 것 같았다.

 작가 8명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작가별 개성이 뚜렷하며 전체적으로 한국 스릴러문학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국 문학과 비교해도 전해 손색없는 스토리와 구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읽는 내내 계속되는 긴장감, 소름끼치는 장면과 빠른 전개로 점점 그 안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 자주 뒤를 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읽었다.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준 이 책을 통해 역시 여름에는 스릴러 문학이라는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떠나 무더운 여름을 식혀줄 또 다른 작품을 사냥하러 떠난다.

 

 어렸을 때 신사임당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신사임당이 현모양처라는 것과 율곡이이를 낳아서 훌륭히 키웠다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사실 스토리도 어린이 책이라서 그런지 매우 짧았던 거 같다. 그동안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역사 이야기에 그리 흥미를 못 느끼고 있었다. 최근에 바람의 화원이란 책을 읽고 난 이후  역사 소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대한민국 신사임당 No.1을 알게 되었고 이제 새로운 한국 화폐 5만 원권의 주인공이 바로 신사임당이기에 어렸을 때 한번 그분에 대해 읽었지만 그분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오랜 세월 사람들은 신사임당의 모습을 본받고자 했으나 정작 그분에 관한 소설책이 한편도 없었기에 가슴 떨리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전반부는 신사임당을 중심으로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신사임당이 자신의 유년기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신사임당은 16세기 초 강원도 강릉에서 진사 신명화와 용인 이 씨 사이에서 다섯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매우 총명하고 마음씨가 비단결 같아서 집안 어르신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은 가사일이나 하는 존재였으나 신사임당의 어머니는 여성도 배워야 그 자식들을 훌륭히 키울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글 읽기와 붓글씨, 그림, 그리고 바느질 등을 가르치게 되고 신사임당은 그중 그림과 붓글씨에 놀라운 재능을 보인다.

 현모양처인 어머니 이 씨를 본받아 그녀도 어머니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많은 것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어느덧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 신사임당은 이원수와 혼인을 하여 7남매를 낳았는데 그 중에 맏딸 매창이 예술적 재능을 보이고 셋째인 율곡은 어려서부터 형들보다 더 똑똑하여 신사임당이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인물임을 깨닫고 더욱 신경을 쓴다. 그동안 남편은 글공부를 열심히 하여 드디어 이원수는 쉰살의 나이에 종5폼의 벼슬을 받는다. 그리고 큰 아들과 둘째와 율곡이 견문을 넓히고자 아버지를 따라 길을 나서게 되고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몸이 쇠약해진 신사임당은 사부자가 돌아오기 전 48세라는 어찌 보면 젊은 나이에 수많은 작품들을 남기고 숨을 거두고 만다.

 현존하는 신사임당의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신사임당의 네 자매의 이름도 남아있지 않고 매창 외에는 두 딸의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엄마들은 아이 한두 명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아이들에게 매달려 매우 힘든 생활을 한다고 한다. 신사임당이 우리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어머니로 손꼽히는 것은 그녀가 단순히 효녀이거나 현모양처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녀를 높이 칭송하는 이유는 아마도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해가며 7남매를 훌륭히 키워냈고 당시 조선시대가 갖고 있는 남존여비 사상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려 했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여행관련 서적들에 관심이 많아진다. 올 여름은 휴가계획을 어디로 잡을까 생각하며 여행서적들을 보곤 한다. 그리고 항상 국내로만 여행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 차원에서 외국 여행 서적들을 찾게 된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를 보는 순간 써바이가 무슨 말인지 몰라 책을 넘겨보았다. 써바이는 캄보디아어로 “행복하다”, “즐겁다”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의 빈민국이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왓의 유적지가 있는 관광지라고 아는 게 전부다.

 저자는 어느 날 캄보디아라는 간이역에 내렸다는 말고 함께 캄보디아의 모습을 소개한다. 캄보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이며 수도인 프놈펜에는 비싼 외제차도 많고 하나뿐인 백화점도 있고 그러나 이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한다. 프놈펜 근교 병뜸푼이라는 호수에는 호수위에 집을 집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아이들은 돈이 없어 허리까지 차는 물속을 걸어서 집까지 간다.

 그곳의 아이들의 모습은 웃음이 가득하다. 캄보디아 시골마을에서는 야자 잎으로 대충 엮은 움막집에서 전기도 없고 수돗물 시설이 없어 빗물이나 강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아이들은 학교 갈 때 비닐봉지로 책가방을 대신하고 학교수업시간을 많이 빼먹는데 그 이유는 집안일을 하거나 부모님과 함께 돈을 번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이동 수단은 주로 오토바이인데 밤에 지방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는 전조등이나 후미 등조차 달고 다닐 돈이 없어 매일 밤 곡예운전을 한다. 시장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고기를 파는 아이들도 많고 그들은 한결같이 웃는 얼굴이다. 그렇게 열악하고 어려운 삶을 사는 그들은 언제나 웃는 모습이다. 이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한국에서 살다가 캄보디아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12명의 사람들과 저자의 인터뷰내용을 실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모두 행복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오로지 돈을 쫓아 사회적 성공을 쫓아 정신없는 삶을 살았는데 이곳 캄보디아에 와서 봉사를 하면서 그동안 찾지 못했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게 되어서 매우 행복하다고 한다. 캄보디안 인들은 가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지만 신기할 만큼 어떤 상황에서든 웃으며 산다.

 하지만 우리의 모습은 보면 모두 부자가 되기를 꿈꾸며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고 항상 남들보다 더 갖고 더 잘살아야 겠다는 생각만으로 진정한 행복을 보지 못하고 바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캄보디아인들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만족해하는 진정한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작은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갖고 싶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한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그곳에서 맑은 영혼을 가진 캄보디아인들과 함께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공유하며 생활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