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파올라 마스트로콜라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를 통해 많은 작가들의 관심주제인 예측하기 힘든 인생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기는 힘들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희로애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인생이 무엇인가 대한 답을 한 마리 오리의 성장 과정을 통해 풀어 나가고자 한다. 오리는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한다.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밤 한 남자가 시간에 맞춰 가기위해 트럭을 몰고 과속을 하면서 그 안에 있던 생명체가 사고로 차 밖으로 튕겨 나가게 되고 쓰레기통 앞에 있는 슬리퍼에서 부화한 새끼 오리는 슬리퍼를 그녀의 엄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엄마와의 무료한 나날을 보내다 비버 한 마리를 만나게 되고 슬리퍼인 엄마와 함께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된다. 새끼 오리는 비버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되고 자신도 비버집단에 점점 동화되어 간다. 비버공동체의 특징은 그들 모두 일에 중독되어 살아갈 뿐이다.

 평온한 어느 날 그녀가 엄마라고 생각하는 슬리퍼가 사라지게 되고 새끼 오리는 매우 힘들어 한다. 비버 공동체를 떠나 이번에는 박쥐 들이 사는 도시에 들어가 박쥐들과 똑같은 삶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들은 모두 권력에 눈이 멀었을 뿐 남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곳의 생활을 정리하고 이번에는  학들이 사는 마을에 가서 엄마를 잃은 슬픔을 달래고자 학에게 입양되어 같이 살면서 자신이 오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류층의 호화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삶을 통해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우연히 한 늑대를 만나기도 하고 도마뱀 친구를 만나 자신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기도 하고 남자친구인 같은 오리를 만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행복한 일상을 보내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남자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며칠을 걸어 사막에 도착하여 두더지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살게 되고 그곳에서 다시 예전에 보았던 늑대를 만나 결혼하여 살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끝마친다.

 한 마리의 오리는 세상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떠나는 길에서 희로애락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 간다. 새끼 오리가 만나게 되는 동물들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권력 쟁취, 사랑과 배신 등과 같은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과 부조리 등의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어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우화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한 것 같다.

 

 버스 안이나 지하철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릴 때 장편보다는 단편으로 구성된 책들이 나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SF작가 호시 신이치의 도토리 민화관이 32편의 쇼트 스토리를 담고 있어서 좋다. 그는 지금까지 1000편이 넘는 쇼트 스토리를 써왔고 이번 작품은 그의 쇼트 스토리 1001번째 작품을 기념하는 책이다. 그의 이야기는 산신령이 존재하는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현대사회를 지나 미래 사회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까지 다루고 있다. 옛날이야기는 우리가 어렸을 때 읽어 보았던 동화 이야기와 밤에 일을 할 때만 여우로 변신하는 예전에 TV에서 방영되었던 전설의 고향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결말은 항상 반전을 주는 예상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래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약간의 SF적인 요소가 가미되었고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미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냉동인간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모든 것을 컴퓨터가 분석하여 회사는 그 사람을 고용할지 판단하며 회사의 문제가 생기게 되면 그것을 모두 그 사람에게 전가시켜 버릴 수 있는 무서운 일들의 이야기 그리고 최면을 이용하여 불온한 자들이 꾸미는 세계정복 계획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죽어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이야기 속에 등장시켜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짧은 내용의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로 작품에 자연스럽게 몰입되어 단숨에 한권을 뚝딱 읽어버렸다. 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결말을 예측할 때는 한 차원 다른 예측을 해야만 했다.

 모든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 많은 고전에서 느낄 수 있는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나쁜 마음을 가지고 살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와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이 컴퓨터로 인해 지배를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통해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사회를 엿 볼 수 있다. 작가는 SF를 주로 다뤄왔지만 민화분위기의 작품의 가능성을 생각하여 어려웠지만 재미있게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특기인 SF물에 안주하지 않고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장편의 글이 부담이 되어 짤막한 여러 글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재미와 함께 놀라운 반전이 펼쳐지는 이 작품은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판타지 소설은 처음에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이야기 인 것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같은 영화를 보면서 엄청난 흥미를 느끼게 되었으며 영화로는 뭔가 부족한 면을 책을 통해 채워가기 시작 하였다. 판타지 소설에 대한 관심은 뒤이어 나오는 판타지 소설인 나디아 연대기와 황금 나침반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였다. 나디아 연대기나 황금나침반 이후 잠잠했던 판타지 소설에 대한 관심을 이번에는 이미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정령의 수호자로 잘 알려진 우에하시 나호코 작가의 최신작인 야수를 통해 다시 한 번 감동과 재미를 느껴보고 싶었다. 야수는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 에린이 잠에서 깨어 그녀의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일상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에린은 투사지기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투사지기인 엄마와 단둘이서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엄마가 관리하는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는 투사들이 모두 죽게 되자 그 나라의 감찰관들이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엄마를 투사들에게 던지는 처형식을 행한다. 엄마의 죽음을 안 어린 에린이 엄마를 도우려 했지만 엄마는 끝내 죽고 어린 에린은 엄마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벌을 치면서 살고 있는 조운이라는 사람을 만나 목숨을 건지고 그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엄마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과 관련이 있는 야수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조운의 도움으로 왕수 보호소 학교에 입학을 한다.

 그곳은 피를 보거나 상처 입은 왕수를 죽을 때까지 돌보는 시설이었다. 상처 입은 새끼 왕수인 리란을 알게 되고 녀석이 우리에 갇힌 채로 먹이도 먹지 않고 자해하는 모습을 보고 리란을 살리려고 지극정성으로 노력한다. 왕수는 매우 위험한 동물이기에 무성피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왠지 에린은 무성피리를 이용하지 않고 조운 아저씨와 생활했던 곳에서 야생 왕수들을 관찰한 왕수들이 내는 소리와 비슷한 음을 수금이라는 악기를 통해 만들어낸다. 그리고 왕수는 무성피리의 도움 없이 에린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점점 왕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온다.

 어린 시절 피가 섞여서는 안 될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태아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친척들에게 냉대를 경험하며 어린 나이에 엄마의 잔인한 죽음을 목격하고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자연속의 생명이었고 자연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속에는 인간이 갖고 있는 권력욕과 탐욕들은 헛된 꿈인 것으로 비춰진다. 인간의 욕심을 채우고자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들은 인간들에게 재앙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현재 지구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은 파괴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이 이야기는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빠른 전개와 함께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자주 영상으로 떠올랐다. 예전에 자연을 소재로 한 재미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원령공주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등이 생각나게 했다. 이 작품 역시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소재로 삼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탐욕이 낳는 비참한 결과를 떠올리게 해주는 작품 아르한의 군사력에 의해 유지되어 오던 왕국이 한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신의 숙모까지 죽이며 뜻을 이루려 하지만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왕국 전체를 파멸의 길로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