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행사로 처음 접하게 된 스릴러 소설, 책 표지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안개낀 울창한 숲속, 드리워진 그림자가 묘비처럼 서있다.

20년 전 일어난 사건을 비밀처럼 품고 의문의 행동을 하는 아버지의 임종을 계기로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주인공은 지방검사로 아내와 사별하고 처재가족과 가깝게 지내며 살고있다. 평온해 보이는 이 다정한 가족들 사이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죽음은 순수하고 파괴적이다. 그것이 스치고 지나가면 사람은 처참히 뭉개진다. 그리고 재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진실을 모르면, 희미한 불신의 빛이 완전히 꺼지지 않으면, 죽음은 흰개미나 집요한 세균처럼 가족을 괴롭혀댄다. 사람속을 다 갉아 먹는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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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전 여름캠프에서 숲으로 들어간 4명의 아이중 시체로 발견된 아이는 두명, 그리고 시신조차 찾을 수 없이 안개속으로 사라져버린 아이 두명, 그곳에서 그는 동생을 잃었다. 20년이 지난 현실에서 사건과 관련된 단서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단서들을 쫓아 갈수록 그는 과거의 자신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실수와 거짓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스토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한번 더 전환을 맞이한다. 죽어가면서 남긴 알 수 없는 말들을 코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끓어안고 살뿐이었다.

우연히 맡게 된 사건에서 그는 권력자에게 협박을 당하기 시작하고 그들은 MVD란 회사를 통해 코프의 과거와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재력가의 모습이, 법 보다 앞서는 그들의 모습이, 힘이 가증스럽다.

	인간이 짐승보다 낫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리석다. 인간은 원래 야만적이다. 잘 먹고사는 사람들은 그저 게으를 뿐이다. 음식을 위해 남을 죽일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옷을 갖춰입고 고결하게 살아보려 바둥거린다. 그리고 자신들이 짐승보다 낫다고 믿는다. 세상에 이런 난세스가 또 있을까? 야만인은 오히려 더 허기져 있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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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남의 것을 송두리채 흔들어 버리는 돈의 힘! 그 힘이 이 소설 전반에서 사건의 중요한  화두로 작용한다.

20년 그 사건으로 헤어진 루스, 코프는 다시만나 주변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찾아가며 20년 전의 진실을 파헤친다. 그 거대한 비밀은 안개낀 숲처럼 속내를 쉬 보여주지 않고 코프는 동생을 놓지 않기위해 멈추지 않는다.

	이곳 노인들 중엔 이 숲에선 메아리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안에서 비명을 지르면 메아리가 생깁니다. 그 소리는 조금씩 작아지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요. 지금까지도 그의 일부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거죠. 살인은 항상 그런 메아리를 남겨요.
페이지 : 425

살인은 메아리를 남긴다. 죽인자의 가족들에게도 죽은자의 가족들에게도 주변에 모든것 들에 메아리를 남긴다.

이 소설에서 아주 작은 장난을 계기로 거대한 사건이 시작된다. 진실의 뒤에 가려진 많은것들을 알아 갈수록 거미줄처럼 서로에게 걸려 있는 것을 알아갈 뿐이다. 하지만 모든것이 철저한 계산속에 누군가가 쳐놓은 거미줄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는걸 알았을때, 그리고 자신이 믿었던 진실들에 가려진 두개의 얼굴을 대면하는 코프의 모습이 아슬아슬하게 그려져 있다.

 "우리가 함께 숲을 나서게 될지, 아니면 이 숲이 또 하나의 희생자를 거둬들이게 될지."

주인공 코프가 알게된 모든 진실 앞에 그 숲이 있다. 끝까지 알 수 없는 이야기!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 주인공과 주변 모든것들이 의심스럽게 만드는 긴장감, 반전!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진짜 모습과 그들의 다른 얼굴은 어떤 모습일지 의심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을 덮고 표지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메아리가 들리는 것 같다.

숲할렌코벤, 비채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엿 볼 수 있는 책,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큰 틀에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양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러나 재능을 넘어서 광적이었던 벽(癖)에,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甓), 사회의 통념에 대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독학으로 신수의 경지에 오른 김영(金泳), 하지만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능력있는 사람이 손가락질당하고 모자란것들이 작당을해 욕하고 주먹질 하는 사회 시대는 변해도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것 같다. 외로이 죽어가야했던 재능있던 한 사람의 인생이 아프게 전해진다.

엽기적인 독서가 성실한 둔재 김득신 평생을 쉬지않고 노력한 사람, 간서치(看書痴) 풍열로 눈병이 걸려도 실눈으로 책을 보던 이덕무, 세상을 만나지 못한 좌절을 방랑으로 이어져 묘향산소기라는 기행문을 만든 박제가, 높은 식견과 포부를 가지고도 남의 집 식객 노릇하다 궁핍하게 죽어간 노긍의 이야기가 있다.

만남에 대한 운명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읽어도 읽어도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황상과 다산의 이야기.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고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황상 열다섯살 강진 유배중인 정약용을 만나 사제지간의 정을 쌓는다. 다산의 죽음후 10년 뒤 10주기 꼬박 18일을 걸어와 스승의 묘앞에 선 그의 모습이 애잔하다.

	몇 해 전 두릉에서 밤비 오던 때 집 짓겠단 내 생각 알고 놀라셨었지. 구름 노을 가려도 즐거움 그지없고 여린 대와 짙은 꽃들 기이함을 잊게 하네. 그 옛날 장취원기(將就園記)받자옵고는 일속산방 제목으로 시 지었었네. 아아! 도의 싹이 난만하게 터 나왔건만 거두어서 전해드릴 길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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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람 허균, 드라마나 TV소재로 참 많이 나왔던 허균이다. 기생과 사귀어 구설수에 오르고 조카를 부정 합격시켜 유배도 가고 서자들과 허물없이 지내 옥사에 연루되었던 그가 다달이 관리들이 치르는 시험엔 일등이었다니 책을 볼수록 더 궁금해지는 인물이다.

홍길동전으로 후대에 알려진 그는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역모를 꾀하다 49세에 능지처참형으로 가장 잔인한 형벌로 세상을 등지고 만다. 수잠(睡箴)에 잠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내용을 보며 조금은 허균에 대한 인물을 알 수 있는것 같다.

	아, 성성옹(허균 자신의 호)이여! 눈은 자더라도 마음은 자지 말라. 눈만 자면 마음을 비출수 있겠지만, 마음마저 잠들면 음기(陰氣)를 지닌 백(魄이 와서 침범한다네 백이 침범해 양(陽)이 다치면 몸은 변화해 음이 되리라. 귀신과 더불어 어울릴테니 아, 두렵구나 성성옹이여!
페이지 : 302

깨닫지 못한 사람을 마음의 먼지가 낀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의 본성을 찾고자했으며 벽곡과 호흡법을 통해 잡념을 걷어내고자 했다. 신선을 꿈꾼 허균, 광대무변의 새로운 세상에 살고있을것 같아 웃음이 지어진다.

이 책을 통해 잊혀진 작은 영웅들? 죄인으로 역적으로, 서얼로 사회의 벽속에 부딪쳐 고달픈 인생을 살다간 뜨거운 인생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자신의 주관과 철저한 의식을 가진 그들의 인생을 살뜰히 엿 볼 수 있었다. 시대는 변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은 그 시대나 이시대나 견고하게 드리워져 있는것 같다.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책, 과거를 통해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다.

미쳐야미친다,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