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가 되고자 하는 것에 부합하지 못함에서  우리의 모든 불행이 생겨난다. - 베르코르 < 인수재판 >
페이지 : 35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은 인류가 존재했던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두발로 걷는 영장류이며 생각할 수 있고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인간만의 특성이라 여겨져 왔던 많은 부분들이 도전을 받고 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문제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신경생물학자, 고인류학자, 철학자인 세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신경생물학자 장 디디에 뱅상은 세상에 대한 열정적인 해석자로 인간을 해석한다. 그는 신경생물학자답게 호르몬과 유전자 등 생물학적 특성을 비교하며 인간을 해석한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특성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물의 '으뜸'임을 뜻하는 '영장목'에 속하는 인간의 위치는 자연과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카를 폰 린네가 <자연의 체계>에서 분류한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두피질 덕분에 고등원숭이와 인간은 거울과 같이 타인의 행동을 공감할 수 있다고 한다. 장 디디에 뱅상은 인간으로부터 양분을 얻고 사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인간을 ‘인류영양생물’이라고 인간을 정의한다. 이는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관계의 중요성을 뜻한 말이다. 그는 유전자와 뉴런 등을 비교하며 인간을 미완의 존재라 칭하며 변질된 인간의 영혼의 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물음을 제기한다.

 고인류학자 파스칼 피크는 인류 태동기의 인간을 조명한다. 그는 인간을 과학의 영역에 넣어 시험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을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분명한 존재임에 틀림없다고 말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는 2500년 전 플라톤이 사람이 ‘털 없는 두 발로 걷는 동물’이라고 주장하자 디오게네스가 ‘털 뽑은 닭 한 마리’를 가져온 것이다. 디오게네스는 재치가 돋보이는 대응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다른 것들과 구별될 수 있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의문들을 일으킨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간 말고도 침팬지 역시 직립보행의 습성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사람의 고유특성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기반을 잃고 흔들리게 되었다. 파스칼 피크는 인간은 타인과 함께가 아니라면 존재하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이 전적으로 혼자라는 점을 이야기 한다. 그는 인간이라는 동물을 독특한 개인이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독보적 개체라고 정의한다.

 철학자 미셸 세르는 인간을 창조적 진화에서 진화의 창조자로 해석한다. 그는 인간이란 극히 한정된 지역에서 살아가며 최근에 와서야 고작 칠팔십 살의 기대수명을 채우는 존재로 고작 몇 천 년 동안 지속된 공동의 문화권에 속한 존재라고 이야기 한다. 그가 말하는 인간은 지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파편들을 엄청난 체험시간에 연계시킨 존재로 도구들을 통해 엄청나게 긴 체험시간을 자신에게 굴복시킬 힘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이 시간을 집약하고 다룰 수 있는 존재라는 추상적인 표현에 공감한다. 그는 철학자의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 도구와 기술 등을 정의하며 인간을 자가 진화하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유일한 생명체로 요약한다. 특히 ‘인간은 그 자신의 원인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생물학적인 진화적 특성은 인간을 설명하는 부분적 특성일 뿐, 그것이 인간을 모두 정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잘못 알려지거나 관념이 변화된 점들이 많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어느 한가지로 정의 될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이루어 나가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추진력을 가진 존재라고 덧붙이고 싶다.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존재하며 연속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존재이다. 인간은 모두 이어져 있으며 각기 다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근원적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 물음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며 그에 대한 답은 추가되거나 변경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질 것이다. 자기 존재에 대한 질문은 자신이 존재하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나아가 보다 깊은 질문에 대한 성찰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 생각의 향연에 동참하게 된 것을 축하하며...

	나는 인간을 자가 진화하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유일한 생명체로 본다. 탄생과 자연, 요컨대 시간에 대한 새로운 지배력을 서서히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칸트에서 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개인적 자율성이라 칭하는 것, 또는 자아에 의한 자아의 창조는 도덕에서 운명으로, 그리고 개인에서 세상과 인류로 나아간다
페이지 : 93  (미셸 세르 : 인류의 시대 - 창조적 진화에서 진화의 창조자로의 인간)

 

	생명의 출현 과정에 관한 우리의 지식에 한계가 있다 해도 세 가지 요소, 즉 유기물과 액체 상태의 물 그리고 에너지가 존재하면 물질이 체계를 갖추어가면서 앙드레 브라크가 썼듯이 생명이라는 ’자동 시스템’을 향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페이지 : 92

대체 외계생명체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살아가기에 바빠 외계 생명체같은 것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외계에 대한 것은 단지 4차원 공상과학의 전유물로만 여겼기 때문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고 특별히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주제가 아니었기에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더 넓은 우주와 새로운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하느라 밤잠을 설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을 초월한 우주의 무한한 공간에서 기대수명이 고작 100년도 되지 않는 인간의 삶은 티끌, 먼지조차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며 거대한 자연의 위엄앞에 놓인 인간의 초라함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제기되었던 것으로 소련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올린 기념비적인 사건은 약 50년전인 1957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한국대표로 이소연씨가 러시아팀과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을 업고 우주에 다녀온지 1년여가 지났다. 지속적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한다면 머지 않아 우리나라의 순수 기술력으로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1961년 열린 외계지적생명체탐사계획(SETI) 회의에서 물리학자 드레이크가 제안한 공식에 따르면 우리의 은하에서 지구와 교신이 가능한 외계문명의 수는 우리의 은하 안에 있는 별의 수, 그 별들이 행성계를 갖고 있을 확률, 그 행성계 안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적어도 하나는 포함될 확률, 문명이 존속할 수 있는 기간 등의 변수를 모두 곱해보니 약 100만개였다. 외계에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그들과 교신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까지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관련해 확실하고 명확한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책에서 저자는 고백한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본보기로 45억 6000만 년 전에 생성된 지구의 생명체에 관한 연구를 통해 외계생물학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지구의 극한 환경 중에는 외계 환경과 비슷한 곳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남극 대륙의 얼음 밑에 위치한 보스토크 호수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토성의 가장 큰 위성 타이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양의 지구형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아타카마 사막이나 남극의 사막, 스페인의 리우틴투 지역은 화성의 환경과 비슷하다. 그러한 지구 환경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연구하는 것 또한 외계 생명체에 관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외계생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가 탄소에 기초하고 액체 상태의 물을 사용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때 액체 상태의 물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느냐가 대개 행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우리 은하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은 행성은 화성이라고 할 수 있어서 화성탐사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이 이루어져 홨다. 

인류 최초의 화학적 조상은 원시 박테리아(LUCA)라 볼 수 있는데 오파린과 홀데인이라는 학자는 지금의 대기와는 크게 달랐을 원시 지구의 대기에서 자연적이고 비생물학적인 화학 과정에 따라 유기화합물이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화합물이 호수와 원시 바다로 녹아들어가, 물을 만난 화합물이 화학적 진화를 하면서 점점 더 복잡한 구조로 바뀌다가 최초의 세포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는 가정을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생명체의 출현은 ’갑작스러움’이라는 의미의 자연적인 발생이 아니라 점진적인 발생으로 이해된다.

이 책을 읽으며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수많은 상상을 했다. 아직 발달되지 않는 문명이 있다면 가서 그들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어 그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영화에서처럼 인간을 지배하려는 목적을 가진 더 진화된 문영이 있다면 그들이 우리를 지배할 수도 있다. 이 책의 3장에서 나오는 더욱 체계적인 접근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외계생물체에 대한 감염에 대한 우려를 지적한다. 미래에 운석이나 행성과 충돌하여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빙하기나 견딜 수 없는 자연재해가 닥칠지도 모른다. 미리 닥칠 수 있는 위험에 관심을 갖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는것은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줄 수도 있다. 우주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어린왕자에서 나오는것처럼 별을 하나씩 사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문어같은 모습을 한 동물이 발달된 지능을 갖게 된다면 미래에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상상에 웃음이 나왔지만 아직 알려진 바가 확실하지 않기에 그렇게 황당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주는 얼마나 넓을까~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우주 전체를 둘러싼 모양은 구처럼 되어있거나 막으로 덮여있을까? 우주를 넘어선 곳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거대한 우주에 비한다면 티끌과 같은 존재인데 이런 짧은 인생의 유한함속에서 우리는 어떤삶을 추구해야 하는것인가? 그리고 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실제로 미생물에서 인간으로 생명체가 되는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우주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생각의 범위가 확장된다. 저자는 우주에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상징적이라고 말한다. 그 일은 인간이 우주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덧없으며 시간이 광대함을 인간 스스로 점점 더 많이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을 단합하게 만들고, 좀 더 평화로운 지구, 인간이 덜 공격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우주와 관련된 연구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것이 많아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앞으로 더욱 발전이 가능한 분야이다. 우주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덧없지만 인간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상상이 가능하고 무한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각자 자신만의 우주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주에 대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앞으로 인류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우리는 같이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