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에 겸손하시기까지! (웃음) 정하님의 빼어난 외모에 가려진 진짜 모습이 궁금해요. 정하님을 표현할 수 있는 다섯 자,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 이거 들으시면 정말 웃으실 텐데... 정글북님이니까 솔직히 말씀 드릴게요. 저를 다섯 자로 표현하자면 ‘입열면깬다’ 요.”

“(웃음) 지금까지 인터뷰 중에 가장 유쾌한 다섯 자 인 것 같아요. ‘입열면깬다’ (웃음)”

“거 봐요. 웃으실 줄 알았어요. 지난 번에 태균님 인터뷰를 보니까, 지인 분께서 답해주신 내용이더라고요. 저도 그래서 주관적으로 제가 저를 표현하기 보다는 주변에서 저에 대해 말하는 대로 말씀 드린 거예요.”

“역시 그 말 뜻은 본인의 외모를 인정한다는 건가요? (웃음)”

“아니, 아니! 절대 그런 뜻이 아니고요. 이걸 어떻게 수습하나,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좀 수줍음도 많아 보이고, 여성스러운데 일단 입만 열면 그 이미지가 확 깨진다고 할까요? 제가 좀 털털하고 그렇거든요. 뭐라고 설명해도 수습이 안 될 것 같네요. 하여튼 입 열면 깨는 스타일이래요.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지만 (웃음)”

“(웃음) 인터파크도서 입사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에는 포탈사이트 마케팅 쪽에서 일하다가 인터파크도서로 이직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으! 정말 숨도 못 쉬고 일했던 것 같아요. 2년 좀 안 되게 근무했는데 그때는 정말 모니터만 봐도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하루하루를 포효하면서 힘겹게 지낼 무렵 인터파크도서 채용공고를 보게 됐어요.”

“특별히 인터파크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이런 말씀 드려도 되나, (웃음) 사실 태균님처럼 저도 처음엔 출퇴근 시간에 반했었죠. 전 직장이 매일 밤새고 일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인터파크의 5시 퇴근이라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다녀보니,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칼 퇴근은 할 수 없다는 거 뭐가 그렇게 바쁜지 말이죠. (웃음)”

“이직을 하면 처음에 적응하기가 힘들잖아요. 괜찮았어요?”

“(웃음) 제가 원래 적응력이 좋은 편이거든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만 잘 지내면 일 적인 부분은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거라고요. 또 전 회사 얘기가 나오는데 워낙 전 회사에서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거든요. 사람한테 치이는 건 정말 힘들어요. 그때 결심했죠. 이제 어딜 가든 사람들이랑 좀 거리를 두겠다고”

“많이 데이셨나 봐요. 전 직장에서”

“좀 (웃음) 그랬어요. 당시에는요. 근데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겠죠. 지나고 보니, 훈련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사람들이랑도 잘 맞고, 좋아요. 워낙 다들 잘 해주시니까요. (웃음)”

“다행이군요. 북 마스터가 아니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어디서 뭘 하고 있을 거라고 장담은 못 하겠지만, 뭔가는 하고 있겠죠? 사실 제 꿈은 승무원이었어요. 한참 면접도 몇 번 봤었는데 3차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무척 아쉬웠어요. 차라리 아예 언저리에도 못 갔으면 아쉽진 않았을 텐데 말이죠.”

“정하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도전할 생각은 없나요.”

“이루지 못한 꿈이니, 아예 마음을 접었다면 거짓말이겠죠. 근데 제가 의지가 좀 약한 편이에요. 하고 싶다면 도전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핑계만 늘어놓고 있죠. 게으르기도 하고요. (웃음) 나이가 들어선지, 원래는 걷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제 힘들어요. 만약 승무원이 된다고 해도 밤새 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웃음) 어렵네요. 이래서 꿈은 그저 꿈인가 봐요.”

“북 마스터라는 직업은 어때요? 아무리 책이 좋다고 해도 100% 만족할 순 없잖아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거고요. 음 일단 장점은 아무래도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거, 평소 흠모하던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 또 그저 책 속에 파묻혀 사는 것만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그리고 단점은 뭐랄까 글쎄요. 단점이라기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요?”

“다른 분들도 똑같으실 거예요. 제가 열심히 한 만큼 따라주지 않을 때죠. 예를 들면 정말 괜찮은 책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독자 분들에게 외면 당할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정말 마음이 안 좋아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책도 같아요. 잘 되는 책이 있으면 잘 안 되는 책이 안타깝고 그래요. 요즘 보면 책 표지나 제목만으로 책을 구매하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그 이상으로 구석구석 내용도 살펴보셨으면 해요. 포장은 번지르르 하지 않아도 내실이 튼튼한 책들이 많거든요. 


"아까 장점에서 흠모하던 작가를 직접 만나서 좋다고 했잖아요. 직접 만나본 작가님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사실 아직 많은 분을 뵙지는 못했어요.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라면 이외수 작가님이요. (웃음) 제가 안마를 해드릴 기회가 있었거든요.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영광이죠? (웃음) 근데 너무 마르셨더라고 요. 왠지 그런 거 있잖아요. 이외수 작가님을 만나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것 같고, 어떤 말이든 다 들어주실 것 같고요. 하지만 전 열심히 안마만 했다는 거 (웃음)"


"재미있는 기억이네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웃음) 스트레스 해소는 항상 금요일 밤이죠. 뭐니 뭐니 해도 스트레스 해소에는 웃고, 떠드는 게 최고가 아닐까요? 전 칵테일 바를 좋아하거든요. 친구들이랑 칵테일 바 가서 분위기에 취하고, 신나게 수다도 떨고, 또 노래방 가서 정신 없이 노래 부르면서 춤추고 노는 것도 좋고요. (웃음) 좋은 사람들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만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을까요?"


"그렇죠. 근데 꼭 그런 날에는 만날 사람이 없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정말 우울하게도 그럴 때가 있어요. 만약에 만날 사람이 없을 때에는 책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해요. 이거 너무 준비된 멘트 인가요? (웃음) 이럴 땐 어떤 책을 읽느냐가 중요하잖아요. 참, 이런저런 이유로 책장에 모셔놨던 <완득이>를 며칠 전에 드디어 읽었어요. 아- 정말 유쾌한 책이에요. 덕분에 일주일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 것 같아요. 유쾌, 상쾌, 통쾌한 책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유쾌한 시간이었어요. 정하님의 진짜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 여섯 권만 소개해주세요."

"네. 이렇게 직접적으로 추천해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먼저 말이 필요없는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흐르는 강물처럼>을 추천해요. 이 책은 코엘료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는 것으로도 의미가 큰데요. 일상에서 느끼고 생각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두 번째 추천 도서는 <심리학 초콜릿>이라고요. 특히 20대 분들에게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초콜릿을 상상하면 중독이 연상되잖아요. 이 책은 그런 책이에요. 책 소개를 잠시 빌리자면 ’소통에 중독되고, 사랑에 중독되고, 관계에 중독된 20대’를 위한 책이죠. 달콤한 초콜릿 같은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세 번째는 역시나 제가 손수 안마를 해드린 이외수 작가님의 <하악하악>이 빠질 수 없죠."


"역시 <하악하악>은 어딜가나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네, 정말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칭호에 걸맞게 걸죽한 입담에 절로 배가 부른 책이랍니다. 이 책은 특히 글 쓰는 쪽에 관심있는 분들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언어유희가 감탄이 절로 나오거든요.  네 번째 추천도서는 이해인 수녀님의 <엄마>요.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의 사모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책이 정말 예뻐서 자꾸 보고 싶어지고요. 이해인 수녀님의 어머님을 향한 애탈픈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에 부모님이시라면 아이들에게, 또 부모님께 선물해도 좋을 것 같아요. 다섯 번째 추천도서는 <그래도 계속 가라>라는 책인데요. 


"그 책은 제목만으로 힘이 불끈 솟아나죠. 저도 인상깊게 봤던 책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다행이네요. 요즘 힘드신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이 책 읽고 오뚝이처럼 일어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할게요. 이제 마지막 추천도서를 말씀드려야죠? 역시 마지막은 류시화님의 책 <지구별 여행자>로 골랐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말이 필요없는 책이죠. 이 책은 주의할 점이 있어요. 후유증이 심하거든요. 인도로 당장 날아가고 싶어져서 (웃음)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꼭 읽어보세요. 앞으로도 좋은 책과 함께 자주 찾아 뵐게요. 에세이가 어울리는 가을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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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인터뷰였다. 인터파크도서 내에서 미녀 북 마스터로 소문난 그녀가 지인들에게 ’입만 열면 깬다’는 다소 가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니, 처음엔 의아하기도 했고, 그 속내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친 지금 지인들의 말처럼 분명 그녀가 ’입을 열면 깬다’는 말에는 동감을 표한다. 그것은 단순한 입담이 아닌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여성스럽고, 고고할 것만 같은 그녀의 진짜 모습은 힘든일도 마다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기 바쁜 열혈 북 마스터의 모습이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책 또한 그녀에게는 그런 존재였다. 어느 한 권 아프지 않은 책이 없이, 모든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 받기를 염원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이 유난히 빛나는 인터뷰였다. 그녀의 바람처럼 더 많은 책들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아, 더 많이 웃을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정하 북 마스터와의 인터뷰를 읽고 난 느낌을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추첨을 통해 3명에게 김정하 북 마스터가 추천하는 책을 1권씩 선물한다. 이상 정글북의 열 번째 인터뷰는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