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실험으로 넘어가면 테이블에 10도 단위로 기울기가 증가하는 9개의 클립보드가 놓여 있다. 각각의 클립보드에는 평면에 대하여 비스듬하게 떨어진 다양한 형태의 타원형 핏자국이 묻어 있다.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충돌하는 각도가 90도에서 10도로 줄어들면서 혈흔의 모양도 원에서 타원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페이지 : 65  ( 피의 흔적을 찾아서 ) 중에서...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유명한 법의학자중의 하나인 마이클 베이든의 법의학 이야기이다.
실제로 수많은 사건을 경험한 법의학자로서, 최신의 과학수사가 법의학에 적용되는 분야, 사례등을 곁들여 놓은 책이다.
이야기 형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생각을 담았다는 점에서 전공이 아니더라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사진의 표지가 참 끌리지 않게 한다. 
처음에는 제목도 별로였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제목이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죽은자들이 남긴 메시지는 모르면 지나칠 수 밖에 없지만, 
알게 되면 수없이 많으니까 오죽하면 토크쇼에 나오는 게스트들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고 표현했을까!
말그대로 센스있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다만 다음에는 브라이언 이니스 작가처럼 사진과 곁들여 시각적인 면을 참고하여 구성한다면 더 좋을것 같다.

실제로 경험이 많은 사람이 책을 써서 그런지 왠만한 딱딱한 개론서보다 훨씬 이해가 잘 가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허브맥도넬의 혈액학교 실습실험들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실제로 혈액이 어떻게 분포되는가를 실험해 보는 것이다.
패턴등을 분석하고, 기록하고, 또 실제로 상황을 유사하게 구성하여 대입해 본다.
이러한 과학적 실험 검증은 합리적으로 검증되어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혈액학교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에서 세계의 수사관들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직접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닐 헤스켈의 벌레학교도 흥미로웠다. 그의 티셔츠 앞쪽에 새겨진 ’구더기의 힘’ 이라는 단어와 
뒤쪽에는 ’상(喪)중에 달그락달그락, 부스럭부스럭, 펑펑거리는 것이 재미있다’ 라고 패러디해 놓은 문구가 재미있었다.
한국에서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법곤충학은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등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분야로
자연과 과학이 결합된 과학적이고 흥미로운 분야이다.
쉽게 지나치고 놓쳐버리고 있었던 증거들이 범행 현장에서 채집한 작은 모기나 나방 등에서 증거가 검출될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어릴때 곤충채집을 하던 것처럼, 곤충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하여 원하는 증거들을 찾아 내는 것이다.
벌레들을 징그럽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 내고 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의미를 가지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간다는 것이 연구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법의학은 법과 의학을 잇는 과학의 다리로 인권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다.
사람의 권리를 찾아주는 법의학은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자칫 놓칠 뻔한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죽은자들은 아무에게나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과학적 증거로써 말한다.
이러한 과학적 증거들을 읽어내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수많은 연구, 세밀한 관찰력과 경험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아직 한국은 법의학이 설 자리가 미약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사명을 가지고 연구를 해 나가야 한다.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라는 사명감과, 의미를 가진 연구분야를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존경스럽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하여 꼭 법의학자를 해보고 싶다.

	모기는 구더기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DNA를 품고 있을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가해자의 DNA도 가지고 있다.  희생자가 사용한 약물을 몸에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페이지 : 234 ( 살인사건 속의 벌레들 ) 중에서...

	죽음의 지경에 이르면 이상한 기록을 하거나 양심선언과 같은 돌출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현실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완벽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페이지 : 172  ( 파스퇴르의 휴일 ) 중에서...

한국 추리작가 협회가 선정한 2004년 추리소설로 이미 공신력을 인정 받은데다가
경력있는 쟁쟁한 작가들이 쓴 9편의 단편집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즐겨 본다. 트릭을 추정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예상 못한 반전이 나올 때면 짜릿하다.
인간의 행동과 선택이 사건으로 이어지며 세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감정표현이 상당히 뛰어난 작품들이다.
부담되지 않는 9개의 단편 분량으로 9명의 작가들의 독특한 색깔과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실제로 가능할 것 같은 가상현실에서 리얼한 스릴을 맛본다.
하지만 추리소설은 소설일뿐 실제로 적용하면 위험한 트릭이나 결말을 지니고 있어서
이러한 지식이 악용될 경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범죄 시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일부러 트릭을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날이 느끼는 거지만 실력있는 작가들이 매번 늘어가고 있어서 독자로서 흐뭇하다.
이 책에서는 특히 벌레와 네트런너 이 두작품이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좋다. 
김상윤작가가 쓴 네트런너에는 이런글이 나오는데, 이는 마치 지금의 세태를 비판한것 같이 정곡을 찌르고 있다.

사람들은 특히 네티즌은 사건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없으며 다만 그 사건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현대인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남이 하는 말, 게시판에 올라온 글, 평론가란 사람들의 의견을 
마치 자기 스스로의 생각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소문은 소문을 낳고,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답글이 올라온다. 
그렇게 삽시간에 인터넷 전체로 퍼져나간 소문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반복되고, 과장되고, 왜곡되면서 확대 재생산된다. 
그리고 소문은 어느새 기정 사실이 된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문이 광범위한 전파력과 힘을 갖게 되면 그대로 사실로 굳어져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단 두사람이 이 세상 전체를 속여먹을 수 있는 강력한 매커니즘이었다.

네트런너란 군중심리를 잘 아는 선동가이자 고등사기꾼이며 컴퓨터에 능수능란한 해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러 전문지식을 리얼하게 결합하여 마치 실제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로 이어나가는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하다.
물론 의미심장한 어떤것을 암시하는 끝의 반전도 빼놓을 수 없다.
전문적인 지식과 통찰이 반영된 사고방식으로 시스템의 틈새를 뚫고 그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추리소설이 재미있고 통쾌하고도 짜릿할수도 있지만 
애수에 젖은 감정이나 진정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인간미는 무엇인가를 나타내 준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선택의 결과 (나쁜일을 선택하면 진실이 드러나 대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를 보여주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데 방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역시 추리소설은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껍질만 지니고 살아갈 나에게도 할 일이 생겼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서 무엇인 존재로 바뀌었다.  난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한 거다.  벌레를 죽여야 한다는, 그것이 내가 살아 있어야할 이유다.
페이지 : 245 (벌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