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들려 책을 구경하는데 눈에 띄여서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작가의 책이다.

평소에도 좋아하던 작가라 대출해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주로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르다.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 들어오게 된 삼인조 도둑이

예전 주인이 고민상담을 했었던 편지에 대해 알게 되고

그 편지가 30년 후의 미래로 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이다.

30년 전의 인물이 보내 온 편지를 미래에서 받게 된 것이다.

이들은 숨어 들어온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무슨 편지냐고 넘기려 하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에

답장이라도 써보자고 하여 고민상담을 해주게 된다.

올림픽이냐 남자친구의 간병이냐 고민하는 여자,

뮤지션의 길을 걷고 싶지만 자신의 길인지 고민하는 남자,

능력이 없어 호스티스로 일하고 있는 여자의 고민 등등.

우리들이 살면서 흔히 할 수 있느 갈등들.

나라면 과연 이들에게 어떻게 상담해줬을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내가 생각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아니라서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읽다보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생각했다.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상담을 한 모든 이가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있고 그 사람간의 이야기.

극적인 결말은 없으나 기분좋게 책을 덮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유명한 책들을 잘 알고 있다. 빅픽처로 알려지기 시작해 위험한 관계 등등.

그러나 나는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러나 선물로 받게 된 모멘트를 읽고 작가의 다른 책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주인공 토마스는 작가이며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글을 적는다. 아내 잔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던 중

페트라의 노트를 받게 되면서 25년 전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토마스는 여행기를 적기 위해 독일로 떠났고 1980년대의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베를린 장벽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서독에서 지내던 토마스는 동독에 방송을 내보내는 라디오버티에 글을 쓰게 되었고

거기서 첫 눈에 반하게 된 여자, 페트라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고 같이 지내게 되면서 더욱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분리된 독일은 매우 불안했고 동독에서 추방되어 서독에 오게 된 페트라는 동독에 그리움이 남아 있었다.

동독에서 건너오게 된 이야기를 들은 토마스는 분노나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따뜻하게 페트라를 안아줬다.

페트라에게 있던 아이를 알게 되고 아이의 사진을 위해 동독으로 가는 모험도 감수했다.

뜨겁게 사랑했고 결혼까지 약속했던 토마스와 페트라는

결국 장벽에 걸려 사랑을 이룰 수 없게 되고 그 뒤로 영영 만나지 못했다.

가슴 아픈 사랑으로 끝났으나 서로는 서로를 잊어본 적이 없다.

페트라의 노트를 읽은 토마스는 진실을 알게 되고 후회하며 그리움에 사묻힌다.

25년이 지난 세월이 무색할 만큼 그들의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장벽 속에 막힌 독일의 어두움, 아픔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서로를 믿을 수 없고 살기 위해 밀고해야만 했던 시대.

아픔과 사랑이 잘 나타난 책이었던 것 같다.

삶이란 항상 좋을 수도 항상 나쁠 수도 없지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좋은 것만 바라고 더 나은 것만 바란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바라지만

막상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고 겁부터 내게 된다.

나 또한 긍정적이다 말하면서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서 지레 겁부터 먹는 편이다.

점점 나이를 먹는 것을 보면서 슬퍼지고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점점 자신감도 줄어든다.

그런 내게 이 책은 겁먹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 책이다.

나는 나이 먹는 걸 정말 두려워 하는데 이 책에 프롤로그에는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라, 오히려 더 좋아질 것이다.

라는 말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고 느꼈다.

나이를 먹으면서 지혜가 쌓이고 삶에 대한 요령이 생긴다랄까.

인생의 최고점이 대부분 20, 30대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 많아지고 여유를 찾으며 나이 먹을 수록 행복한 삶.

또한 살아가면서 조언이 되는 것들을 작가의 삶과 타인들의 이야기에 빗대어

얘기해주어 이해하기 쉽고 더 많이 공감되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영성, 신뢰, 인간관계, 깨달음, 용기.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즐기고 더 멋진 일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고

다독여주는데, 여유를 느끼게 되고 따뜻함을 느끼게 되고

인생을 더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