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한 남고생과 독설로 무장한 미소녀가 펼치는 청춘 러브코메디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제1권. 고독에 굴하지 않고, 친구도 없이, 애인도 없이. 청춘을 구가하는 동급생들을 보면 '저놈들은 거짓말쟁이다. 기만이다. 뒈져버려라'라고 중얼거리고, 장래희망을 물으면 '일하지 않는 것'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삐뚤어진 고교생 하치만. 그가 생활 지도 교사에게 붙들려간 곳은 교내 제일의 미소녀 유키노가 소속된 봉사부. 이건 아무리 봐도 러브코메디의 시작인 줄만 알았지만, 유키노와 하치만의 유감스러운 성격이 그러한 전개를 용납하지 않는데….

요새 묘하게 독설로 무장한 여주인공들이 유행하는 가운데, 이 작품에서는 독설로 무장한 여주인공뿐만 아니라, 시니컬로 무장한 남고생이 어우러져서 좋은 시너지를 낸다. 적어도 특이한 유형의 주인공인건 틀림없다. 단순히 시니컬했다면 아마 동족혐오라는 미명 아래에 독자들에게 공분을 샀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러한 시니컬함에 적절한 개그코드가 가미 됨에 따라 미묘한 공감을 낳았고, 흥행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이러한 캐릭터 구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반적인 라노베 구성과 같다. 주위 사람들이 문제를 가져오면 주인공이 희생하는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대단원.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철저한 시니컬로 무장한 그를 다른 이들이 쉬이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점 정도.

 

 

이러한 미묘한 갭은 전체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하치만의 행동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좋은 이야기다. 초반부는 다소 평이 하지만, 뒤로 가면서 인물간의 갈등이 극대화되면 될수록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간다.

 

 

다만 가벼운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후반부의 하치만의 행동이 이해 범위 밖인 듯하다. 뒤가 더 좋다는 독자들도 있지만 뒤에서 접는 독자들도 많은 것은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되는 듯.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치만이 영 불만스럽다면 한번쯤 구매를 재고해볼 필요는 있다.

 

주위 사람들의 운명을 먹는 《짐승의 낙인》을, 두 손과 이마에 가지고 태어난 소년 크리스. 홀로 전장을 방랑하던 중 한 소녀와 만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모든 것이 변한다. 그의 앞에 춤추듯 나타난 것은 하얀 옷으로 몸을 감싸고 대검을 휘두르는 소녀, 미네르바. 미래를 예견하는 힘과 압도적인 검기(劍技)를 가진, 사신이라 불리며 모두가 두려워하는 전설적인 검사였다.
“네가 나를 죽일 자인가.” 
그날 밤, 크리스의 손에 죽을 예정이었던 미네르바의 운명은, 낙인으로 인해 뒤틀리고 만다ㅡ!! 
다양한 작풍으로 활약하는 스기이 히카루가 충실하게 선사하는, 별의 흐름과 운명에 맞서는 소년ㆍ소녀의 왕도 판타지.

 

스기이 히카루는 다산형 작가로 유명합니다. 발매 텀이 매우 짧은건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동시에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매력적이라면 매력적이지만, 스기이 히카루의 경우 그 경향성이 뚜렷하기도합니다. 신념이 뚜렷한 여자 주인공과 우유부단한 남자 주인공의 만남을 기본으로 하여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러브코메디가 됬든, 판타지가 됬든, 이 기본적인 주인공의 틀은 변하지 않는데, 덕분에 작품의 질 자체가 그에 얼마나 적합하냐에 맞춰서 이야기가 오르락 내리락합니다.

 

이 작품은 사실 스기이 히카루의 매력이 한껏 살아나는 작품은 아닌데, 신념과 우유부단의 충돌이라는 스기이 히카루의 전매특허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캐릭터와 캐릭터의 부딪힘속에서 그 사이의 심리 묘사를 맛깔나게 해내는 작가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이 사실 미묘한게 사실인지라. 캐릭터를 즐기기엔 사실 좀 미묘한 작품입니다.

 

그럼 반대로 판타지쪽을 매력적으로 잘 썼는가하면, 이부분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데 많은 판타지 독자가 요구하는 판타지적 묘사가 부족하다보니 그런부분을 심하게 챙기는 독자라면 NG를 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라이트노벨에 필요한 장치를 절묘하게 사용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으며, 한권한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매력도 분명 존재합니다. 묘사나 설명이 부족해서 그렇지 안에 짜여져있는 설정이나 이야기의 구성역시 독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 갈 수 있습니다. 

 

요컨데 호불호가 좀 많이 갈릴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스기이 히카루 팬이거나, 본인이 이것저것 잘 안따지고 글을 잘 읽는편이라면 괜찮은 인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말해두면, 굳이 앞권을 다 보지않아도 이책을 즐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으며, 최소한의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이 책을 즐기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걸 먼저 말해둔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사실 그게 키 포인트기도하다. 이책은 그간 앞에 있었던 고식과는 다른 책이기 때문이다.

고식은 원래 라이트노벨이였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일러스트가 빠진체 나오기 시작했다. 뭐 일정부분까지는 일러만 없었지 라이트노벨과 크게 다를게 없었지만, 이번권에 와서는 좀 크게 달라진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뀌지 않았지만 생동감 넘치고 개성있었던 캐릭터성은 최소화되고, 이야기에 중점이 맞춰졌다. 묘사가 부족하다 뭐 그런 이야기라기보다는 단순히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지않고 이야기에 많은 중심이 맞춰졌다. 단순히 일러스트가 없어진것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중심이되는 라이트노벨에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일반적인 추리소설로 탈바꿈 된 것이다.

그렇다보니 매력이 상당부분 사그라들었다. 본래 고식은 추리가 그렇게 매력적인 소설은 아니였다. 억지성도 많았고 주인공만이 알고 있는 재료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종의 셜록식 전개를 좋아하는 작품이였는데, 과거에는 캐릭터가 확실한 매력을 내뿜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면, 이번권에선 그런 캐릭터의 매력이 상당부분 사라지면서 단순히 이야기만 남았다.

특히 남 주인공은 거의 공기화 됬다는 느낌이다.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않고 별로 행동력이 있지도 않다. 그저 빅토리아의 옆에서 자리잡고 있을뿐이다. 앞의 고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됬지만 고식의 완성된 캐릭터 관계를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거기서의 매력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뭐 전체적으로 보면 커다란 이야기가 궁금하지않은건 아니지만, 그 커다란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가기 위해선 자잘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잘한 이야기가 매력이 없다. 이는 치명적이다.

boy meet girl은 끝났고, 이제 소년과 소녀가 그저 같이 있을뿐인 일반 소설이 과연 라이트노벨 팬을 얼마나 붙잡아 둘 수 있을지, 개인적으론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