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작가의 신작은 개들이 식사할 시간은,

한 마디로 비정한 단편집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겠다.

 

서늘함으로 가득한 단편 속에는 희망 대신 절망이 가득 채워져 있어

이로 인한 안타까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제목과 같은 단편으로부터 시작되는 첫 이야기부터 그랬다.

사나운 개와 장갑 아저씨, 주인공인 내가 들려주는 현실은

과거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다시 현재에 이르기까지

안타까우면서도 비참함을 내포해 여러가지 감정을 자아냈다.

 

모든 이야기가 이렇진 않았지만

대부분이 그랬기에 읽는 내내 냉기를 경험해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판타지를 섞었음에도,

그것이 비극적인 현실에 녹아들게 됨으로써

맞닥뜨려야만 하는 슬픔이 마음을 억눌렀다.

 

지금처럼 추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했다.

첫 단편과 마지막 단편이 특히나 아린 마음을 들게 했는데,

그래서인지 더 많이 생각나는 듯 하다.

시즈쿠이 슈스케는 립맨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가다.

 

보이스 피싱을 통한 사기로부터 벌어지는 사건으로 첫 페이지가 시작되는데,

이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의 또다른 범죄와

그것을 소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펼쳐졌다.

 

현실에서도 보이스 피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읽는 동안 절로 감정이입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이 전면에 나선 작품이라 분노가 일기도 했다.

 

이들이 위기에 빠짐으로써 벌이게 된 또다른 일은 유괴사업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진 어마무시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의 결말은 립맨이 아닌 다른 이들로 인해 마무리가 되었기에,

제목에 쓰인 주인공이 또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을 벌일 것이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았다.

 

그래서 더더욱 이것이 끝이 아닐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얼른, 그의 정체가 밝혀지기를 바라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벽 거리에서'는 역시나 반전이 감춰져 있던 작품이었다.

 

평범한 가정을 꾸려 살아 온 주인공이 회사 여직원과 사랑에 빠지면서

어느새 겉잡을 수 없는 시간 속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그 속에 놀라운 스릴러가 녹아나 흥미로웠다.

 

와타나베는 아키하에게 점차 헤어나올 수 없게 되면서,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놀랍게도, 그녀가 살았던 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었고

작품의 흐름 안에서 아키하는 살인용의자로 우뚝 서게 된다.

 

사랑하는 마음과 범인일지 모른다는 사실에 갈등하는 와타나베와

공소시효가 끝나면서 밝혀지는 진실을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다웠던,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던 이야기에 그 이상의 엄청난 이야기를

숨기고 있어 그것이 놀라웠다.

 

잔혹한 현실이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 진상이

새벽 거리에서, 이 책 안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