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은,

오랜 세월 동안 집사로 일하면서 모셔왔던 사람의 존재를

새롭게 깨닫게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주인공의 변화를 맞닥뜨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주인의 면모에 놀라움을 경험해야만 했던 이야기가 중심이었는데

시작은, 새로운 주인으로부터 여행을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집사 스티븐스가 총무로 함께 일했던 켄턴을 찾아가면서 펼쳐진다.

 

현재로부터 과거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역사적인 사실을 담아냄으로써

이에 따른 책임감과 무게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놀라웠고,

주인공인 집사의 인생 또한 돌아보도록 함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남아 있는 나날은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날들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을 담은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오직 집사로 충실한 삶을 살아왔던 그가 놓친 다른 일생과 사랑을 상기시키며

절망이 아닌 새로운 빛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잔잔하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에 공감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보게 된 기시 유스케의 소설 속에는

밀실살인의 교묘함이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미스터리에 담긴 사건의 정체와 인물의 진의는

때때로 매우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고,

이로 인하여 놀라운 사건과 맞닥뜨리게 돼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다.

 

주식상장을 앞둔 간병 서비스 회사 사장의 죽음이 불러들인

예기치 못한 이야기는 이것을 파헤치려는 자의 에피소드와 함께

범인이 일을 벌여야만 했던 내막까지 보여주며

기대 이상의 전개를 자아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회사 간부에 대한 음모와

이것에서 벗어나 진실을 찾으려는 이들의

숨막히는 대결 또한 충분히 볼만했다.

 

오랜만에 읽은 기시 유스케의 미스터리 스릴러가 전하는

재미가 좋았고, 새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기시 유스케의 작품.

또다른 이야기를 기다려 보기로 한다. 

 

 

 

황정은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삶의 어두운 이면과 맞닿아 경험하게 만든 판타지는

역시나 기대했던 것 이상의 몰입력을 선보이며 흥미를 전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준 여러 편의 에피소드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지닌 이야기의 진가가 발휘됨으로써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하기 보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켜 이로 인한 재미가 없지 않았다.

 

첫 단편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던 단편집이기에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제목과 같은 동명의 단편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명랑한 문체에 담긴 속깊은 진상을 확인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소설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다른 단편집도 그런 의미에서 얼른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가 탄생시킨

단편들의 합이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