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의 글과 그림은

언제나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며 위로를 전한다.

 

이번에 접한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라는

긴 제목을 지닌 작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와무라씨 댁의 시로와 노리에는 노년의 일상을 보내는 부부다.

이들에게는 40대 딸인 히토미가 있어서

셋이 함께 꾸려 나가는 일상이 담백하게 책 속에 담겨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는 이유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삶이 아닌 죽음에 가까워지며

그것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임을.

 

하지만 그것 역시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하며

지금처럼 변함없는 인생을 살아가고자

부부와 딸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잔잔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포근하게 곁을 감싸주던,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이야기가

마음에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시간을 만나 즐거웠다.

 

책의 분량이 그리 길지 않다.

단편소설의 범주에 들어갈 페이지인데

왼쪽에는 한글, 오른쪽에는 영어로 소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흥미로운 책이었다.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소설가P씨의 소설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으며 소설가의 작품은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며

큰 흥행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 와중에 발표한 신작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소설가의 성별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져 있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출시된 작품에 따른 반응은 실로 엄청났다.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반전이었으나

그래서 식상하진 않았고,

담담하게 마무리를 잘 해나가는 문장들이 썩 괜찮았다.

 

종생기라는 제목다운 결말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은 꽤나 오랜만이었는데,

새로운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어 무척이나 반가워다.

 

후시노 미치루의 마지막 저녁식사 1권은

뮤지컬에 발탁돼 활동을 하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게 된

이가라시 가이리가 예상치 못한 스캔들로 일을 그만두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웠던 집을 찾았으나 냉정한 형으로 인해

갈곳을 잃은 가이리는 저녁밥집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나츠가미 류지를 만나 도움을 받고,

그의 밑에서 식당일을 보조하게 된다.

 

독특했던 것은,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 중에 유령이 있었고

그것을 두 남자가 보는 것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사람이 아닌

유령을 위한 마지막 저녁식사를 만드는 컨셉이

책의 중심 포인트가 되어

잔잔하지만 감동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책에 등장하는 요리 레시피를

뒷페이지에 적어 두었던 것도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따끈따끈한 밥이 먹고 싶어질 때 생각나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