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의 투명한 미궁은 단편집으로,

생각할수록 기묘한 단편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 둘씩 단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경험할 수 있었던 고독은

꽤나 깊은 감정의 심연을 건드리고 있음과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며 난해함을 표출했으니 말이다.

 

이야기 자체가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었고,

그로 인해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을 감추지 못해

나야말로 투명한 미궁에 갇혀 버린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다양한 소재를 자신만의 필체로

적어내려갈 줄 아는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번에도 놀라운 작품을 써내려갔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여기에 막연함이 더해져서,

미궁 속에서 헤매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었음을

확실히 인정해야겠다.

 

언제나 주제가 되는 사랑과 삶이

한데 뒤얽혀 모호함을 드러냈던 단편집이었다. 

 

 

 

이선동 클린센터의 주인공 이선동은,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함이 두드러지면 귀찮아지는 일이 생기기에

티내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하다가

어느 날 아르바이트 생활을 벗어나 먹고 사는데 보탬이 되고자

유품관리사가 됨에 따라 삶에 급반전이 찾아온다.

 

유품관리사로 자신을 채용한 사장이 자취를 감추게 되자,

남아 있는 회사 직원과 선동은

이선동 클린센터를 개업해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데

이로 인해 다양한 사건사고에 말려들게 된 것이다.

 

죽은 이들의 유품을 관리해주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마주할 수 있어 좋았고,

뜻밖의 미스터리가 선동과 연관되면서

놀라운 사건을 맞닥뜨리는 게 가능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속도감이 줄어드는 데다가

이로 인해 재미마저 감소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많았다.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발견됐고 해결이 됐지만

여전히 의뭉스러움이 가득한 분위기가 이어져서

완벽한 끝맺음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렇지만,

소재 자체가 썩 괜찮았기에

때때로 생각나는 작품이 될 듯하다.

 

 

 

 

 

기타가와 에미의 주시회사 히어로즈는 굉장히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며 행복한 가정을 꿈꿨던 주인공 슈지로,

과거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해 해고를 당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던 어느 날

주식회사 히어로즈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재미를 유발했다.

 

다른 시간대에 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단기알바였지만,

영웅을 만드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해서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러나 정말 말 그대로,

히어로가 탄생되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보여짐으로써

그들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어

절로 감탄이 나왔다.

 

기타가와 에미의 소설은 이번이 두 권째인데,

회사와 관련된 소재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강점이 존재해

이러한 공통점을 음미하며 읽어나가는 게 나쁘지 않았다.

 

다음 작품도 그런 의미에서 미리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