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카와 도모히로가 집필한 산책하는 침략자는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접하게 됐다.

그런데 공연이 아닌 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손에 쥐게 되었다.

아무래도 공연은 정해진 기간에만 관람이 가능하기에 스케줄을 맞추기 쉽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 책의 존재가 더욱 반가웠다. 

 

산책하는 침략자를 펼치니, 글 외에 내용과 잘 어울리는 그림까지 

같이 만나볼 수 있어 재밌었다.

 

신지와 나루미는 바닷가 근처 소도시에 사는 평범한 부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여름 축제가 한창 벌어지던 때에 신지가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돌아온 이후로 낯선 사람처럼 달라져 돌아와 나루미는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신지는 아무렇지 않게 산책을 자주 나서고,

이러한 와중에 계속해서 기이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신지와 사건의 연관성이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개념을 잃는다는 거였다.

지구 밖의 생명체가 지구인들에게서 개념을 빼앗아

그들의 기억을 잃게 만들고, 자신들의 소유물로 만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굉장히 독특했다.

 

단순히 지구인과 외계인을 뛰어넘는 침략의 의미가

조금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런데, 신지와 나루미 사이에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을 땐

공포감보단 슬픔이 밀려와서 안타까웠다.

 

침략SF의 신선함이 SF 장르를 새롭게 마주하게 해줬기에

앞으로도 자주 생각이 날 것만 같은 책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별사탕 내리는 밤은 책의 내용이

제목에 비해 독특하고 오묘해서 결말이 궁금해졌던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에쿠니 가오리가 소설에 녹여내는 

독특한 사랑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 흥미롭기도 했다.

 

서로의 연인을 공유하기로 약속한 자매, 사와코(카리나)와 미카엘라(도와코)는

이민자 2세대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일본인 거주지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둘이 성장해 나가다 

사와코는 다쓰야를 만나 결혼해 일본으로 떠나고,

아버지의 정체를 모르는 아이를 낳아 아젤렌이라고 이름 붙인 뒤

아르헨티나에서 살게 된 미카엘라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며 풀어놓은 이야기가 

별사탕 내리는 밤의 중심이었다.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자매들의 사랑이 선사한 이야기는

별사탕의 달콤함보다는 인생의 쌉싸름함이 더 진하게 느껴졌지만,

이러한 일생 또한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다.

 

그녀들의 삶 전부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사랑이 전부가 아닌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선택을 하는 인간들의 단면을 색다르게 관철하는 게 가능했으므로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알렉스 레이크의 여자는 거기에 있어는 제목이 굉장히 직설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직역이 아님을 알게 돼 굉장히 신기했다.

개인적으로는, 번역으로 인해 만나게 된 제목보다 원제목이 훨씬 더 

이 소설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됐던 순간이 있었다.

 

필명인 알렉스 레이크라는 이름으로 데뷔하자마자 주목받기 시작한 작가라고 하는데,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돼 호기심이 앞섰다.

게다가 가정 스릴러라는 장르를 내세워서 궁금증이 증폭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린 클레어와 알피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부유한 아내 클레어와 그녀로 인해 가난을 극복하게 된 알피의 결혼 생활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화목해 보였으나 속은 썩을대로 썩어 있어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알피가 감추어 두었던 진실과 속내가 드러남에 따라

클레어 또한 변화하며 반전되는 이야기의 절정이 인상적이었던 가정 스릴러는,

이야기의 흐름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으나

더 이상 잘못된 일을 눈 감아주지 않고 이에 맞서 대항하는 

인물의 거침없는 일대기를 만나보게 해줘 통쾌했다.

 

술술 읽어 나가기 괜찮았던 책이라서,

알렉스 레이크라는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