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은 흥미진진한 시작을 통해 재미를 경험하게 했다.

가방에 든 부엌칼을 소중히 감싸쥐고 어딘가로 향하는 에밀리의 힘찬 발걸음은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하며 호기심을 돋구었다.

 

그러나 이러한 호기심을 해결하는 일은 잠시 뒤로 미루고,

지금까지 에밀리가 겪어야 했던 상황을 만나는 것이 먼저였다.

 

회사에서 잘리고 가진 돈 없이

바다 할아버지를 찾아 예전에 살던 곳으로 내려 온 에밀리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마음에 안정을 찾게 된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마주할 수 없었던 휴식을 통해

재충전은 물론이고 새로운 삶을 위해

힘을 모으던 에밀리의 모습이 감동을 심어주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주던 맛있는 요리는

글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해서

배가 고파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처럼, 에밀리가 작은 부엌칼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시되었고,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첫 번째 이야기로 등장한

김초엽의 관내분실이었다.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한 시대에 죽은 사람들의 기억을 보관하는 장소를 도서관이라고 불렀는데,

그곳에서 분실된 엄마의 마인드를 찾아내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속에서

가족들의 관계와 갈등을 포함해

서로를 향한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장편이 아닌 단편 SF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게 가능했던 시간으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글로 승화시켜

만들어낸 이야기가 재밌었다.

 

점점 더 발달하는 시대 속에서 언젠가는 이러한 공간이 생겨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요즘이다.

 

그래서 더더욱 몰입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

대상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가 가작까지 동시에 수상하며

시선을 사로잡은 점 역시도 눈여겨 볼만 했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아름답지만 지독한,

그래서 열병 같은 열여섯 소년의 첫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가 사랑에 빠진 여인은 지나로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을 그녀에게로 향했지만

예상치 못한 관계의 변화 속에서

마음을 끙끙 앓으며 보낸 시간들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다른 것보다도 이야기의 도입부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세 사람이 늦은 밤에 첫사랑 이야기를 해보고자 모인 자리에서

지나간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자 했던 주인공의 의지로 인하여

이렇게 문장으로 진행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더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던 첫사랑의 편린이

놀라움을 가져다주니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봐도 좋겠다.

 

첫사랑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선물해주는 시간들은

눈부시고 값진 것일테니,

책 속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