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여성들이 만들어나가는 서사로 꽉 찬 책이었다.

남편의 죽음 이후 딸들을 집 안에서 감금하다시피 하며 키우게 된 베르나르다의 지배 아래서

각기 다른 욕망을 품은 채로 사라가는 딸들과 하녀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 초연되기도 해서 호기심이 생겨 읽어보게 됐는데,

짧은 기간 공연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석 매진의 기염을 토하며

호평을 자아냈기에 언젠가 직접 만나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바다.

 

밀폐된 공간에서 지내게 됨으로써 가질 수 밖에 없는 외부 세계에 대한 갈망과

자유를 향한 애절함, 사랑의 열정 등이 은근하게 비춰짐으로써

이로 인해 예상 밖의 결말로 나아가는 시간들이 흥미진진했다.

 

아니, 어쩌면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결국에는 파멸에 이르는 비극으로 나아가게 될 것임을.

 

갇혀 지내는 삶의 고통이 여러 감정과 교차됨으로 인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압축된 희곡집 안에서 오롯이 경험할 수 있어

오감을 집중시켰던 시간이었다.

하라다 마하의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굉장히 독특한 직업을 지닌 인물이 주인공을 맡아서

이로 인한 놀라움과 흥미를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으로 버무리며

소설만의 묘미를 경험하게 해준 책이었다.

 

아이돌 출신 연예인이지만 인기는 많지 않은 오카 에리는 자신이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멘트 실수를 하는 바람에 해고당하고,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 여행 대리인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며

독자들을 의외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직접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그들이 원하는 여행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직접 촬영한 영상을 통해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해주는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여행은 직접 떠나야 그 맛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오카 에리의 존재감이 더더욱 빛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을 대신해 준다는 말에 담긴 의미의 깊이가

책 속에 녹아들게 됨으로써 맞닥뜨리게 된 시간은

예상을 웃도는 즐거움을 전했기에

하라다 마하가 집필한 이번 책 역시도 재밌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기맹기 작가의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은 드라마로도 방영이 돼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의 의미를 새롭게 곱씹어 보게 만들었던 작품으로,

한 페이지씩 읽어 나갈 때마다 놀라운 감동과 깨달음을 전해주었던 게 사실이다.

 

어린 시절부터 외모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자란 미래가

성형을 통해 다시 태어나면서 대학교 생활을 통해 겪게 되는 일상은,

성형미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에 대한 편견을 부수며

진정한 미의 기준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인으로 변신했으나 여전히 소심한 미래와

그런 그녀를 예쁘다면서도 곱지 않은 눈초리로 쳐다보는 친구들로 인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여기에 자연미인으로 불리는 현수아가 같은 과에 자리잡음에 따라

비교의 대상이 되는 미래는 그러나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워 나가고,

예상치 못했던 수아의 비밀을 직면하게 됨에 따라 한층 더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눈부셨다.

 

회색 아기고양이로 불리는 도경석과의 로맨스 또한 미소를 짓게 했던

내 ID는 강남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