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의 여행기자였던 저자 한지은은 삶을 다르게 시작하고 싶어서, 서른이라는 나이를 평범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진 것들을 움켜쥐고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더 늦기 전에 용기 있게 도전해 보기 위해,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 번쯤은 심장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 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어디서든 흥정을 해야 하고, 호객꾼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던 인도, 내전으로 불안한 네팔에서의 안나푸루나 트래킹, 태국 치앙마이 쿠킹스쿨에서 배운 태국요리, 과거와 통하는 애잔한 캄보디아, 오픈투어버스, 숙박업소의 지나친 호객행위에 힘들었던 베트남, 버스에 두고 내린 기념품을 그대로 찾을 수 있었던 라오스, 병이 나서 몸져누워 지낸 필리핀 보라카이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을 8개월 동안 여행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을 감상하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며 비움을 배우고 돌아온다.
돌아온 후 그녀는 ‘레인트리’ 여행카페를 시작했다. 삶에서 갑자기 생각지 못한 소나기를 만나거나 인생의 고단한 햇볕을 피해 잠시 쉬고 싶을 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곳, 인도 여행 중 ‘레인트리’ 밑에 앉아 쉬었던 그 곳 같은 ‘레인트리’ 를 오픈하여 5년이 지난 지금도 운영 중이다.
이 책은 나의 서른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서른을 앞두고 젊음이 끝난 것처럼 여성으로서 삶이 다한 것처럼 우울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책 속의 그녀가 말한 것처럼 서른이 되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삶은 그대로였고,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는… 단지 숫자에 연연해 했던 것이다. 책 속의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인도의 어느 사막에 머무르면서 스물아홉의 마지막 날과 서른의 첫날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고.. 그러나 삶과 죽음, 혹독한 사회생활과 혼란스러웠던 인생의 갈림길, 포기했던 꿈과 현실과의 타협, 반복되는 일상과 보이지 않는 미래 등으로 얼룩진 우울한 이십대의 끝에서 서른을 핑계로 인생을 되집어 보고 싶었던 거라고..
일상에 지쳐있거나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다면 또는 이십대의 끝에 서 있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과 오래 여행하고 싶어 한 푼이라도 아끼고 아꼈을 그녀가 눈에 아른거리고,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곳이지만 상상하게 만드는, 고민 속에 있지만 행복을 알게 해주는 그런 감동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