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시를 공부한 기억이 있기도 한데 두보니 이백이니 하는 이름만이 예전에 배운 기억을 떠오르게 할 뿐 내용은 생소하기만 하다. 아마도 시험을 위해 선생님께서 불러주는 대로 달달 외워 공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가?
한시를 생각하는 순간 ‘안빈낙도’, ‘유유자적’, ‘무릉도원’ 등의 단어들이 떠올랐다. 세상과 담을 쌓고, 자연에서 여유를 부리며 청렴하게 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여기 한시들을 보니 지금 우리네 세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듯이 느껴졌다. 술로 시름을 이기고, 돈과 권력을 따르거나, 빈부격차에 씁쓸해하고, 신데렐라를 꿈꾼다거나,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 또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등이 드러나있다. 어려운 한시를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던 데는 아마도 이 책의 저자 홍상훈님이 현대적으로 풀어준 해설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1장 어렵구나, 인생길- 현실을 수용하는 방법과 2장 들끓는 감정을 녹이는 법- 자기 성찰에 답이 있다, 그리고 3장 이 꽃 꺾어 누구에게 주리오- 때로는 열정도 약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4장 더 치열한 삶을 위하여-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로 총 4장으로 42편의 한시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각 각의 한시에는 음과 뜻풀이도 해 놓았고, 해설도 덧붙여져 있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책 속의 시 한 편을 소개하자면
늙은 어부
늙은 어부 밤이 되자 서산 벼랑가에서 자고
새벽엔 맑은 상수 물 길어
초나라 대나무를 때서 밥을 짓는다.
안개 사라지고 해가 떴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어기여차 노 젓는 소리 속에
산과 강물은 푸르기만 하다.
돌아보니 멀리 하늘 가장자리의 중류로
내려가 있고
벼랑 위엔 무심히 구름만 쫓아간다. <p95>
당나라 때 유종원이 쓴 작품으로 단순한 풍경묘사가 아닌 자신의 들끓는 마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해 놓았다고 한다. 정치개혁에 참가했다 실패하여 내쫓긴 상태에서 쓴 작품으로 그의 마음속은 슬픔과 분노, 좌절과 상실감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들끓는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격한 울음, 고함을 지르며 막힌 가슴을 뚫어내는 것보다 정반대로 차분하게 나와 주위 세계를 객관적으로 관조해는 것도 감정 정화의 훌륭한 수단이 된다고 한다.
이 책으로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울적한 마음을 다스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러분도 한시를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릴 기회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