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니던 시절 친구 한 명이 걷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버스비가 아깝다고, 버스 노선이 바뀌었다고, 기분이 울적하다고, 많이 먹었다고, 낙엽을 밟고 싶다고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걷기를 즐기곤 했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같이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기와 함께이다 보니 근처 마트에 가는 것조차도 걸어가기 힘이 들어 차를 이용한다. 가끔은 혼자 불쑥 떠나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요즘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발견했다. ‘그녀의 첫 번째 걷기여행’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돈이 들게 마련인데 걷기 여행은 어떤 장비나 도구 없이도 쉽게 도전할 수 있기에 주부인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행작가인 김연미 씨가 쓴 이 책은 길은 다양한 표정으로 우리의 마음을 읽고 치유한다고 분노가 가득 찼을 때 걷기 좋은 길, 권태로울 때 걷기 좋은 길, 용기가 필요할 때 걷기 좋은 길 등 길에 감정을 담아 표현하고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다양한 테마의 걷기 코스가 생겨나는데 완주를 목표로 하지 말고, 주위도 둘러보면서 풍경과 충분히 교감하며 걸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 책은 트레킹에 필요한 도구도 알려주고, 봄 여유를 찾다, 여름 환희를 꿈꾸다, 가을 추억을 떠올리다, 겨울 지루함을 깨우다 등 각 계절별로 나누어 여러 길을 추천해준다. 각각의 길마다 언제 가면 좋은지, 어느 정도의 난이도인지, 누구와 함께 가는 것이 좋은지, 어떤 책과 어울리는지, 또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은지와 갈 때 필요한 준비물 등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또 각각의 길마다 마지막 장에는 가는 방법과 걷기 코스, 알아두어야 할 것, 맛집 그리고 그 주변의 여행 코스까지 상세히 알려주고 있어 여행하면서 참고하기에 아주 편리하게 되어 있다.
단순히 자신의 여행담을 알려주는 에세이가 아닌 우리가 여행하면서 참고하기에 수월하게 되어 있어 더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우리 나라에도 참 예쁘고, 좋은 곳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딘가로 바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