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 ‘시티즌 빈스’로 2006년 에드거 상 최우수 장편소설부문을 수상한 제스 월터가 이번에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몰락한 미국 중산층의 애환을 유머러스 하게 풀어낸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The Financial Lives of Poets)’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다니던 신문사에서 해고 당한 뒤 재취직을 못하고 그러는 와중에 늘어나는 대출이자로 인해서 살던 집에서도 쫓겨날 처지에 놓인 주인공 맷(Matt)은 어느 날 새벽 우유를 사러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갔다가 그곳에서 불량스러운 건달들과 우연히 어울려 마리화나를 함께 피우게 된다. 맷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90년대에 미국에 불어 닥친 닷컴(.com) 붐에 주변 사람들이 돈방석에 올라 앉는 것을 보고 자극 받아 결국은 그 동안 일하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금융에 관한 정보를 시의 형태로 제공하는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후반에는 강아지를 훈련시켜 신문의 주식 면에 용변을 보게 한 뒤 똥이 떨어진 곳에 있는 주식을 사더라도 연 20퍼센트의 수익은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103p).”

 

그러나 그가 사업을 시작한 2000년대는 90년대의 낙관적인 상황에 비해서 많이 달라져있었다. 그의 사업은 곧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고 옛 직장인 신문사로 되돌아가지만 신문사의 잘못된 경영과 인터넷으로 인한 신문 구독자 수의 감소로 인해 곧 해고당하게 되어 재취직을 위해서 일자리를 찾던 중이었다.

 

사실 사업에 어려움이 닥치기 전까지 맷의 가정은 거품이 낀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이었다. 새 차를 할부로 구입하고 아내는 쇼핑중독에 걸려있었다. 대출로 집을 장만하고 심지어 자신이 어려서 다니던 공립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맷과 그의 아내 리사는 테디와 프렝클린 두 아들을 무리를 해서라도 좀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비싼 사립학교로 보내었다.

이제 맷은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아이들을 사립학교에도 보내지 못하고 차도 팔아야 되는, 간단히 말해서 불필요한 모든 지출을 줄여야 되는 심각한 상황이 왔지만 아내 리사에게 차마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그의 재정을 컨설팅해주던 재정 전문가 리처드와 마리화나에 대해서 담소를 나누다가 최근에 유행하는 마리화나를 구해줄 것을 부탁 받게 되었고, 리처드 뿐만 아니라 인사부 직원 엠버에게까지 마리화나를 팔게 된다.

빚을 청산하기 위해 맷은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리는데 바로 마리화나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려는 것이다. 맷은 편의점에서 만났던 그 불량배들을 통해 마리화나 밀매 조직과 접선한다. 그 조직은 갑작스럽게 맷에게 자신들의 사업을 인수해보라는 제안을 하는데...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를 읽으면서 최근에 읽은 어느 소설보다도 많이 웃은 것 같다. 드라마 캐슬을 소설화한다면 제스 월터에게 맡겨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맷의 빈정대는 표현(sarcasm)과 19금에 가까운 속어(이 리뷰에서는 쓰기가 약간은 거북한)는 미국식 유머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독자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의아스러움을 줄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아마도 원서를 읽었다면 더 웃었을지도 모르지만 번역자가 적어도 미국식 유머의 뉘앙스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번역서로도 제스 월터의 유머 가득 찬 필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거품으로 가득 찬 미국 중산층의 갑작스런 몰락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유머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아이들을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가장인 맷은 마약장사를 하게 된다는 설정이 아이러니한 삶의 현실을 대변하는듯하다. 저자의 정확한 저작 의도는 알길이 없지만 적어도 이 소설을 통해서 읽는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교훈을 주려는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소설에서 굳이 한가지 교훈을 찾는다면 다른 사람의 삶을 따라 하지 않는 자신만의 소신 있는 합리적인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것이다. 집은 대출로 차는 할부로 구입하고 분에 넘치는 소비 생활을 하는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듯한 미국 중산층의 실태가 비단 남의 나라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 교훈 한가지만 마음속에 기억한다면 제스 월터의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를 읽으며 잠시나마 유쾌한 기분을 가진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 속의 구절

“허울뿐인 중산층의 모든 굴레와 의무, 부채에서, 쓰러질락 말락, 아슬아슬한 나뭇더미들처럼 우리들 머리 위에 쌓아 올리던 거짓에서 벗어난 지금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제스월터

 

세네카는 기원후 1세기 경의 로마의 사상가로 스토아 철학에 관심을 가졌고 웅변가와 문필가로도 이름을 알렸으며, 후에는 로마 황제 네로의 개인교사를 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총 4편의 글이 담겨 있다. 각각의 글을 줄거리와 함께 잠시 살펴보겠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로마의 양곡 조달관인 파울리누스에게 헌정한 글이다. 이 글에서 세네카는 인생의 길이는 햇수가 아니라 가치 있고 유용하게 쓰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재산을 지킬 때에는 인색하면서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는 너그럽지요…그대들은 시간을 넘쳐나는 것처럼 낭비하고 있어요. 사실은 그 사이 그대들이 어떤 사람 또는 사물에 바치는 그날이 그대들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는데도 말이지요…만일 지나간 세월을 셀 수 있듯이 다가올 세월도 일일이 셀 수 있다면, 자신의 세월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 것이며, 그 세월을 아껴 쓸까요…아무도 그대에게 세월을 되찾아주지 않을 것이며, 아무도 그대를 다시 한번 그대에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처음 시작한 그대로 흘러갈 것이고, 진로를 되돌리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오.”(8-30pp)

세네카는 미래를 예측하고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강조한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를 쫓기보다는 현재를 충실하게 살것을 충고한다.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 경찰과 소방 업무를 맡아보던 친구 세레누스에게 헌정한 글이다. 세속과 향락의 유혹에 빠질 때가 많은 세레누스에게 세네카는 조언을 한다. 세네카는 인간이 어떤 조건에서도 능력껏 공동체에 봉사하고 언제 어디서나 불행과 죽음을 각오하고 있을 때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만 마음이 늘 균일하고 유리한 길을 갈 수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자신의 상태를 즐겁게 바라보되 이러한 즐거움을 중단시키지 않을 것이며, 들뜨지도 의기소침해지지도 않고 차분한 상태에 머물 것이냐 하는 것이겠지. 마음의 평정이란 바로 그런 것일 테니까…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장소의 못마땅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결점임을 알아야 하네.” (74p)

먼저 세네카는 덜 타락한 친구들을 고를 것을 조언한다. 그리고 기회만 있으면 불평을 늘어놓는 불평꾼을 피하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세네카는 많은 재물이 가져다 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네카는 인생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수 있으므로 그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대비할 것을 충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적인 것에서 벗어나 우리의 마음을 자신에게 집중해야 된다. 그리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세네카는 충고한다.

 

섭리에 관하여: 친구 루킬리우스에게 헌정한 글이다. 세네카는 이 글에서 세계는 가장 잘 다스려지고 있는 만큼 고통은 좋은 목적에 이바지할 것임에 틀림없으며, 무엇보다도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인간은 강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신은 선한 자에게 아버지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고, 선한 자를 엄한 아버지처럼 사랑하지요…신은 선한 자들을 더없이 사랑하여 그들이 더없이 선하고 탁월하기를 바라거늘, 그러한 신이 그들을 단련시킬 수 있는 운명을 배정한다고 해서 뭐가 그리 놀랄 일이란 말이오…그래서 신은 자신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자들을 단련시키고 시험하고 훈련시키는 것이오.”(132-164pp)

세네카는 과도한 행복도 위험하다고 말한다. 과도한 행복은 사람의 마음을 해이하게 하고 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운명을 참고 견디는 사람에게는 고통과 시련도 이익이 된다고 세네카는 충고하고 있다. 결국 세네카에게 있어서 신은 선한자들을 범죄, 탐욕, 욕정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켜준다.

 

행복한 삶에 관하여: 유니우스 갈리오에게 입양된 맏형 갈리오에게 헌정된 글이다. 이 글에서 세네카는 무엇이 행복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 논의 하는 과정에서 행복은 미덕을 추구하며 자연에 맞게 사는 데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자연의 법칙과 본보기에 따라 자기를 형성하는 것이 곧 지혜지요. 따라서 자신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는 삶은 행복하지요. 그러한 삶이 실현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마음이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하고…시대 상황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며, 육체와 그 요구에 관심을 갖되 지나치게 세심해서는 안 되며, 삶을 쾌적하게 만드는 다른 것들에 유의하되 그 중 어느 것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며, 행복의 선물을 이용하되 그것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지요.” (171-172pp)

세네카는 올바르고 확고한 판단에 기초한 동요 없는 생활을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또한 행복하게 사는 것은 곧 자연에 따라 사는 것이다.

 

세네카의 작품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더불어서 로마시대에 스토아 철학을 다룬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약간 아쉬운 점은 많은 세네카의 글들과 편지들 가운데 4편의 글만이 이 책에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참고로 옥스포드 세계 문학(Oxford World’s Classics)에서 출간한 ‘Seneca-Dialogues and Essays’에는 이 책에 소개된 세네카의 글 외에도 ‘분노에 관하여’, ‘마르키아에게 보내는 위로의 글’, ‘어머니 헬비아에게 보내는 위로의 글’, ‘관용에 관하여’, ‘자연의 의문들’을 포함해서 9편의 글이 수록된 점과 비교해서 보면 천병희의 번역본은 양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좋은 번역과 구성은 영어 번역본 못지 않게 좋다는 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네카

카이사르가 어떤 인물이고 로마제국의 역사에서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는 본 서평자가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줄 안다. 다른 로마의 작가들, 수에토니우스, 아피안, 플루타르크, 심지어 키케로까지 그를 그들의 작품에서 논할 정도이니 그 당시나 지금이나 그의 인지도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한국어 번역본으로 출간한 카이사르의 작품들을 접하는 것도 이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다지 많은 수의 번역본이 나온것도 아니다. 다만 독자에게 남겨진 과제는 어느 번역본을 선택하는 가에 있을 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번역본을 선택해야 하나? 본 서평자는 역사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좋은 번역본을 찾다 보니 천병희 역자의 번역본을 몇 편 리뷰 하게 되었고 아쉬움을 토로한바 있다(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천병희 역자의 번역본은 이 책에 비하면 그나마 훨씬 나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 서평에서는 아쉽게도 천병희 역자의 내전기가 출간되지 않은 이유로 비교할만한 대상이 영어번역본이라는 점은 아쉽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물과 지명에 대한 찾아보기가 이 책에서는 빠져있다. 그리고 다른 서평자가 지적한 부적절한 삽화는(다른 서평에서 수산님이 잘 지적해주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삽화의 원본의 출처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적어도 대표적인 오스프리의 Men at Arms 시리즈에서 나온 Roman Arms에서 인용한것은 아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지도는 본 서평자의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 이다.

1914년 하버드대 출판사에서 출간한 로엡시리즈의 '내전기'의 지도를 (한가지 예를 들어 145페이지에 나오는 쿠리오의 아프리카 진지 배치도)그대로 지명의 이름만 한국어로 바꾸어서 첨부한것이다.

1914년 이후로 이탈리아, 스페인, 어느 나라건 지도가 더 이상 제작되지 않는 것은 아닐테고 무슨 이유에서 오래된 책의 지도를 사용한건지 성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서문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이 번역본이 '하버드대학 출판사에서 출간한 'Caesar: the Civil War'를 주 텍스트로 삼았다고 명시했는데 지도를 똑같이 배낀것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로엡 고전 라이브러리(Loeb Classical Library)를 지칭하는 듯 하다. 원전 번역이 아니기 때문에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다만 영어 번역본을 한국어로 번역했더라도 편집과 내용을 원전에 가깝게 충실히 번역하는 것이 출판사의 의무일것인데 이 책은 그런점에서 실망스럽다.  

 

      성의 부족의 결정판은 바로 원전의 내용을 마음대로 편집해서 해설에 실었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겠다. 제2권 처음 부분에 "히스파니아에서...성문 쪽에 세워졌다. 트레보니우스는 이 공사를" 에서 "세워졌다"와 "트레보니우스는" 사이에는 많은 문장들이 원전과 비교해서 빠져있다. 찾아보니 이 문장들은 번역본 해설 2번에 "마실리아는 3면이 바다로...작업이었을 것이다."로 첨부되어 있었다. 본문에서 문장을 빼서 해설(주석)에 붙인 번역서를 본적도 없거니와 무슨 이유로 원전의 내용을 이렇게 왜곡하는 지에 대한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독자들이 원전을 들고 다니면서 구입하기 전에 번역본과 비교까지 해야겠나? 그나마 대한민국에는 천병희 교수 만이 제대로 번역서를 내는 분이란 말인가? 

 

      이 책은 영어 번역본에 포함되어 있는 다른 세 전기가 빠져있다. 그 이유로 옥스퍼드 세계문학(Oxford world’s classics)에서 출간한 내전기(civil war)를 추천하고 싶은데 이유를 들자면 알렉산드리아 전기 (Bellum Alexandrinum), 아프리카 전기 (Bellum Africum), 히스파니아 전기(Bellum Hispaniense)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이다. 반가운 점이라면 한국어 번역본 가운데 이 세 전기가 포함된 것은 도서출판 범우에서 출간한 ‘카이사르 내란기 외’가 있다는 것이다. 전쟁기는 로마군대의 전술이나 체계를 모르면 읽고 즐기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강대국의 비밀’(배은숙 저)이나 에이드리언 골즈워디의 Roman Warfare를 같이 추천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번역본은 내용에서나 구성에서 아쉬움을 많이 주는 것이 사실이고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카이사르, 내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