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열정을 찾아보자. '
'행복한 삶을 위해 꿈을 가져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너무 식상한 느낌이 드는, 습관처럼 읊어대는 구호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스스로 화이팅을 외치면서 금방 흐지부지해지는, 그런 자신을 탓하는 얕은 자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TV나 책을 통해 늘 열정적으로 화이팅을 외치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그들을 따라 다시 한번 화이팅을 외칩니다.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무언의 의무라고 할까요? 화이팅을 하면서도 뭔가 모호함을 느끼지만 일단 화이팅을 외칩니다. 그래야 할 것 같고, 그래야 성공할 것 같으니까요.
'왜 어색할까?'
'왜 찜찜할까?'
하지만 왜 이런 느낌이 남을까요? 그것은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한 열정의 표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좋아서 스스로 외치는 화이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즐기는 것을 위한 전진을 하고, 다짐한다면 매일, 새로운 창조물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창조의 시대, 창조경영, 창의적 조직 문화, 창의적 리더십 등등..
그렇습니다. '창의'라는 신드롬이 사회적 이슈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다못해 아이들의 교과 활동 중에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명명해서 하는 수업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창의성에 대해 독자는 얼마나 정확히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나는 과연 어느 정도의 창의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열정은 얼마만큼 뜨겁게 품고 있을까요?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는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무한 잠재력, 창의와 열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삼성맨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사회 조직 내에서 개인의 창의성, 열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삼성맨의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일류기업 삼성은 거대 기업의 특징인 복잡성과 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관리시스템, 그리고 그것과 함께 이루어지는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기업의 정서를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왜 화난 원숭이를 언급했을까요?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있는 우리의 천장에 바나나를 줄로 매달아 두고 원숭이들이 그것을 먹으려고 줄을 타고 올라갈 때마다 찬물 세례를 퍼부었습니다. 원숭이들이 여러 번 바나나를 먹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찬물세례는 계속됩니다. 몇 번의 반복 후에 어떤 원숭이도 줄을 타고 오르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예 바나나를 따려는 시도하지 않습니다. 이때 우리 안에 새로운 원숭이를 투입합니다. 신참은 당연히 바나나를 먹으려고 줄을 타고 올라가려 하지만 고참 원숭이는 화를 내며 신참 원숭이를 저지합니다. 신참이 올라가려고 하면 자기까지 찬물을 뒤짚어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화를 내는 고참 원숭이 때문에 신참 원숭이는 줄을 타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실험자는 우리 안의 원숭이를 한 마리씩 교체했고, 결국 우리 안에는 직접 찬물을 맞은 원숭이들이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바나나를 차지했을까요?
아닙니다. 물세례를 직접 맞지 않은 원숭이들이 남았지만, 어느새 바나나는 따 먹으면 안 되는 대상으로 인식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우리 안의 모든 원숭이가 교체되고 찬물을 맞아본 적이 없음에도 아무도 바나나를 따 먹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이 실험은 게리 하멜과 C.K.프라할라드 교수의 논문에 소개된 화난 원숭이 실험으로 조직의 학습된 무기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실험입니다.
원숭이 집단에서 보듯이 직접 경험이 없이 전해져온 상황만으로도 그 맛있는 바나나를 포기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 조직과 너무나도 비슷함을 보여줍니다. 입으로는 발전하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지만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오래전부터 습관처럼 전해지는 만성화된 일반적 부정 견해에 대해 도전과 변화를 주려는 노력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학습된 무기력'의 큰 파장입니다.
조직 사회를 단적으로 하지만 아주 강하고 간략하게 표현하는 실험입니다.
개개인을 보면 창의력과 열정, 그리고 패기가 넘치지만, 조직 사회의 일원이 되면 나의 뜨거운 열정은 어느덧 조직의 무기력에 하나둘 사그라지게 됩니다. 자의든 타의든 조직 사회에 일원이 되기 위해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만의 개성입니다.
자 여기서 다시 물어봅니다.
열정과 창의력은 과연 나만의 것일까요? 나의 존재가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에 열정과 창의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것일까요?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물론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뛰어난 열정을 가지고 있고, 톡톡 튀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관계 간의 연결 속에서 열정의 대상을 찾게 되고, 창의력의 파워를 쏟아부을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됩니다.
창조의 시대, 혁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보다 창의력과 열정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됩니다.
창의력과 열정은 자유분방한 상상력 속에서,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나는 아이디어의 존재 속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입으로는 창의력과 열정을 외치면서 우리가 늘 몸담은 조직 사회는 과연 이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하고 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삼성과 타기업의 조직 사회의 모습 모습을 독자들에게 언급하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합니다.
열정과 창의력은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 그리고 마음과 마음이 연결될 때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늘 몸담고 있는 사회와 기업은 바로 이 점을 간과해야 합니다. 조직원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굴해낸다는 취지에만 그치지 말고, 그 잠재력을 열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개인과 사회, 개인과 기업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연결 때문입니다.
경영실무에 관한 책이라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스피드한 시대에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즉 각각의 연결고리에 대해 개념을 정리하는 독서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