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참하라'
왕을 참하라니..누가 감히 왕을 참하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제목을 보고 깜짝 놀라는 가슴은 책을 읽으면서 수긍을 하게 된다. 결국은 우리가 왜곡된 역사속에서 왜곡된 사실을 습득하고 살아왔던 결과로 인한 저자가 말하는 발싸개 같은 역사에 젖어있던 습성 때문이었나보다. 저자는 조선은 진작 망했어야 할 나라라고 결론부터 내리고 있다. 조상이 조선시대에 억압을 받았나 할 정도이다. 머리말에서 밝히듯이 이 책의 사건과 인물에 관한 서술은 모두 진실이라고 하면서 과감히 밝혀낸 사실에 열받지 말고 가슴을 열고 냉정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까발렸길래 이토록 당부를 하는 것일까..염려반 의구심반으로 책을 접했다.
역사란 연도별로 각 시대의 사건을 알아가는 어찌보면 무척 지루한 학문이기도 하다. 그 지루함은 역사속 인물의 자랑을 늘어놓은 것을 그저 외우는 정도의 학문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처럼 패자의 입장에서 패자의 항변을 듣다보면 차츰 알게되는 역사는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게 여겨진다. 저자는 역사만큼 재미있는 학문은 없다라고 말하면서 역사의 진실됨을 파헤치고 있다.
역사는 승자가 쓴다. 승자가 쓰기 때문에 승자의 치부는 당연히 감추게 되고 패자의 모든 치부를 까발린다. 그래야 승자의 승리가 당연시 되고 그것을 우매한 백성들에게 주입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서가 승자의 시선으로 씌여졌다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또한 저자가 그토록 벌써 망했어야 마땅한 조선이라는 주장에 공감을 하면서도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간간히 당황스러움과 민망함을 느낀다.
저자는 허구인 연속극을 보면서 역사 지식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딱한 민중들..이라고 선을 긋고 말하고 있다. 수많은 딱한 민중? 저자보다 똑똑하지 못하고 저자만큼 역사 공부를 하지 못했기에 그리 말하는 건가? 나름 공부를 했다고 하는 나도 그 딱한 민중의 한사람이라는 것이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딱한 민중이라는 것인가? 저자가 나름의 주관대로 역사를 다시 바라봤음을 알겠지만 간간이 나오는 저자의 주관과 발언에 반발이 생길 정도이니 이 역시 그다지 평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알고 있던 상식을 엎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느낀다.
한국의 역사를 말하다보면 조선만을 말하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조선왕조500년'이라는 시리즈물이 생길 정도로 조선의 시대는 무척이나 길고 사건도 많고 많은 왕족들이 오래오래 자리를 넘겨주면서 이어왔던 시대이고, 근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피지배계층이 배우지 못한 것은 시대상의 상황이라고 당연히 여겼고, 그들을 이끌어 나가는 소수의 지배층의 특권중 하나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라고 당연히 여겼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의 기본적이었던 상식을 뒤집어엎는 사실이 많이 나온다. 읽으면서도 '정말?' '진짜?'라며 혼란스러움도 생겼다. 저자는 처음부터 조선은 명의 무조건적인 신봉자였음을 말하면서 거침없는 구어체로 밥값이 아까운 임 것이며, 강화 촌놈 철종 운운하는 등의 여러부분은 읽는 사람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로 거칠게 걸쭉하게 말하고 있다.
조선의 왕은 모두 27명, '조'자가 붙은 왕이 7명, '종'자가 붙은 왕이 18명, '군'자가 붙은 왕이 2명이다. 소인배 선조(14대)는 원래 선종이었는데 광해군(15대)가 선조로 고쳤고, 등신 같은 인조(16대)도 인종이었는데 인조로 바뀌었단다. 이게 뭐냐..왕의 치적에 조나 종으로 붙여진다고 알고 있었는데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내용이다. 조선시대 양반의 과거시험에 관한 서술은 읽으면서 화가 치밀 지경이다. 그 막되먹은 과거시험의 백태가 지금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에 허망함을 느낀다. 나쁜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참..잘 알아서 배운다. 이러한 내용을 시작으로 이 책은 역사의 치부를 들추어내 기존 역사에 대한 통념을 깨뜨린 조선사 백과사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선은 사람과 짐승이 동거한 나라였다고 말하면서 조선의 신분제도에 대한 해부를 한다. 조선은 양반 때문에 말아먹은 나라이다. 그렇지 이 부분은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과거제도의 부패와 양반들의 더럽고 치하한 권력싸움 당쟁을 파헤치고 있다. 하지만 신랄한 까발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군 세종이라 일컬으면서 세종의 애민과 치적을 서술하고 있다.
그많은 조선의 이야기를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냥 잠깐 앉아 계시다가 내려온 제2대 정종, 개혁의 좌절-아까운 제15대 광해군, 무능하고 잔인한 제16대 인조, 북벌을 꿈꾼 미남 군주 제17대 효종, 원죄를 가지고 즉위한 제21대 영조, 조선의 마지막 불꽃 제22대 정조등..후세의 한 시각으로서, 백성의 시각으로서 각 왕들의 모든 행적을 다 밝혀대는 이 책을 읽노라면 무지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다시한번 각인하게 된다. 모르기 때문에 무식하기 때문에 그 시대의 백성들은 옳은 것도 옳음을 모르고 그릇된 것도 당연한 것으로만 알고 시키는 대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세뇌로써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판없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이제는 현대인들이 역사에 대한 교육을 바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의 백성들은 오히려 권력자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이 많은 사람들이 그릇됨을 그릇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만이 조선이 당쟁으로 망해버린 것처럼 현대의 권력싸움 자체를 저지할 수 있는 무언의 힘이 생기지 않을까. 특히나 이 시대의 권력자들과 지식인들은 패자는 패함을 인정하고 승자는 승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함을 일깨웠으면 한다.
다른 역사가들이 시도하지 않았을 정도의 신랄한 비판과 거침없는 말투는 한편으로는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정도까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입장에서 어느 누구의 주장이 옳다라고 반박 할만한 전공 지식이 없는터라 이런 역사서를 통해 많은 부분을 공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껏 보아왔던 역사를 한마디로 뒤집어 엎어버리는 이 책을 보면서 많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한 자체만으로 저자의 주장을 다시한번 읽게 되고, 과연 이런 역사의 왜곡이 지금 현대인들에게 얼마나 잘못된 주관, 비뚤어진 시각으로 젖어들어있나 싶다.
조선의 역사 이야기를 이렇듯 재미있게 읽었던 적은 없었다. 더구나 백의민족과 단일민족에 대한 저자의 사실적인 이야기는 한편으론 씁쓸하게 만든다. 먹고 살기 힘든 백성의 삶을 그저 미화여구로 포장해버린 시대의 뻔뻔함이 아닐런지..
책을 읽으면서 그릇된 역사 의식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그 속에 숨겨진 사실을 보려는 시선을 갖으려고 한다면 작가의 말대로 선진국에 걸맞?? 가진이와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하는 말은 더 큰소리로 모든 국민이 듣게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과거를 알고 과거를 부끄러워 할줄 알면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발전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과거 양반의 후손이라고 자랑할 것도 없고, 만인이 생각하는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고 그에 따른 제대론 된 시각만 우리 백성들이 갖는다면 발전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 속 시원하고, 걸쭉하고, 그리고 생각의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을 접해보았다.
지금이야 아직도 혼란스러움에 이 글을 쓰지만 다시한번 찬찬히 시간을 두면서 제대로 읽어보고 또 읽어보리라 마음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