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울러 보살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4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창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년 묵은 고려청자기!
페이지 : 오리 연적을 본 월탄 박종화의 헌시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싶어졌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어딘가에서 추천한 걸 여러번 보다 보니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나라 문화재에 그닥 관심도 없었고

미술에 대한 조예도 별로 없고

그저 인상주의를 좀 좋아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니 간송이 누군지, 간송 미술관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데 그런 것들은 하등 상관이 없다. 몰라도 되고 관심이 없었어도 괜찮다.

그만큼 재미나고 쉽게 읽히며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절대 지루한 책이 아니다.

사실 나도 읽기 전까지는 살짝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읽으면서 왜 그런 걱정을 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송은 어린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 우리나라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해 바친 한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처음에는 수집만 하였지만 사후에도 잘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에 박물관까지 지었다. 그것도 아주 공을 들여서

간송은 만석꾼이었지만, 그 재산을 정말 뜻깊은 일에 썼다. 일본으로 반출되고 외국인의 소유로 넘어가던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굳건하게 지켜냈다. 일제 강점기에서도, 한국 전쟁에서도

그 말고도 다른 조선인 수장가들이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간송과 달리 민족을 위해 우리나라의 혼이 담긴 문화유산을 지켜내야 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도 지극한 정성도 없었기에 대부분이 다시 흩어지고 안타깝게도 일본으로 많이 반출되었다.

간송은 또한 장사꾼이 아니었다. 싸게 구입해서 이윤을 남기거나 명품 몇 가지를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수집하지도 않았다. 문화재의 가치에 합당한 값어치를 지불하였으며 그것이 다른 좋은 문화재들를 구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몽유도원도를 놓친 게 못내 아쉽긴 했지만 그는 그 후로는 꼭 조선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문화재는 망설임없이 구입하였다. 숙고는 하되 장고는 두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었다.

그의 곁에는 소중하고 좋은 인연이 많았는데, 그가 사욕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나라 문화 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느꼈기에 일본인인 거간 신보조차도 진심으로 그의 일을 도왔고 영국인 개스비도 고려청자 20점을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 간송에게 일괄하여 넘겼을 것이다. 진실되게 일을 도모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은 하늘이 돕고 주변 사람들이 돕는 게 맞는가보다.

 

특히 그가 오랫동안 찾고 기다려왔던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했을때 나도 정말 감격스러웠다. 드디어 해냈구나!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가슴 뭉클하고 벅찬 순간이 참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소중한 문화재들을 하나씩 하나씩 되찾아올 때마다 같이 기뻤다.

이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서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나같이 애국심이 얄팍한 사람이 보기에도 간송은 정말 멋진 사람이고 조금이라도 닮고 싶어졌다.

간송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한 사람이었던 거다!

재산을 어떤 일에 어떻게 써야 값진 지, 보람된 지를 제대로 보여준 사람!

 

이런 책을 놓치지 않고 만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소장하기에도 정말 좋다.

김흥도가 개 그림과 고양이 그림을 그렸는지도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정선의 멋진 진경산수화들과 아름답기 그지 없는 고려청자들과 처음 보는 불감! 등 많은 문화재들 그림이 같이 수록되어 있고

주요 인물 사진과 함께 간략한 설명까지 곁들여서 이해를 돕고 있다.

게다가 당시 시대상황을 알려 주는 금광붐 사건도 설명해 주고 성행하던 서점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중에 아버지의 유훈이자 나라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 생각하여 교육사업도 하였는데, 재단이 큰 빚을 졌을 때도 문화재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자신의 개인 재산을 처분해서 해결하였다. 문화재를 온전하게 지키고자 한 그의 다짐과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그렇게 지켜내지 않았다면 더 많은 문화재들이 외국으로 유출되었을 것이고 우리는 더욱 빈약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을터이다.

그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후손인 우리가 그 정신을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외국에서 유랑하고 있을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들이 하루 빨리 다시 우리나라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면서

문화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켜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문화 유산은 그저 옛 것이 아니니 말이다.

 

간송 미술관은 일년에 두 번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한다고 하니

시간 맞춰서 꼭 직접 그 귀중하고 아름다운 문화재들을 보고 싶다.

직접 보게 되면 감개무량할 것 같다.

2011년 첫번째 책으로 읽은 책인데, 참 읽기를 잘하였다.

드디어 다 읽었다.

당시 유행하던 공산주의자들의 이상과 사상에 대한 비판, 니할리즘에 대한 비판 등과 더불어

주인공인 라스꼴리니꼬프의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살해하기 전부터 살해 후 자수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심리 상태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주인공의 심리와 그에 따른 행동에 맞추어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식으로도 파악된다.

 

주인공의 살인을 하게 되는 동기와 그 후의 심리 상태가 여타의 살인범들과는 다른데,

그는 이상한 사상에 사로잡혀 있어 그것을 시험해 보고자 하였다.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수적인 것일 뿐 본질적인 면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는 덜 값나는 것들만 대충 가져 왔고 그마저도 확인해 보지 않아 어떤 것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살인의 대상을 선정할 때 사회에 무익한 이같은 존재를 택했으므로 아무런 내적인 갈등이 없이 이성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그는 무의식적인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가족이 아님에도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준, 자신과 같이 십자가를 짊어지겠다는 소냐를 만나 구원의 길을 보게 되지만 자수 후 시베리아에 유배된 다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 밑바닥에 잠재되어 있는 그의 인간성이 아직 드러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나약해서 그 첫걸음을 내딛지 못했고 그런 자신을 혐오스럽게 생각할 뿐 살인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 그를 갱생의 길로, 인간성의 부활을 경험하게 만든 것은 소냐였다. 소냐는 성모 마리아같은 이미지로 모든 범죄인들이 사랑하는 존재였으며 그를 감싸안아 그가 삶을 되찾게 해 준다. 그로 인해 그들에게는 희망이 생겼고 그 희망으로 인해 그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 작품에는 어이없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루쥔은 그야말로 뭐 이런 병신이 다 있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구역질나는 인물이다. 자기애가 지나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인물쯤으로 치부해 버린다. 인간은 목적으로써 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으로 간주한다. 라스꼴리니꼬프의 동생인 도냐를 노예처럼 굴종시키면서 자신의 사회적 출세를 위한 좋은 장식품 내지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적선을 해줬으니 나를 하느님처럼 우러러 보면서 평생 고마워하라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문득 나도 남을 도울 때 이런 시각으로 도우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리 많은 도움을 준 것도 아니면서 한껏 생색내며 으스대지는 않았나 반성해 볼 일이다. 또한 루쥔은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기 쉬운 처지인 소냐를 이용해서 자신의 뒤틀린 목적을 달성하고자 시도하다 망신을 당한다. 그리고 단지 운이 없어 실패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매우 악질적이고 악랄하다. 가장 낮은 위치에 처한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서 위선을 행하며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려는 자작극까지 꾸미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 가진 추악함의 밑바닥은 어디까지인가 씁쓸했다. 그때 레베쟈뜨니코프가 스마트하지도, 정직하지도 않았다면 소냐는 정신적으로 더욱 망가졌을 것이다. 미치거나 자살하거나. 그녀는 자살할 수 없을테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스비드리가일로프도 눈살이 찌푸려지긴 마찬가지이다. 그가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욕망뿐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존경, 애정은 가져본 적이 없고 그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 살아갈 뿐이다. 그런 그가 도냐를 꾀어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전에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경멸하며 전혀 애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좌절하고 자신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어쩌면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영혼이 구제받기를 원했을지 모른다. 그랬기 때문에 자신에게 희망이 없음을 깨닫고 도냐를 보내주고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의미없는 삶을 끝내버린 것이다. 도냐가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는 예전의 사기 도박꾼에서, 정욕의 화신에서 벗어나 제대로 살아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느낀 대목에서 이를 알 수 있다.  그는 애정을 구하는 방식이 비뚤어졌다. 도냐를 그런 방식으로 얻으려고 했으면 안된다. 라주미힌처럼 도냐를 대했어야 한다. 라주미힌은 도냐를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하게 되지만 자신의 이기심을 자제하고 그녀를 진심으로 돕는다. 그녀가 루쥔과 결혼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바람에서 그를 비방한 것을 비겁한 행동이라고 자책하고 사랑하는 그녀에게 무엇이 최선일지를 생각해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인간으로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좋다고 해서 내 것으로 만드려는 소유욕의 발현이 아닌 그 사람의 행복을 바라고 그 사람 존재 자체를 감사하는 태도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 볼수록 대단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어렵진 않다. 읽어볼만하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의 비극 장편 5부작 중 이제 1막이다. 나머지도 전부 다 읽어 보고 싶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 양심. 욕망 등이 얽힌 복잡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파악될 수 없으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살아가야 겠다.

 

도끼, 러시아문학

지금이나 옛날이나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개혁을 논의하고 이것저것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5년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조급하고 실패할 가능성은 더 크다.

이 책은 대동법의 좌절과 추진과정, 지향하고자 한 목표, 재정사적 의의 등을 파헤치고 있다.

 

인조때부터 효종, 현종을 거치는 동안 개혁 추진세력의 노력과 경험이 축적되어

비로소 대동법은 정착될 수 있었다. 약 100년의 세월이 소요된 셈이다.

그렇다고 대동법이 완성된 개혁은 아니었다. 일부는 여전히 현물의 형태로 바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부담은 대동법 시행 전에 비해 약 5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관행적으로 행하던 것이 법으로 정착되었다. 법적 강제성을 부여 받은 것이다.

 

대동법은 오늘날 개혁을 시행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본다.

왕은 조정에서 공론을 모으고 개혁 시행 대상 지역의 여론을 수렴하여 결정하였다.

개혁은 시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므로 새로운 제도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추진 세력이 꼭 필요하다.

초반에 대동법은 그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관료들이 많아 추진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제도가 아무리 좋다한들 개혁의 대상이 되는 자들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되면 실패하기 쉬운 법이다.

대동법은 그 시행을 바라는 지역부터 추진되었다. 호서지방은 공물 부담의 불평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대동법이 시행되기를 무척 바랐다.

호서 지방의 대동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자 호남 해변 지역으로 확대하였고 나중에는 호남의 산간 지역까지 확대되었다.

호서 지방의 성공 사례가 개혁 추진에 있어 큰 원동력이 되었음은 당연하다.

 

개혁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또한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왕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왕실의 절용에 기대는 공안개정론은 대동법에 점차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개혁은 현실을 반영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실무를 잘 알지 못했던 송시열은 공물가를 시가대로만 사주인에게 주면 된다고 생각하였지만, 경각사나 호조가 사주인에게 부여하는 여러가지 부담을 고려하면 사주인의 파산하거나 그런 부담을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개혁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게 된다. 제도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고 지키라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삼도대동법(경대동)이 실패했던 이유는 개혁의 반발을 의식하여 문제가 되는 제도의 근본을 해결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대동법으론 결코 양입위출(민에게 한번 수취하고 나면 추가로 수취하지 않아야 함)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으며 이는 곧 개혁에 대한 불신이 되어 대동법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가져올 수 있다. 인조때 경대동이 아니라 대동법을 시행했더라면 대동법이 더 빨리 정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동법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데 또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의 실패 사례는 나중에 경대동이 아닌 지방까지 포함한 대동법을 시행하여야 공납 부담의 불평등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하였지만.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설득이 선행되지 않은 채 섣부르게 추진되면 결과적으로는 더 시간이 소요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공안 개정론자들은 방납의 폐단의 원인을 제도가 아닌 개인적인 윤리 문제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위정자가 나라와 국민은 위하는 마음으로 다스리고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해결된다고 본 것이다. 제도적으로 부패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각관의 운영비와 공물 운송비를 지급하지 않게 되면 민에서 수탈하여 채워 넣는 수밖에 없음)를 도외시한 채 관리들의 청렴함만 강조한들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대동법은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보았다.

 

공안 개정론자들이 주장한 것 중 하나로 예로부터 공물은 수령이 왕에게 바치는 예로써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선 안된다는 것이었으나,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유형원은 주장한다. 고제에 의하면 민에게서 10분의 1을 거둬들이고 나면 더 이상 수취하지 않았으며 그 10분의 1을 가지고 왕에게 바칠 현물을 샀다는 것이다. 대동법 시행을 주장한 다른 사람들이 현실적인 것을 근거로 삼았다면 유형원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자료 수집을 통하여 자신의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유형원은 당제의 조.용.조 제도를 비판하였는데, 이는 당시의 현물 공납이 당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모방적 동형화는 지금이나 예나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동법을 추진하려고 했던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안민을 통한 장기적인 익국의 추구였다. 그것이 관료와 유생을 비롯한 지식인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민익국은 재정 확보의 목적의 일환이라기보다 대동법을 통해 민의 담세 능력에 따른 공평한 부담의 부과를 목표로 하였고 그 결과 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었다.

올바르고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 호강의 반발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표류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본다.

어떤 개혁을 추진할 때 먼저 개혁의 목적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목적이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면 추진 과정에서 흔들리게 되고 결국 흐지부지해 질테니.

 

이 책은 또한 부록으로 인물사전과 용어해설까지 갖추고 있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대동법뿐 아니라 개혁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 보길 권한다.

역사, 대동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