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노 쇼고의 첫번째 책으로 해피엔드에 안녕을"을 골랐다

얼마전부터 어디선가에서 자꾸 이 사람 책이 보였기 때문에...

1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99~2007년까지 잡지에 실렸던 단편을 모은 거라고 한다.

어쨌거나 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각각의 이야기들이 꽤나 좋다

처음에 내가 기대했던 분위기랑은 조금 달랐지만

살인이 등장하지만 저마다 나름의 슬프기도 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짧은 글들이지만 여운이 남는다.

추리 소설 중에는 범인이 누굴까 추리하면서 반전을 만긱하는 것도 있고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 범행을 둘러 싼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 사연이 재밌는 것도 있다.

해피엔드에 안녕을"는 범행이 발생하고 범인이 누군지 추적해 가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는다.

그런 걸 기대하고 본다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지만 반전도 있고 그 반전들이 슬프고 안타까움을 주기 때문에

하나씩 읽어갈 때마다 잔잔하게 여운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다 읽지 않아서 단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읽은 것 중에선 언니, 벚꽃 지다’ 가 특히 마음에 든다.

언니: 가족간의 소통의 부재, 과도하고 어긋난 기대, 오랜 시간동안 쌓인 오해의 벽이 낳은 참혹한 현실

벚꽃 지다: 한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가장의 좌절과 재기불능, 그토록 부정했던 아버지를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 고통받는 가족, 세대를 거듭하면서 되풀이되는 삶, 희망의 상실, 극단적 선택

그런게 우리 인생 같아서 한없이 슬펐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고 그 인생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가 사무치게 다가와서

더 노력했으면, 더 의지가 강했으면 달라졌을까?

어려운 모든 것 딛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이 존경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렇치 못한 사람을 비난하는 건 그 사람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가혹한 듯 싶다. 그 사람이 대충 살아온 게 아니라 미친듯이 열심히 살아왔기에 좌절이 더 컸을 것이고 그 좌절감 때문에 다시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고통 받고 결국 한 가정이 파괴되지만. 누굴 탓해야 되는 것일까?

존엄과 죽음: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두려운 노숙자, 그 노숙자에게도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

                  선의의 강요도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in the lap of the mother: 타인의 관점에서 보기엔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하지만 결국 나 또한 타인의 눈으로 보기엔 마찬가지인 삶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글쎄?

영원한 약속: 좀 어이없고 허무하게 죽었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될 점은 자나깨나 가스불 조심; 나도 종종 불 올려 놓은 걸 잊어서 주전자 태워 먹은 적 있는데 소리 나는 그 주전가가 왜 필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살인 휴가: 내가 죽거나 그가 죽어야 내가 산다

               그래서 내가 죽은 척 하기로 했다 그러자 그가 자살해 버린다

               그의 이해 불가능한 스토커짓에 노이로제가 걸려 그가 사고사하길 바랐지만 그를 살해하거나 그가 자살하길 바라진 않았다

               그가 없어진다는 결론은 같은데 뭐가 다른 것일까?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는 선의로 또는 악의 없이 하는 행동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선 공포일 수 있다.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의 행동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강 위를 흐르는 것:그것은 시체? 아니 시체인 척하고 경찰한테 걸리지 않고 끝까지 물에 떠내려 갈 수 있는 것인가 실험해 본 것이다;

                          그 일에 연루된 3인 중 2인이 살해 당했다 범인은 과연 누구? 현상은 항상 눈에 보이는대로가 전부가 아니다 라는 것을 보여준 이야기

                          누구 눈에는 더없이 친한 사이 어쩌면 동성애 관계가 아닐까 의심 받을 정도로 친밀해 보였지만 실상은?

                          보고 싶은 대로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자기 방어에 의해서 아님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방역: 엄마의 과도한 기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식, 사고사인지 살인인지 모호한 엄마의 죽음, 이 모든 것을 끔찍하게 혐오했지만 반복되리라 예견되는 나의 행동, 언젠가 태어날 자식을 위해가 아니라 그 자식에게 살해당할 가능성을 제거해 버리기 위해 미리 낙태로 방지

어릴때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사고, 감수성, 감정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여실하게 보여준 이야기

어릴 때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머리만 부드럽고 말랑한 것이 아니라 장차 형성될 인격의 밑바탕도 말랑하다

대부분의 사회 부적응자나 범죄자들은 어릴 때 인격이 형성 되기 전에 마음이 망가져 버린 경우가 많은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식에게 나를 지나치게 투영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자식은 내가 아니다. 내가 못했던 것을 대신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