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르 소설이 괜시리 보고 싶어서 이것 저것 보는 중인데
13계단
제목도 범상치 않고 본 사람들이 반전과 치밀한 구성을 칭찬하길래
읽어 봤는데
와우!
역시 이런 류의 소설을 끊어서 읽는다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게 추리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이 매우 소름 끼쳤다
반전이 있다는 걸 알고선 나름 뭐가 반전이 될 수 있을까 머리 굴리면서 읽었는데
반전이 여러겹으로 쌓여 있는데다가 작위적인 반전을 위한 반전도 아니라서
매우 맘에 들었다
장르 소설이 가져야 하는 스토리 전개의 흥미진진함에 있어서 최고점을 주고 싶다
첨부터 끝까지 굉장히 탄탄하게 짜여져서 쌓여간다
가볍게 재미 삼아 읽으면서도
사형 제도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 볼 여지도 있는 점도 맘에 들었다
여기에 나오는 그 누군가들은 절대악이라기 보다
각자 죄를 지었지만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닌 걸로 나온다
그렇지만 그런 걸 법률 체계나 제도를 벗어나서 개인적으로 허용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게 되는지까지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과실 치사로 끝나긴 했지만 동기는 살인할 목적이었다 주인공은 법의 힘을 빌려서 응징을 할 수 없으니 그렇게 개인적으로 복수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했지만 그렇게 했다고 해서 억울하게 당한 사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복수는 또 다른 개인적인 복수를 낳았을 뿐이다
일련의 모든 사건들이 다 지나가고선 주인공도 그 점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국가의 법률 체계나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항상 공평하고 합리적인 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에서 정한 규칙(암묵적으로 국민들이 합의하여 정한)을 따르지 않고 개인적인 응징이나 복수를 하게 되면
더 혼란을 가중 시키고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뿐인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 쪽으로 치우쳐서 사형제도를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균형 있는 시각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전직 교도관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생각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는 것이다 판단은 읽는 사람의 몫인 셈이다
처음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므로 사형 시켜도 괜찮다 생각했었으나 종교의 힘으로 사형 당하기 전에 죄를 반성하고 사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보면서 신이 죄를 용서하고 죄인을 용서했는데 사람이 용서하지 못하고 사형 시키는게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죄인이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뉘우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 극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회개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에 대해 진정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깊이 뉘우치기 보단 운이 나빴거나 남의 탓으로 돌렸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 것이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좋은 일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 생각하고 나쁜 일은 주변 탓으로 돌리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