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의 아버지인 버드(주인공이 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별명)가 겪게 되는

심리적인 변화와 성장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음

실제로 오에 겐자부로의 첫아이인 히카리는 장애를 가진 아이였다고 하네요

작가 스스로도 아이를 포기해야 되나 하는 숱한 절망과 비관과 냉소를 경험하던 중

원폭 피해자들과 그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로부터 불굴의 의지를 보게 되면서

아들과의 공생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기 치유의 과정으로 여러 작품을 썼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개인적인 체험"인 것이지요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진실되고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버드는 특별히 강인한 신체를 가지지도 강인한 정신력이나 용기를 가진 사람도 아닌

어찌 보면 지극히 나약한 인간의 표상이었어요

결혼한 지 몇 년 지났지만 정신 상태는 여전히 어른이 아닌 어린 아이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고요

그리고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빠져나갈 수 없이 가족에게서 속박당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던 상황에서

중증 장애를 가진 첫 아이가 태어나 버린 거였죠

처음에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인 연민을 자신의 아이에게 느낍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그의 기대와는 달리 바로 죽지 않고 생각보다 질긴 생명력을 보이자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버드는 그다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깐요

괴물 같은 아이가 자기 인생을 평생 옴짝달싹 못하게 할 거라고 생각하고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그 수치심에 비례해서 그 아이가 쇠약사해하여

마음의 평안을 다시 찾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수술을 거부하고 아이를 쇠약사시킬만한 병원에 두고 오지만

모든 것이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아이를 다시 데려와 수술을 받게 하기로 결심하죠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순간부터 도망치기만 했던 버드는

그런 식으로는 결코 도망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쇠약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자기 자신이 직접 죽인 것은 아니라는 자기 기만으로

자신을 지탱해 보려 했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자기 붕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아이를 쇠약사시켜 얻으려고 했던 목적도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거니깐요

그보다는 아이를 받아들이고 두렵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아이의 장애를 위해 함께 싸우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합니다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스스로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루어 낸 거죠

예전부터 장애를 가진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이라지만

물론 낳은 이상 책임을 져야겠지만 저런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내가 잘 기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거든요

아직 제가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더 그랬겠지만

아이를 위해서만 평생을 살아야 될 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내 인생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지극히 에고이즘적 관점에서 많이 생각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버드와 어느 정도 비슷한 감정 변화를 느꼈어요

버드가 자신의 이 체험이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라서 타인과는 나눌 수 없는

자기 혼자만의 수혈을 절망적으로 깊숙이 파들어 가는 것이라고 표현했었는데

결국에 버드는 그 개인적인 체험을 수혈식에서 샛길이 있는 동혈식으로 바꾸었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을 저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독자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인간 일반에 관련된, 진실의 전망이 열리는 샛길로 나올 수 있는 체험으로 바꾸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들어 읽은 것 중 가장 인상 깊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임 

	나는 아기 괴물에게서 수치스런 짓들을 무수히 거듭하여 도망치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키려 했던 것일까? 대체 어떤 나 자신을 지켜 내겠다고 시도한 것일까? 하고 버드는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기가 막혔다. 답은 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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