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중 모네를 가장 좋아한다. 사실 마네와 모네가 내내 헷갈렸었는데 BBC 드라마 빛을 그린 사람들"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구분이 갔다.
얼마 전 이 책이 나온 것을 알았다. 얼마 전에 이런 류의 책을 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좀 망설여졌다. 알맹이가 없는 책일까봐서...
그래도 인상파 전체에 대한 파악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읽어보기로 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그림에 대해 전문적으로 분석한 게 아니라 그림과 화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책은 기본적으로 쉽게 쓰여있다. 도판이 일단 많이 들어가 있고 이런 책의 특성상 여백이 많고 글자 간격도 넓은 편이다. 여백은 조금 줄여도 좋을 듯 싶다. 너무 빡빡하면 읽는 사람을 질리게 만들까봐서인가 싶지만.
쉽게 쓰여져 있으면서 재미있게 읽힌다. 인상파로는 드가, 르누아르, 세잔, 마네, 모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세잔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 인상파의 이념을 가장 철저하게 지키고자 했던 피사로, 인상파의 후원자이자 화가였던 카유보트, 마네와 깊은 교감을 나눴던 모리조, 여성혐오주의자 드가와 깊은 우정을 나눴던 미국에서 건너온 커셋 등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중 모리조와 커셋은 여성화가였다. 여성 화가를 인상파에서 받아들였다는 것도 파격적이었다. 당시 여성 화가는 변방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카유보트의 그림이었다. 카유보트는 인상파의 후원자로 인식되는 바람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사진술과 관련되어 뒤늦게 재조명 받게 되었다고 한다. 카유보트는 발코니에서 바라본 파리의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위에서 내려다 본 대로>는 구도가 매우 독특하였다.
전반적인 인상파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해 깊이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 좀 아쉽긴 했다. 화가들의 관계도 뭔가 나오려다가 만 듯한 기분도 좀 들고. 읽으면서 계속 좀만 더! 를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상파 이름만 들어보거나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정도라면 인상파 입문서로서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이 어디에 주로 소장되어 있는지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정보였다. 내가 유럽 여행을 갈 당시만 해도 미술에 별 관심도 없고 막연하게 인상파 풍의 그림이 좋다고 느낄 뿐이었기 때문에 놓치고 본 게 많았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말이다. 다시 파리에 가게 되면 모네의 대표작들이 많은 마르모탕 미술관과 런던에 있는 유럽 최고의 인상파 콜렉션으로 찬사받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코톨드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