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존중으로 중무장하라: 관계의 심리학

관계에 관한 책을 두 권 썼기 때문인지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메일을 자주 받는다. 메일을 주시는 분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호소하는 관계의 어려움도 직장관계, 고부관계, 연애관계, 부부관계 등 관계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이러한 메일들을 보면서 특히 놀랐던 것은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는 것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야 쿨하니까 관계에 별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 메일들이 이어졌던 것이다.

연애관계에서의 어려움이야 늘 있어 왔던 것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친구관계나 선후배관계와 같은 동성 간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메일들을 보면서 내린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상처 입는 것에 약하고 상처입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결론을 내리면서 쇼펜하우어의 산미치광이의 딜레마가 떠올랐다.

산미치광이란 고슴도치처럼 몸과 꼬리가 가시털로 뒤덮힌 동물로 호저라고도 부른다. 추운 날이면 두 마리의 산미치광이들은 서로 다가가 상대의 체온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려 가까이 붙는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가면 상대방의 가시에 찔리기 때문에 곧 떨어질 수밖에 없다. 떨어져 있자니 너무 춥고 가까이가자니 가시에 찔려 고통스럽고, 붙지도 못하고 떨어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관계를 말할 때 산미치광이의 딜레마라는 말을 쓴 것이다.

산미치광이의 딜레마란 쇼펜하우어의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신분석가 벨락이 이름붙인 것이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바로 산미치광이의 딜레마와 다름이 없다. 떨어져 있자니 외롭고, 너무 가까이 가면 상대방으로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없는 사람이 많다. 그런 친구가 있다고 해도 몇 명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회사내에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2-3명에 불과했다.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는  회사 내에 절친한 동료가 몇 명인지를 물어보았다. 2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27.6%로 가장 많았고 이어 1명(20.9%), 3명(17.3%) 순이었다.

속을 터놓을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람도  13.1%에 달했다. 친구가 한명도 없는 사람에게 직장은 지옥이다. 이 사람들은 현재의 상태가 계속되면 마음의 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무엇인가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30대 위기론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창 일해야 할 30대 가운데 마음의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30대가 마음의 병을 앓는 이유는 단순한다. 직장과 가정에서 관계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일본의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은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 반드시 들어온다. 왕따가 그랬고 오타쿠가 그랬다. 히키코모리 역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다음은 분명히 직장인들의 마음의 병이다. 사실 이것은 이미 우리 사회에도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도 관계라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때가 된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관계의 심리학이 집필되엇다. 이 책은 관계에 여러 측면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고 또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를 밝히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를 하나하나 따져가다 보면 관계의 폭은 저절로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분들 모두가 배려와 존중으로 중무장하여 관계의 달인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