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뚫어지게 탐독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목차를 한 번 훑고 난다면 안 읽고는 못 베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성교육서다. 좀 더 건강한 사랑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할 건강한 사랑법을 배정원은 시원하고 통쾌하게 이야기 한다. 고등학교 시절 숨어서 읽던 수위높은 순정만화, 잡지들을 기억한다면 그것들이 왜 그렇게 당시에 강렬하게 다가왔던건지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성에대해 너무나 무지했고, 성이라는 것에 걷혀있는 장막이 너무나 두꺼워서 접할 수가 없었고, 또 흔히 그렇듯 숨어서 하는 장난이 더 재미있었던 것처럼 그런 스릴감이 더욱 긴장감을 조성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성이 삐뚤어진 혹은 스테레오타입이 자리잡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들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의 서술 수위는 높다. 하지만, 막상 벗겨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화통하게 벗겨놓고 시작하는 이야기에 초중반을 넘어가면 무감각해지고,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앞부분에서는 섹스와 관련된 허구와 진실들을 논하고, 중반부에는 건강한 사랑을 하는데 필요한 성적, 정신적 테크닉을 논하고, 후반부에는 원론적인, 정신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서술한다. 앞서 말했듯, 목차에서 보면 정말 낯 뜨거울 것 같은 주제들도, 막상 본론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감각만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아니다. 한 권을 다 읽어갈 때 쯤되면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다정한 성교육 상담사와 대화를 나눈 것 같은 그런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책의 이목을 끄는 것은 유독 목차뿐만이 아니다. 사실 이 책을 구매하는데 있어 가장 큰 제약으로 자리잡았던 것이, 제목인데... 성교육서라고는 하지만, 책상위에 올려놓고 읽는 혹은, 가방속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제목이 좀 자극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사실 책 제목에 ‘섹스’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장을 하고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기도 하고 말이다. 나도 이 책을 읽을 당시 침대 시트 밑에 두고 자기 전에 몇 장씩 읽었던 것이 기억나 웃음이 난다. 막상 읽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 제목이란 것이 책의 선입견을 형성해 초중반이 넘어가야 이에 대한 오해가 풀린다는 걸 감안할 때, 책 제목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은 건전한 성교육 지침서다. 읽기 전에 그러한 오해(여성잡지에 자주 실리는, 혹은 자극적인 내용이 많이 차지하는 그런 책)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