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권의 소설이 아닌 비주류권의 소설

이제껏 인도 작가의 서적을 읽어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서적들이 대부분이었다. 영화제에서 거둔 성적이 없었다면, 관심조차 안 가졌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도는 미국이나 유럽의 자본들이 만들어낸 블록버스터에 비친 허구에 지나지 않아서, 흡사 007시리즈에서 보여졌던 한국처럼 현실과의 괴리가 커서 믿을게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카스트 제도와 타지마할밖엔 모르던 내게 인도의 생활상이나 문화상은 내게는 아주 많이 생소했다.

이 소설의 진행은 12개의 문제별로 그 문제의 답을 알 수 있었던 주인공의 삶의 경험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서 주인공의 삶이 시간의 배열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 하나하나의 문제의 답을 알아가면서 주인공의 삶도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이 참 즐거웠다.

해피엔딩! 한국의 전래동화에서 보여지던 주된‘권선징악’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정직하지 못하고 나쁜 짓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은 결국엔 호된 죄값을 치르거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구조가 이 소설에서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먼저 11번째 문제에서 과거 자신이 베푼 40만루피의 호의로 인해 정답을 맞출 수 있게 되고, 1억루피라는 상금을 확보하게 된다. 12번째 문제에서는 하나의 히든카드로써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퀴즈쇼의 진행자가 바로 자신이 어머니처럼 좋아했던 여인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자 운명의 배우자를 망가뜨린 동일 인물이며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퀴즈쇼에 참가했으나, 실패로 끝나지만 퀴즈쇼의 진행자는 결국은 주인공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죄값을 치르게 되는 부분이다.

현대 인도의 어두운 면과 암울한 부분도 엿 볼 수 있었다. 관광지의 불법가이드(주인공이 처음 가이드로 돈을 번 이야기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유명 명품을 모방한 모조 시계, 리바이스 청바지, 장애우 앵벌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창녀, 잔재한 계급제도(공주라느니...), 광견병에 걸린 개들, 사생아, 집단주택단지 등등... 그리고 인도의 현대의 생활상들을 읽는 내내 짐작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확실히 오락성과 시대의 반영이라는 과제도 해결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개봉한 영화나 한번 보러 가야겠다.

20대의 종말을 10개월 여 놔두고, 오빠방을 서성이다가 손에 들게 된 책이다. 오빠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공감이 갔다고, 정말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쓴 책 같단다. 그러면서 김혜남 작가의 또 다른 책‘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를 읽는 걸 보고, 청승맞다고 쳐다봤다. 요즘 신간소설들에 푹 빠져있던 난 고리타분한 심리학 냄새가 풍기는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전공과도 무관하지 않거니와, 당췌가 이런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읽다보면 인생이 점점 무기력해진다고 하나...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과 사용하고 있는 방어기제들이 어떤 이유에서 나온 것인지 살펴보면 심한 자괴감이나 자격지심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다. 

이 책 그래도 생각보단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고리타분한 전문지식들만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파트별로 실례들을 들어서 술술 읽어 갈 수 있도록 기술해 놓은 점이 좋았다. 전환기에 놓인 지금, 더 이상 시운행이 아닌 정상운행 괘도에 들어가는 지금의 시점에서 내 직장과 결혼, 미래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평생직장도, 평생배우자도, 평생재산도 없는 현대인들, 특히나 여기저기도 편입되지 못한 30대들이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비록 가는 길이 험난하고 때론 넘어져 다칠수도 있지만, 
인생에서의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中 -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작품

간결한 편지와 삽화만으로 모든 내용을 짐작케하고, 감동을 주는 책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

리디아는 아버지의 긴 실직생활과 어머니의 일감이 떨어지면서 집안 가정형편이 기울자 외삼촌댁에서 머물게 된다. 외삼촌 또한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리디아를 떠맡게 되어 그다지 얼굴이 밝진 않지만, 리디아는 조그만한 씨앗에서 꽃을 피워내듯 외삼촌의 마음속에도 꽃씨를 심는다. 나이도 제법 많지만, 부인도, 자식도 없이 살아가는 외삼촌에게 리디아는 축복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리디아의 시’ 선물에 읽고나서 주머니에 넣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는 무척 기쁘고 감동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깊은 애정만큼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도 리디아를 진정으로 아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디아는 외삼촌에게 놀라운 선물을 하게 되는데, 이는 외삼촌의 마음처럼 휑량한 건물 옥상에 온갖 식물들의 꽃씨를 심는다. 그리고 만개할 때쯤 외삼촌을 옥상으로 초대한다. 외삼촌은 밝게 웃진 않았지만, 그 대신 꽃으로 장식된 커다란 케잌으로 마음을 나타낸다. 아버지가 취직을 하게되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리디아를 역사에서 꼬옥 안아주던 외삼촌의 모습이 눈에 남는다.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어른의 마음까지는 헤아리기 어려울 수 있으나,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