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읽어보고 몇 장 넘겨보다가 불륜소설 같기에 덮었다가 달리 할일이 없기에 다시 집어 들었다. 사실 프랑스 작가였기에 파리여행의 향수를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손에 들게 된 책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성인용 데미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껏 살아오면서 탈 없이 찡그릴 일도 없이 살아온 그는 한 번의 감정의 흔들림(외도)으로 인해 이제껏 안락하게 지켜온 결혼생활에 큰 변화를 맞이한다. 화도 내지 않고, 쥐 죽은 듯이 아내의 의견에 고분고분 따르던 그가 그 사건 이후, 더 자신을 감추고 그녀에게 맞추려고 한다. 아내는 심리적 돌파구이자, 남편에 대한 복수로 자신과 동일한 피부색의 남성과 바람을 피우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남편은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아내의 끊임없는 남편을 향한 애증은 폭언과 폭력으로 주인공을 피폐하게 만든다. 잠시 추스르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남편은 우연찮게 자신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동일한 피부색의 여성을 만나게 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아내와 헤어질 것을 꿈꾼다. 하지만 아내가 눈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삼킨다. 불행하지만, 한 발짝을 내 딛지 못하고, 계속 참고 인내하고 비겁하게 숨으려고만 하던 그는 이탈리아 연인으로 인해 점점 변해간다. 감정의 표현을 막는 가면을 벗어내고 자신을 내 보일, 데미안으로 치면 알을 깨고 나올 용기를 얻게 된다. 시종일관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전개되는 이 책의 백미는 바로 남편이 아내에게 모든 불만과 심경을 토로하면서 감정을 분출하는 부분이다. 의사소통 또한 중요하게 언급되는데, 필자는 흑인과 백인의 문화차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놀라운 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심경과 불만을 토로할 때, 아내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점이다. 그만큼 아내는 남편에게 솔직한 감정의 피드백을 바란 게 아니었을까?
- 본문 中 - ...세상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었거든.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거친 삶이지. 인생이란 언젠가 익숙해질 때까지 수도 없이 대가리를 처박게 만드는 냉수마찰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행동이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말아야 돼. 비상시에는 웬만한 불편쯤 감수해야 하는 법이니까. 가차없이, 인정사정 보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