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뮈소의 대표적 소설들 [사랑하기 때문에], [구해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중에서 어느 소설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이 책을 꼽고 싶다. 시간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기존의 타임머신이 아닌 알약 한알로 자신의 운명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결국은 결실을 맺게 되는...그래서 인간은 정해진 운명조차도 바꿀 수 있는, 기적을 일궈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소설이었다. 사실 내가 읽어 본 이 4권의 소설들의 독특한 공통점들을 추려보자면, 시간의 이동이 자유롭다는사실(특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공을 초월한 만남), 그리고 인간은 정해진 운명이 있지만, 그 운명을 넘어서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작가는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 더해 소설의 기저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랑이라는 인류애를 품고있다는 점(아버지의 자식을 향한 사랑, 이성을 향한 사랑, 아내를 향한 사랑)에서, 그리고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마음이 흐뭇해지는 소설들이라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 한가지 오류로 인해 더 정감이 간 부분이 있는데...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이 폐암으로 죽고 난 후, 친구는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그 주인공이 사랑한 여자에게 일어난 일들을 설명하고 다시 과거로 가게되는데 이때, 이 여자는 과거가 바뀌어 현재가 바뀐 이후에도 바뀌기 전의 과거의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는 과거로 가서 현재를 바꿀 때마다, 주인공 이외의 어떠한 사람도 바뀌기 이전의 사실들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마지막에는 이야기의 설정상 여자가 과거가 바뀜으로 인해 현재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인지하게 해버렸다는 점이다. 아마 집중해서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오류인데, 작가는 자신이 설정한 과거와 현재사이의 법칙을 마지막에서는 무시해버리고, 해피엔딩으로 맺는다. 어쨌든 그러한 점에서 작가의 행복한 결말을 향한 의지를 볼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와인이라고는 마트에서 사다먹는 *모건데이비드 콩코드가 전부인 내가 왜 이 책을 들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읽어보니 단순히 와인을 알아가는 교양서적이라기보다는 샤토의 주인들이 어떻게 포도밭을 일궈나갔고, 고난을 이겨나갔는지 그 끊임없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오늘날의 와인 명가를 이끌어 낸 한 유대인 가문의 자서전적인 성격에 가까운 것 같다. 책의 구성은 1부가 로스차일드가의 생성과 부흥 그리고 쇠락, 그들의 사회전반의 활동내용을, 2부는 로스차일드가의 열정과 도전정신, 자부심으로 보르도 최고 와인의 반열에 오른 무통 그리고 최고와인의 명맥을 이어가는 라피트를 중심으로 서술된다. 특히, 샤토 무통 뿐만아니라 보르도 최고의 4개 와인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필리프 드 로스차일드란 인물이 가장 중점적으로 서술된다. 그는 2등급에 불과하던 무통을 끊질긴 노력끝에 1등급 와인판정을 받아내고, 오늘날의 바롱 필리프 드 로칠드사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그는 샤토에서 직접 병에 채워 와인상인들의 손을 타게 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없애고자 했으며, 내용물뿐만아니라 와인을 담는 병 또한 관심을 기울여 살바도르 달리, 니키 드 생팔,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같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에게 의뢰하여 매년 새로운 그림으로 와인병을 치장하였으며, 자신의 싸인을 넣음으로써 와인의 품질을 보증하였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생산자 확인 및 유통단계 등에 신뢰감을 넣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과 별반 다르지 않은, 당대에는 획기적인 마케팅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한가지 의식하게 된 것은 로스차일드 일가가 유대인이라는 것. 당대의 모진 박해와 역경을 딛고 오늘날의 성공을 일궈낸 가문이라는 것이, 최근의 가좌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행태를 볼 때 정말 북한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독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거...  

* 미국 뉴욕의 ERIE호 인근에 위치한 모건 데이비드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며, 스위트한 맛과 향기 그리고 매력적인 칼라로 초짜들이 가장 싸랑하는 와인으로써, 우리나라 판매고 부동의 1위 상품.

종자돈 굴리기를 외치며 주식투자에 큰 맘먹고, 동양종금과 미래에셋을 방문해서 계좌를 텄다. 이리저리 비교해 보니, 동양종금의 경우 CMA혜택이 많아서 잔돈은 거기다 털어 넣고, 미래에셋으로 국내외 주식를 해 볼 요량이었다. 그때가 2007년이었으니, 현재는 동양종금 W-CMA로 바뀌고, 개미들의 해외주식거래도 제법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수영 하나 못하면서 주식이라는 망망대해에 뛰어들어, 짠 바닷물에 패대기질을 당해봤으니... 직장의 주식투자 10년차 베테랑(사실 이 분은 10년 동안 벌어놓은 게 하나도 없다)의 도움을 받아 몇 백원짜리 잔돈 주식들을 긁었다가 피똥도 한 번 싸 보고, 주가 급락에 내 가슴도 땅바닥으로 떨어져‘작전’이라는 영화보다가 울어도 봤다. 그러다 최근에 바닥 들러붙어있던 주식이 1300선을 뚫으면서 그나마 복구가 좀 되긴했지만...주식은 도박이다.

음식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서적에서는 내용의 유효기간이 있다. 컴퓨터 자격증 서적들이 프로그램 버전이 바뀌면 폐기처분되듯이 주식에 관련된 서적들도 흐름을 탄다. 주식에 대한 전문용어와 기본철학 등을 논하는 서적이 아니라면, 추세와 흐름을 논하는 서적들은 사실 유효기간이 상당히 짧다. 박현주 미래에셋 사장이 직접 쓴 돈과 인생에 대한 철학을 담은 책이라 관심을 갖고 손에 들긴 했는데...내 감상평은 딱‘주식이라는 판타지에 자기자랑 연대기’랄까?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이를테면, 워렌버핏의 투자인생이나 스물일곱 이건희처럼 그의 삶의 투자철학이나 가치관을 연구하여 쓴 것도 아니고, 전문 글쓰는 사람도 아니니 그렇긴 하겠지만, 파트별로 나눠놓기만 했을 뿐 역자가 전하려고 했던 것을 선명하게 그려주지 못하고, 자기 쓰고 싶은대로 막 쓴 느낌, 배울만한 내용도 벤치마킹할 만한 부분도 없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게 아니라, 정직하고 깨끗하게 벌어서 잘 사용하는 거라고? 피같은 수수료 떼서 돈을 잘 사용한 적이 있기는 하나? 주식전문가 양성하는 거? 어린애들 외국 내보내는 프로그램 운영하는 거? 바람넣지 말자! 그게 환원이라 할 수 있나? 그것도 아니면 잘나가는 프로골퍼 피같은 돈 쳐발라가며 스폰서 한거? 늙은 노인네들 꼬셔서 노후를 편안하게 보장해 준다는 거? 웃기지 마라 노후에 펀드 투자했다가 쪽박차고 골방에서 안 죽으면 다행이다. 대체 이 사람은 모든 상황을 수익의 관점에 보는 것 같단 말이지...규제가 완화되어서 자기들이 좀 더 크게 해 달라는 이 말까지 곁들이면서...이 책 읽는 내내 역겨웠다고 해야하나? 기업가들의 가식을 볼 수 있는,‘이쯤 컸으니까 나도 책 좀 내 보자’속물근성이 아주 듬뿍 담긴 책이라고 하면 맞을 거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선 단연 최악...이었다. 참고로 나는 미래에셋에는 절대 어떤 억하심정이나 적개심같은 건 없다. 다만, 내가 이 책을 읽기위해 투자한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