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귄터의 프로필 -

이름 : 귄터
종 : 돼지개
사는 곳 : 내 마음속
성격 : 게으르고 고집불통, 매사 부정적
취미 : 포기하기, 후회하기, 불평하기
특기 :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 계속해서 같은 실수 하기, 아무일도 아닌데 겁부터 먹기, 무슨일에건 꼬투리 잡기
좋아하는 단어 : "난 못해" "이미 늦었어!" "나중에 하지 뭐!" 
좌우명 : 하고 귀찮으니, 안하고 편하게 산다. 모든 일은 우연일 뿐이다.     

이 책은 돼지개 [귄터]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독자에게 전하는 자기관리 지침서이다. [Who moved my cheese?] 에서 현실에 안주하는 쥐와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는 쥐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변화라는 하나의 과제를 던졌던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귄터를 통해 104가지 지침을 던지는데, 사실 캐릭터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 말고는 내용 자체는 평이하다고 볼 수 있다. [용기를 북돋워주는 자기암시를 하라!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 끊임없이 도전하라! 과거는 과거일뿐이다! 건강을 관리하라! 시간을 관리하라! 좋은 관계를 맺어라! 언행일치! 여유를 가져라!...] 이 많은 이야기들을 한 페이지의 삽화와 한 페이지의 몇 구절 글귀들로 언급을 해 놓았으니 그냥 수박 껍데기만 깎아 놓고 알갱이는 못 먹은 느낌이랄까? 이런 지침서들은 대부분 소설 읽듯이 한번에 읽지 않고, 끊어서 날마다 조금씩 꼽씹어보면서 읽는 편인데...그냥 1시간동안 다 읽어버린 책이다. 와닿는 부분도 없고, 시야가 확트인다는 느낌도 없고, 한마디로 [먹긴 먹었으되 소화 안되어 나온 수박씨]같은 책이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그려지는 세밀한 묘사들은 헐리우드 영화제작을 겨냥해 쓴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비쥬얼적인 면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잘된 번역 덕도 있겠지만,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읽는 내내 문장이 정갈하고, 깔끔하게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면 전개마다 53개의 장으로 나누어 깔끔하게 화장실 갈 타이밍을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끊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기존 고전물들에서 보여지는 감춰진 범인찾기와 수수께끼의 연속, 단서 찾기에 주력하기보다는 주인공이 형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점을 인지한 시점부터 범인을 오픈해서 보여줌으로써, 기존에 읽었던 소설들과는 차별화된다. 여기서 코넬리의 ‘독자속이기’는 대성공을 거둔다. 범인의 초반부 등장에도 불구하고, 전혀 루즈하게 흐르지 않고 팽팽하게 전개되다 마지막에 가서는 뒷통수를 제대로 2번 얻어맞게 되는, [처음에 드러내놓고 제시한 시인]과 [두번째 긴박하게 실마리가 풀리면서 나타나는 시인], 그리고 겨우 page13장반을 남겨놓고 [막판뒤집기로 밝혀지는 진짜 시인], 코넬리의 ‘독자속이기’는 성공했다. 43장을 읽고 나서 범인이 죽으면서 ‘이대로 끝나나...뭐야...결국 이게 결말인가?’하는 의구심에 뒷 페이지로 가려 손이 근질근질 거렸지만, 꿋꿋이 참았던 것이 결말에는 나에게 대만족을 가져다주었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인데다, 치밀하고 탄탄한 구성, 기자특유의 깔끔한 문체까지 간만에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다. 특히나 범죄분야 또한 기차게도 아동성애, 동성애 범죄로, 요즘 한창이나 관심영역이 아닌가... 친절하지만, 친절하지 못한 코넬리. 노출된 범인은 가정환경, 성장배경, 과거이력, 행동거지, 범행동기까지 모든 것이 오픈되어 친철하게 언급이 되어지지만, 정작 진짜 시인의 경우에는 단지 강박적인 성향을 언급한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드러난 것이 없다. 코넬리는 결국, 책속에서 언급한 시인은 “달나라에서 온 자들”이란 어구를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존재로 남겨둔다.  

일본전산[日本電産] 이야기

누가 매를 들지 않는 훈육이 바른 훈육이라 했나? 어릴 적부터 나는 잘못한 경우에는 따끔하게 매를 맞고, 뉘우치는 기색이 보일때는 타이르고 어르는 어머니의 가르침 아래 컸다. 나가모리 사장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요즘의 시류와는 역행하는 ‘호통치기’로 오늘날의 일본전산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무식하다 느낄 정도로 단순한 일본전산의 모토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는 그의 우직한 고집과 집념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똑똑하지 못하고, 실력이 떨어지면 그 만큼 두 배로 노력하면 된다. 쉬운 것만 찾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 안된다는 논문을 쓰는 기업은 망한다. 짬밥이 실력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마라. 꾸중을 들을 줄 아는 조직, 나무랄 줄 아는 조직이 되라. 어설픈 정신상태의 일류보다 하겠다는 삼류가 낫다.(감점주의가 아닌 가점주의)] 이러한 나가모리 사장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조직에 스며들어, 1마리의 늑대가 이끄는 100마리의 양이 아닌, 100마리의 늑대가 이끄는 기업으로 변모하게 한 것이다. 대기업들의 늘어지고 나태한 근성들을 깨고, 언제나 새로 잉태한 작은 기업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하고, 변모해 가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100년 후에도 그 기업이 건재할 수 있게 하는 열쇠이다. 매너리즘에 빠진 기업은 10년 후에, 20년 후에는 볼 수 없다. ‘일본전산’은 사실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한 걸음씩 진일보 할 때 기업이 발전한다는, 모두가 일류여야 기업도 일류라는 생각을 지향하면서도 그것을 뒤집은 사례이기도 하다. 나가모리 사장 그 단 한명이 ‘일본전산’을 있게 한 주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어찌됐건 ‘일본전산 이야기’는 단순히 기업에 적용이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개발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6가지 기본[정리, 정돈, 청결, 단정, 예의, 소양]을 제대로 지켜나간다면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던 간에 그 사람은 돋보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