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가파르게 고꾸라지고 있는 것쯤은 팍팍한 사람들의 인상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의 경자라곤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던 내가 한순간에 머리를 쥐어뜯어 가며 경제를 공부하려는 까닭에도 아마, 이 최악의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 경제가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분명 수도꼭지를 틀어막고 전기코드를 죄다 뽑아버리고 전등사수에 발벗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차례 올라버린 전기세를 감당키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몸소 느끼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은행금리,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로 투자를 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살기에도 벅찬 요즘, 왜 그런지 부터 이 책은 이야기를 풀어 놨다.

 

한국 노동자들의 힘과 권리가 약하기 때문에 선진국보다 은퇴시기가 6~9년정도 빨라지면서 비정규직과 자영업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단다. 그렇다고 해서 은퇴 후를 보장받는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도 않다.

착잡한 현실이다. 수십년간 몸바쳐 일한 회사는 이제 녹슬었으니 나가라고 등떠밀고 자식들은 아직 대학생이고 기대수명은 늘어나서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은데 대체 어쩌란 것인지. 지푸라기라도 던져줘야 부여잡을 텐데 현실은 냉혹하다. 그래서 자영업에 뛰어드는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폐업을 맞이하는 수도 그에 비례한단다. 그런 까닭에선지 자살율도 1위를 내달리고 있다.

 

대학생들은 사교육비를 퍼부어가면서 죽어라 스펙을 쌓아댔지만 경력 부족이나 과도한 경쟁율 등의 기타 사유로 취업의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기에는 벅차기만 하다. 죽기살기로 달려들어 취업의 자리를 선점한다쳐도 그 순간부터 빚더미에 앉기 시작한다. 그 놈의 학자금 대출이 떡하고 버티고 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집값은 그저께도 어제도 오늘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내일도 그럴 것임에 두말할 것 없다. 빚을 지면서까지 부자가 되겠다고 큰 기대를 끌어안고 집을 산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 자산의 규모가 금융부채의 2배를 넘고, 이자가 붙는 금융 자산이 국가적으로 100조원 가량 많다. 부채가 있는 기구 중에는 자산이 있는 기구가 많다." 2012년 4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뱉은 말이란다. 해석하자면, 금융자산이 부채의 2배인데 부채가 많은들 뭐가 문젠가. 라는 말이 되겠다.

착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지, 그런척을 하며 놀려 먹으려는 속셈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채는 부채일뿐이다. 소수의 등따시게 배불리 먹고 자는 부자들이 쟁겨둔 어마어마한 재산과 빚에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의 부채에 결코 평균의 잣대를 들이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부채는 자산인 시대를 갔다. '사 두면 오를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을 안겨주던 그 때는 그 때일 뿐, 지금은 안녕을 고한지 오래다. 거품이 다 걷히고 난 뒤의 후폭풍을 거세게 맞고 있는 요즘 어느 세대고 연신 고통에 신음을 내뱉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이런 시대를 물려줘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이 책을 집필한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정직한 경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사회를 이끌 전문인력을 키울 계획을 세우고, 부동산 하락을 경고하는 등의 사심 없는 분석으로 사람들에게 든든한 재정적 울타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단체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겨울철 보일러값 아끼겠다고 냉방에서 얼어 죽는 기가 찬 상황이 두번 다신 발생하지 않는 따뜻한 세상으로 물들어 갔으면 한다.

 

	기대 수준을 낮춰라. 박근헤 정부가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걸을 향후 5년이 위기의 지뢰밭 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인의 경우, 부채라는 퇴관이 확실하게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책이 나오든, 어떤 위기가 닥치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가. 다 같이 요구하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변화의 방향은 무엇일까.

저자가 고양이의 열렬한 애호가인 여자일 것이라 지레 짐작에 불과했던 틀을 보란듯이 깨부숴 버린, 예상치 못하게도 현 경제학자가 집필한 에세이다. 안경 추켜 세우며 까탈스럽게 수치를 달달 나열할 것만 같은데 뭐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한낱 고정관념에 꿰한 것일 뿐이지만. 어여삐 돌보는 고양이 녀석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놓은 그의 의도가 다만 궁금할 따름이었다. 단순히 에세이인지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싶었던 건지. 혹 이면에 숨겨둔 뭔가가 있다든지 한건지. 얼른 들춰봐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아날로그라니. 게다가 감성의 대명사 아날로그 라니. 

 

 

 

 

 

돌보고 돌아보며 사랑을 배우다 :D

 

 

 

아날로그 사랑법'

 

 

주인공들 납셨다. 야옹구부터 바보삼촌에 생협 그 이름도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게중에 최대출연자로 공로상까지 수상해줘야 할 녀석은 아마 '바보 삼촌'이란 녀석이 아닐까 싶다. 읽다보면 알게 된다. 밥그릇 쟁탈전에 빠지지 않고 덩치값 못하고 철도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이다.

 

 

 

세상에나. 몇 장 안 넘겨서 마주친 녀석들은 마치 ctrl + c, ctrl + v를 해 놓은 듯 쌍둥이 꼴 같았다. 물론 자세히보면 판별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쉽게 분간이 가진 않았다. 예전 친구 집에 갔는데 무려 7마리의 고양이가 터잡고 있었는데 도통 이 놈이 아까 그 놈이었던지 저 놈이 아까 그 놈이었던지 알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없는 눈썰미가 한꺼번에 들이대니 뭐 보일턱이 있나. 그저 팽팽 돌아가는 거지. 다행인 건, 전혀 밉지 않게 생겼다는 것이다. 심술궂게 생긴 녀석들이 잔뜩 있었더라면, 아찔하다.

 

 

집착을 대동한 소유욕은 거대하리만치 덩어리진 그물망이나 다름없다. 덫이라해도 무관하고. 사랑이라 둔갑하려 치지만 그 형상이 그림자만큼이라도 내비치기 마련이다. 얼핏 봐도 티가 난다는 게다. 그렇듯 무릇 꿰할 수 있는 건 온전히 자신뿐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집착과 무관심 그 사이의 어디 쯤에서 어느 한쪽에도 치우쳐지지 않게 무럭무럭 사랑을 키워나가는게 좋을듯하다.

 

 

생협. 새초롬한게 보호본능을 자극해댄다. 그런데 이 녀석, 휘몰아치던 겨울 바람에 휩쓸려가버렸다고 한다. '고양이별'이라 일컬어지는 하늘 저편으로. 건네진 사진으로만 봐도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데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첫 대면한 나도 이런데 더군다나 품고 지낸 저자는 오죽일랑 할까 싶었다. 한편으론 대단한 것 같기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게다가 한떨기 꽃마냥 바람에 흩날릴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 찰나가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진한 애정을 쏟아붓고 그 뒤편에서 단도리 여며댔을 것이니.

 

 

 

갸륵한 마음이었다. 지레 짐작할수도 없고 가늠할 수도 없지만 분명 알 것 같았다.

 

 

 

간혹 가다 팔자좋게 배를 버젓이 드러내놓고 드러누워있는 동네 강아지들을 목격하곤 한다. 다 그렇단건 아닌데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 '내가 지금 너였다면. 나도 지금 너처럼 그럴 수 있다면.'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베알이 꼬여버린 몇 사람들이 얄궂게 지어낸 말 같기도 한 말도 순간 비집고 들어왔다. "개 팔자가 상팔자네." 그렇다고 해서 얄밉다거나 한 건 아니다. 다 저마다의 인생이니까.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 조건이 있다면 그건 한번뿐인 인생이란 거겠지. 굳이 그 인생에 틈새로 기어들어가서 시시콜콜 간섭하고 무조건적으로 굴복시키려드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 삼시세끼 챙겨주는 밥과 비바람 막아줄 보금자리, 함께 거니는 산책길 그 정도를 마련해주고 보호해주는 것. 그것이면 족하지 않을까.

 

어느 책에선가 지금까지가 행복했었다고 말한 사람이 제일 불행하다는 구절을 읽어 내려간 적이 있었다. 그 말인 즉슨, 그렇게 단언할만큼 지독하리만치 시린 풍랑을 맞아 곧 가라앉기 직전이란 것 같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진채로 가슴에 혹 하나를 달고서 말라비틀어진 정신머리를 부여잡고 내일은 없다 치부해 버린 절망에 검게 그을려 버린 삶. 부를 틀어 잡고 있는 사람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건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이고 힘껏 쥔게 희망뿐인 사람들은 몇몇을 제외하고선 끝내 그 희망뿐이었다로 마침표를 삽입해 버리니 그 주역의 멱살을 잡아내려쳐도 당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행복의 행방이 묘연해진 탓은 누구에게 해야 되는지만 목청껏 외쳐댔다. 뿌리만 깊게 틀어박혀 있던 원망을 뽑아내 버리면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행복은 우리가 흘려보내는 순간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일텐데 안타깝게도 말이다.

 

 

녀석들에게서 투과된 우리의 삶을 들춰보는 것 같았다. 진솔하고 소소하고 투박하기 그지 없는.

 

연신 감탄사를 불러일으킨 주범이었다. 닳아 없어질때까지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스며들었고, 기꺼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줄 수 있겠다 생각이 주렁주렁 매달릴 도로 귀여웠다. 물론, 그 외모만으로 평해서 인형 고르듯이 골라내어 구경을 일삼다가 채 때가 타고 낡아 지기도 전에 내팽개쳐 버리는 그런 얄팍한 짓은 안 될 말이다. 고양이는 분명 반려동물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내게만 부여된 막중함 임무이겠고 수행능력 평가기준은 최선을 다했는가로 채점될 것이다.

 

 

결국 책의 맨 뒷장을 덮어버리는 순간까지 아빠고양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역시 오리무중인지는 알길이 없으나 다만 책 속에서 마주친 정으로 건강히 살아만 있으면 좋으련만 했다. 더 한보 나아가라치면 다시 가족이 똘똘뭉쳐 그 소식이 내 귓가에도 깃들 수 있으면 곱절 좋은게고. 언제까지 살아갈지 모르듯 언제까지 함께할지 모르는 녀석들과의 기억이 초점에서 흐릿해져 가는 건 별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서 더 금싸래기같이 소중한 추억을 쌓기에 충분하고 기억저편에 행복했었다고 기록될 거리들의 분량을 늘려갈 수 있는게 아닐까.

 

 

엉켜 널부러진 빈그릇들을 치우고선 남은 반찬들을 양푼이에 싹싹 비벼서 먹곤 하는 엄마. 꿀맛이야. 엄만 이것만 있으면 되. 하던게 피어올라서 온 마음을 첨벙첨벙 뛰어다닌다. 그러하듯이 누구네가 됫건 고양이가 됫건 투둑투둑 애꿎은 눈만 못살게 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차 오른다. 이내 삭혀지지 않는 뜨거운 온기가.

 

 

그러고보니 소통이 관건인 것 같다. 마주보고 있으면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런 함께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만 머리속에 불티나게 타이핑질을 해댄다. 얼른 집으로 직행해 발뻗고 잠이나 퍼질러 자고 싶은 욕구가 항의를 빗발치게 해대는 상황이다. 하물며 고양이와의 소통. 왠만큼 쏟아붓지 않고서야 치닫지 않는 것임에 분명하데 달리 투명한 까닭일까. 주는 마음도 건네어 받는 마음도.

 

 

잠시의 평온과 잠시의 행복. 뙤약볕이 내리쬐는 것처럼 뜨겁게 달궈진 삶에서 그늘진 나무 밑에 당도하여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한입 베어물라는 것이다. 너무 내달리지만 말고 대신 내키는 곳으로 걸어가다가 말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자신이 믿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서 있을 때 긴장이 가장 적고, 후회도 적다라. 마땅한 말인데 목이 꺾어져라 고개를 젖혀대고서 올려다본 시선 끝자락의 곳에 앉아야지만 비로소 안심이 될 것 같은게 팔팔 끓어대는 통에 쫄여지고 있는 마음이렸다. 조금 더 세상의 것을 얹어봐야 내려놓을 변명거리라도 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조금 더 내달려보려 한다. 

 

 

실전에서 놀고 있는 저자의 생생하고 거침없고 적나라하기까지한 폭로전이 시작됫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화살촉이 본인을 겨냥하게 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조립하고 있단 거다. 물론, 금융업의 실체란 공공의 적으로 몰이를 하는 탓에 현저히 떨어지는 위험률이지만 어찌됫건 같은 디딤돌을 딛고 선 곳에서의 메아리니까. 단연 의구심이 솟구친다. 구태여 밝히고자 했던 까닭에 단 한쪽발만이라도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있진 않는지. 그렇고 그렇듯 그런 사람들처럼. 얼핏 위한다지만 혹 그 이면엔 혼란을 틈 다 야금야금 갈취해가려는 약아빠진 수작이 내포되어 있진 않은지.

당신은 정말 진실한건지.

 

 

저자가 팔 걷어붙이고 짚어내려간 건, 먼저 완벅한 현금흐름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었다.

첫째 급여통장으로 통장을 분리하라는 것이다. 한 때 앞잡이 노릇을 톡톡이 해냈던 통장쪼개기는 재태크의 출발선에서 시작을 알리는 총탄과도 같았다. 누구나가 그랬지만 누구나가 그러기에만으로 그치기 일쑤엿다. 떼창같이 거품을 물고 달려들기에만 급급했지, 그 본질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 방향을 도저히 틀어버릴 수 없으니 같이 흘러가야 마땅한데 말이다. 계좌이체를 하는 지출의 일련의 과정을 하는 그 순간에서도 한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정당한 요구인지 한번 더 마음을 추궁해 보라는 것이다.

둘째는 지출통장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라는 것이다. 전월실적을 목표치 달성하면 커피도 할인, 교통비도 할인, 쇼핑도 할인. 그야말로 할인 천국이다. 겉훑기론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골라타듯 내게 딱 맞는 걸 타면 되는거지만 실은 '전월실적'이란 덫이 놓여져 있었다. 그런 혜택도 결국 돈을 지불하고 얻는 셈이다. 게다가 전월실적 제로도 괜찮다 선언하고 나선 카드도 등장했으니 작정하고 뜯어가겠다는 것이다. 애써 가파른 언덕을 올라왔는데 등떠밀려 미끄럼틀을 타게 되는 꼴이다. 물론, 내려가는 그 순간에 만끽하는 희열이란 게 고작 그 보상이고. 바닥에 다시 내리꽂혀 여간 발악을 해대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는 급행열차를 타게 된 것이다. 단연 곱절로 힘을 들여야 되는 것이니 실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뻔한 상술에 놀아난 댓가로. 

셋째는 잔액통보 sms 서비스를 신청하라는 것이다. 터치 몇번이면 단박에 통장 잔고를 조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거롭게 sms 서비스를 하는 까닭, 돈 아끼라면서 몇백원을 거저 갖다 받치라는 이유는 '경각심' 때문이다. 지출통제 의지를 치켜 세워주고 내 통장잔고가 털려가는 걸 눈 뜨고 코베이는 심정으로 실컷 느껴보란 것이다. 아깝고 억울하기까지만한 그 기분에 흠뻑 취해서 지름신을 대동한 마음모가지를 비틀어버리란 게다.

넷째 비상금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럴바에야 몇푼 더 받겠다고 무턱대고 적금통장에 다 쑤셔박으면 피눈물 머금고 배를 쨀 날이 곧 들이 닥치리니. 겪어본 바 필히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월급 3개월치, 또 누구는 한달 생활비의 2배라든지 경로가 불분명한 정의를 논하는데 느닷없이 뱉어내야 될 굵직한 목돈이 어디 그 범위에서만 펄떡일까. 도통 가늠하기 힘든 것에 대비하는 표본이라고 하기에는 코웃음 쳐질만큼 억지스럽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추려진 정답이란 건 없다. 다만 준비하는 것이다. 내키는 선에서 붙들고 쥐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흔히들 수익률에 집착한다. 0.1%의 더 높은 수익률을 내건 금융상품을 찾아 매의 눈으로 탐색질을 해댄다. 여기서 간과하는 사실 하나, 주는 대로 받아 먹을 수 밖에 없는 수익률을 가지고 밥그릇 쟁탈하듯 다른이 옷가지 잡아 끌며 먼저 가입하려고 엎치락뒤치락 거리는 것보다 온전히 내 의지만으로 지출통제를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타당하며 적합하다는 게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저축률이 70퍼센트라면 지출을 10퍼센트로 줄여 저축을 늘릴 경우 실질수익률 연 7.2퍼센트, 적금으로 환산하면 연 15.6퍼센트이다. 연 금리 15.6 퍼센트의 정기 적금에 가입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률이 50%라면, 연금리 28.4퍼센트 또 30퍼센트라면 무려 58.3퍼센트라는 것.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실컷 바지자락 붙잡고 엉겨 붙어 있던 게 억울하기까지 하다. 당장 상품 출시해야 겠다. 수익률 또한 내가 정하는 100% 내게 끼워맞춘 상품을. 

 

저자가 '최소한 투자에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귀띔해준 건 장기투자, 적립식투자, 분산투자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전문가 흉내나 내면서 억측한 댓가로 홀라당 말아먹어버리는 게 부지기수다. 패인은 여건도 되지 않으면서 욕망에 눈이 멀어 무턱대로 달려들고마는 것이 아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기껏해야 1~2년 묵혀둘 재량이면서 최소 3년을 심어둬야 꽃을 피우는 펀드가 수익률이 증폭할거란 환상에 젖어 있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인지 작대기가 하나 그어진 마이너스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리게임에서 패배자로 낙인이 찍히고 만다. 해서 장기투자로 고수익을 낼 기회를 엿보다가 적립식투자로 '코스트 에버리지 효과'를 적용시켜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묶어 버리고 덧붙여 환매타이밍을 캐치하라는 것. 'Hight Risk, High Return' 고수익은 분명 고위험을 감수한 댓가이고 목표수익과 추적손실한도(목표수익의 -5%~+5%한도)를 세워 욕심에 홀라당까먹어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설령 예측대로 되었다고 해서 내가 실력이 잇다고 자신하는 우를 범하지 말란다. 다만 확률게임에서의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펀드를 잘 고른다고 해서 펀드투자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투자의 성공은 투자원칙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에 좌우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라고 거듭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료 재무설계를 받으면 어김없이 추천받는 상품'이라 일컬어 지는 변액유니버셜, 1년 전 나도 어김없이 부추김을 받았고 덜컷 가입을 했다. 해서 깨나 골치를 썩고 있는데 단연 집중력을 끌어올려 더 유심히 읽어내려 갔다. 유니버셜은 재무설계를 공짜로 만들어주는 1등공신이란다. 단지 증권사나 보험사 중어디에서 판매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보험사 영업사원은 마치 변액유니버셜보험에만 이런한 기능이 있는 것처럼 소개한다. 그래, 그 설계사분도 내게 그러셨다. 이 기능은 오직 이 상품, 변액유니버셜에만 있는 절대적인 권력이나 다름없는 거라고. 실로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는 사업비는 매달 입금하는 보험료에 대해서 10퍼센트 내외, 10년 초과는 5%내외 부과한다. 예를 들자면 매달 50만원씩 납부하는데 사업비가 10퍼센트면 매달 5만원, 1년에 60만원의 사업비를 떼가는 것이다. 틀어막아도 도둑놈이란 말이 기어코 세어나오고 만다. 내가 더 분개하는 이유는, 13%나 물려주고 있으니 개인적인 감정이 일렁일 수 밖에. 눈뜨고 코베인 느낌이 절로 든다. 7년이 지나야 겨우 원금 언저리를 맴돌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박 상품으로 둔갑되어 팔려졌을까. 혹 변액유니버셜보험 내 펀드의 운용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펀드 변경은 이미 정해져 있는 펀드 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가입자가 손 쓸 방도는 없고 게다가 판매하는 보험사 측에서 가입자는 이미 잡힌 물고기나 다름 없을 거니 말 다한 것 아닌가. 보험이란 타이틀만으로도 지레 짐작할 수 있듯이 해약환급금이 막대한 손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그쪽에서 그쪽을 위한 그쪽의 것으로 설계를 한 쓰레기 상품이다.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저자가 내린 변액유니버셜보험의 정의는 장기간 유지하면 유리한 상품이 아니라 장기간 유지해야 그나마 비교라도 해볼 수 있는 상품 이란 것. 당장 달려가 피땀 흘려 번 내 돈 물어내라 멱살이라도 잡고 싶지만 내 손으로 직접 내가 갈겨 놓은 싸인을 떡하니 기세등등하게 들이밀며 오목조목 타당한 이유에 대해서 납득을 시키려 들 것이 자명하다. 상품가입을 유도할 때의 그 화려한 언변이 어디갈 것이며 해지방지팀이란 것도 존재할만큼 이미 그들은 전문적으로 훈련된 인력을 배치해 빠져나갈 수 없게 옭아매 올 것이다. 덫이다. 이건 분명 계획적인 덫이고 빠져나올 수야 있지만 뒤늦게 알아차린 댓가로 선명한 불주사 자국이 남을 것이다.

 

전반적인 재테크의 흐름이라던지 실패의 원인 분석, 그 과정에서의 궁금증 해결, 피해야할 상품 등 경제지표가 하나부터 열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열되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하던 금융회사의 개수작을 낱낱이 들춰내려는 노력이 여실히 깃들어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책 한권에 광범위한 경제 정보를 알차게 추려내어 서술해놓은 능력 또한 인정받아 마땅하다. 많은 조언을 구했음에 분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