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넘사벽. 못 오를 나무 쳐다도 보지말라 했던가. 진정 못 오를 나무인지의 판가름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선 지레 겁먹고 포기를 일삼길 부추기는 말따위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한방이었건 7전8기였건 이미 눈에 들어찬 "위너"라는 타이틀에만 현혹되어 겉잡을 수 없는 착오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 실로 안타까웠던겐지 뭐 어찌됫건간에 결론은 그런 불필요한 소모를 막기 위해 저자는 꿈을 권한다. 얼핏 '빚 권하는 사회를 뒤엎고 '꿈 권하는 사회'를 착륙시키고자 하는 것 같기도. 여튼 충분히 권함을 받아 마땅한 현실임은 분명하다. 무조건적인 부축임과 등떠밀기만 난무하는 난리통에서 아직 설익은 청춘들은 뛰지않고선 못배기는 달궈진 불판 위로 내몰려 잔인한 제자리뛰기를 그야말로 미친듯이 하고 있는 듯 하다. 더 높이 뛰는 것 말고도 더 멀리 나아가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생판 보지도 못한 이가 밑도 끝도 없이 날 응원한다면? 단언컨데 넘사벽은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면? 미디어로 타인의 가슴을 울리는 삶을 살자. 란 당찬 포부를 지닌 최영훈씨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고. 특기는 사실을 알기 위하여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하는 것으로 학점은 소위 '개판'이었으나 학과 수업 중 유일하게 전체 1등을 차지한 수업이 '정보공개청구론'이었다나 뭐래나. 그의 이력이 깨나 흥미롭다. 개설 2년도 채 안돼 4 백만 명의 청년들이 다녀갔고 구독자 2만 4천여명을 거느린 파워블로그 '이상동몽(異床同夢)'의 주인장으로 그 어마어마한 추종자들로부터 '진로정보원장'이라는 트로피도 거머쥐었단다. 국제mia라고 불리우는 좀체 그 정체를 가늠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가 버젓이 드러내놓은 이 책을, 난 '꿈 수집책'으로 칭하고 싶다.
▲▲▲
"넘사벽은 없다"
▲▲▲
잘들어. 고통은 일시적이야. 물론 일 분, 한 시간, 하루, 심지어 일 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지. 그러나 결국은 가라앉을 거고 다른 무언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둘다면 영원히 고통은 계속 될 거야. 겪어내라. 이겨내라. 죽지는 않는다고! 그걸 몰라? 난 정확히 내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했지. 꿈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쳐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고통의 끝에는? 성공이 있다고! 그러나 일단 도달하면, 내가 보장하는데 세상은 네거야! 모두 네 거라고! 세상은 네 손바닥에 있는 거라고. 그러니 고통은 이겨내라고, 그럼 뭐든 네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고.(p.0)
▲▲▲
1장. 진작 누군가 이런 이야길 해줬더라면 ++Prologue. 그래서 난120일 동안 떠났다.
2장. 청춘mia, 길 위에 서 있다 ++Prologue.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은 없다.
3장. 청춘mia, 길을 고민하다 ++Prologue. 가지 않은 길
4장. 청춘mia, 길을 떠나다 ++Prologue. 저도 언제나 후회는 합니다, 다만
5장. 청춘mia, 자신의 길을 걸어가다 ++Prologue. 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 땅의 20대들에게]
여간해서는 어떤 실마리조차 남기지 않아 혼란케하는 것처럼 당최 알길이 없는 저자는 그랬다. 스스로가 부여받은 그 본연의 자격을 박탈하다라. 이 무슨 괴짜 뺨치는 호기로운 객기란 말인가. 단연 그렇다 치부되는 걸 역으로 되돌려보내 버리는 그 용기가 대단을 넘어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남과는 다른 삶을 그렇게나 꿰차고 싶어 안절부절하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정작 이렇다할 변화를 시범치 못한 내게 묵언의 시위와도 같았다. 물론, 무조건적인 차별화를 짚어 가는 궤도가 아니라 대량생산의 현실화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에 물들지 않는 온전히 나 자체만으로도 벅차고 또 버겁기도 한 생을 꿈꾸는 게다.
더 먼저 걸어간 길을 따라가려고만 했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 게 그도 그럴것이 내 길이 맞는지 걸어본 사람만이 알 게 아닌가. 속절없었다. 확답, 아니 어쩌면 내가 갈구했던 대답은 끝끝내 듣지 못했다. 바다 한 가운데서 수영을 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보이는 건 수평선 뿐인데 끝은 없고 시작이 어디었는지도 당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 사태를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는 한낱 발버둥정도로 치겠다. 물론, 구원의 손길에 목말라 있는 건 지금도 기정 사실화한 사실인 건 분명 하지만 구태여 얽매이는 댓가로 끌려 가고 싶진 않기에 긁혀도 보고 흠뻑 젖기도 하고 취해도 보고 비틀거려도 보고 색다른 맛에 산다. 그러다보면 반드시 흐릿했던 초점이 선명하게 맞춰져 그 형체를 버젓이 드러내놓고 있을 날이 올거라 믿는다. 정작 나침판은 나이기 때문이다.
창 밖에 비가 하염없이 내려댔는데 턱을 괴고서 그 비에 감상을 곁들여 보려했으나 '구경은 커녕'으로 만들어버린 창가에 서린 김 같았다. 내가 보려던 세계를 어쩔 수 없는 무수한 것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끝끝내 비가 다 그치고야 말게 되면 어떡하나 싶으면서도 시행치 못한 까닭엔 그만한 핑곗거리가 버티고 있는 이유에서 인 걸까. 말한다. 그러기엔 이미 차 버린 나이라고. 그러기엔 비워져버린 주머니라고. 섣불리 그러하기엔 그럴만한 여견이 따라주지 않다고. 대체 쩔쩔 매는 이유를 수천수만가지나 마련해 놓고서는 어딜 바래. 뭐를 바라는 건데. 개워지지 않은 마음일랑 집어치우지 못할거라면 텁텁한 입속을 헹궈낼 생각일랑 집어치워야 되는 것 아닐까. 걱정하지마라. 두려움 따위의 것은 충분히 내다 버릴 수 있다. 적어도 한번은 데워질 마음이라면.
통틀어 그런 기억이 전무 했을 때, 느끼게 되면 적잖은 당황과 묘한 중독성을 수반한다. '가슴 뛰는 삶'을 살라 하지 않았던가. 어느날 그래, 어느순간에선가 알게 됫다. 글에서만 마침표를 찍어버렸던 게 생생하게 피부로 와닿는 그 느낌을. 날 투명하게 수면위로 끌어올려 놓는다면, 서핑 중 마주친 어떤 일러스트레이터의 어느 일러스트가 처음이었다. 그 길로 괜시레 낯부끄러워 근처에 얼씬도 안 했던 미술학원에 얼굴부터 빼꼼히 디밀었다. 얼떨결에 당첨자명단에 올라 반강제적으로 몰아세워 기어코 내게서 받아냈던 첫 서평을 쓰고 난 직 후,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고장난 라디오처럼 금방이라도 봇물 터지듯 위태롭게 두번째였다. 그리고 세번째, 어느덧 4년만에 조우를 한 커피기계에게서 손수 탬핑하여 갓 뽑아낸 김이 모락모락거리는 커피에다가 손을 온도계 삼아 구슬려놓은 스팀우유를 부으며 숙여가는데 정말 짜릿하게도 그 일련의 과정을 받아들여내는 내 감각이 녹록치 않을줄로만 알았는데 외려 곳곳에서 폭죽을 마구 터뜨려대는 듯 느껴졌다는 게다. 놀랍게도 그 채 가시지 않은 감동을 곱절로 받아낸 건, 그 과정의 끝에 엉성하게 하트를 대변하는 모양새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더딜뿐이지 잊지 않고 응답하는 게 기특할 따름이었다. 세 번, 그렇게 팔딱팔딱 숨통을 틔워주었다.
나이 스물일곱이나 먹도록 '고졸', '자퇴생', '백수'란 타이틀을 달고서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단골 안주거리로 등장했던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하나같이 힐난의 화살촉을 세웠단다. '희망이 없는 놈', '도대체 왜 사는지 모르는 놈' 따위로 치부해 버리면서 우리는 절대 그러지 말자는 말까지 해대니 끝장을 본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단다. 한낱 비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린 일본 오타쿠족 탈을 쓴데다가 알바인생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잉여인간일 뿐이었으니까. 헌데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그 한심하기만 했던 실패자의 인생을 걷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친구가 놀랍게도 말끔한 양복 차림에 외제차를 떡하니 끌고 앞에 나타난 것이었단다. 그의 '7년'은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는게 아니라 남 모르게 꿈을 준비한 7년이었던 것이었다. 설령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꿈일지라고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둔 꿈이 있는, 뜨거운 꿈이 있는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라(P.140) 해서 내려진 저자의 결론이다. 더욱이 실화라, 부푼 풍선을 띄우게 한다. 수정할 내역이 가득찬 인생계획서의 무게가 한 층 더 가벼워 진 듯 하다.
수치로 따지자면 놀라울 따름인데 여기서 엉뚱하게도 든 의문은 통계는 도대체 누가 내고 왜 매번 내게는 물어보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평균점수를, 아니 몇명이 참여한건지도 알 수없는 어떤이들이 달아놓은 댓글을 내게 적용시켜도 되는 걸까. 여튼간에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왜 이렇게 많아. 뭐 그런거 가지고 걱정을 해. 그까이꺼 뭐 대~충 대충. 한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얘기들이다. 그런 얘기엔 당사자가 되보진 않고선 모른다고 야속한 마음만 들뿐이었다. 지나고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건데 말이다. 비누방울을 가지고도 괴물이 와서 빼앗아 가면 어쩌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 벌써 다 불어버렸네. 어쩌지? 이미 일어난일에 대한 걱정, 또 불고 싶으면 어쩌지? 사소한 걱정, 비누방울을 마침내 불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 땐 어떡하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별의별 걱정을 해댄다. 평생 풀어야 할 숙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풀어야할 책임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툴툴 털어버리기만 하면 된다.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면서.
저자는 답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은 없다. 라고. 덧대여 비유를 하자면 아직 23년 밖에 속성되지 않은 내가 이것 저것 찔러보겠다고 나섰더니 하나같이 나중에 하란다. 자리를 다 잡은 다음 그 다음에 하란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삭막해져버릴 인생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그러란 말인가. 그 말에 휘둘렸었다곤 하지만 분명 나도 그들과는 별반 다를바 없는 게 끓어대고 있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내버려뒀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가슴이 뛰는' 기이한 체험을 하고 서야 방향을 틀어 내달리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지체했던 시간이 여즉 아깝지만, 그래서 이토록 달음박질을 할 수 있는 '충족한 여건'을 부여받은 셈이니까.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르다'란 말이 있다.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늦은 까닭에 버스를 놓쳤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서 버스보다 더 먼저 도착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다만, 기한없이 잠수를 하듯 숨이 턱턱 막히고 앞뒤 분간이 안 갈정도로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처절하게 외로운 그 순간을 견뎌내야지만 가능하겠다. 짜릿한 반전이 있어야 그게, 인생이라고 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어느 책 제목이다. 실속있는 빠름만 추구하던 그 틈에서 느림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두 사례이다. <칼의노래>란 책으로 유명한 김훈작가, 그리고 최고의 언론인으로 손꼽히는 손석희 교수이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최고점을 찍은 두 사람이라니 더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독종일뿐이라고 저자는 덫붙였다. 서른다섯살에, 또 마흔셋에. 대단하다라고 밖에 일컬어지지 않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다. 손석희교수는 말했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 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덕분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결 마음에 잡혀있던 주름이 펴진 느낌이었다. 그 길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라두렵다고 해서 힘을 잃거나, 희망을 버릴 필요없다. 당신이 '먼저' 가고 있는 거니까(P.162) 저자는 그 산증인이 될 수 있다며 치켜 세워줬다. 물론, 그럴만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내가 죽지 않는 한 결단코 사라지지 않는 것. 나로 말미암아 나로 데미를 장식할 수 있는 온전히 나에게서 오는 선물과도 같은 게 아닐까. 행복의 조건은 저마다 다르게 내걸고 있다. 이를테면, 누구는 백화점을 기어코 다 돌때까지 쇼핑을 멈추지 않는다.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돈, 그게 없어지면 그의 행복도 사라질 것이다. 누구는 밤새도록 피시방에서 게임에만 미친듯이 몰두를 하고 있다.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돈, 그게 없어지면 그의 행복도 사라질 것이다. 또 누구는 낮부터 부어라마셔라 벌컥벌컥 술을 들이키고 있다. 그 댓가를 지불해야 되는 돈, 그게 없어지면 그의 행복도 사라질 것이다. 먼지처럼 날아가버릴 것일랑 집어치우고 바로 내 속에서 뜨끈뜨끈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수신호 삼아 갈피를 잡아 보란 것이다. 굳이 시야를 더 넓히란 것도 아니고 눈을 감고 내 안에서 그 온기로 가득 메워진 따사로운 그 곳을 한 번 찾아가 보라는 것이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한 줄 한 줄, 글을 읽어내려 갈 때마다 든 생각이지만, 저자는 참 섬세하고 따뜻하고 거리낌이 없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감성적인데 냉철하리만치 직관이 뚜렷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팍팍하거나 하진 않다. 내 머릿속에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준 저자는 내게 적어도 다정다감한 사람이란 것이다. 나 또한, 저자가 말한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우리 꼭, 언젠간 만납시다!"
꿈을 포기하기는 죽기보다 싫은, 융통성이 없는. 내내 파김치가 된 내 마음을 묵혀두고만 있었는데 그래서 쉰내가 폴폴 진동을 해대고 있었는데 찬물을 한바가지 끼얹어 버리는 것 같았다. 저자의 그 말에서 발췌할 수 있듯이 난, 건조한 삶이 단지 먼지가 날리지 않으니 쾌적한 삶이라 단정 짓고 지내려 했다. 햇볕이 들지 않아 꽃이 필리 만무하고 바람 한 점 쉬이 여겨 흩날려버리고 비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짙게 퇴색되어져 가는 것도 삶이라 부여잡고 있었던 게다. 단연 후회를 했다. 그러했던 삶이 아니라 그걸 미처 알아채지못했던 것을. 다행인건지 뭣인건지 깨나 헛물을 덜 캤단 생각이 슬쩍 들도록 내 삶에서 새벽을 가리키는 지금, 그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번이고 잡아끌고 얼르고 달래고를 해낸덕인지 어느정도 내 자신과의 소통이 수월해졌다. 오늘의 귀뜸은, "넘사벽은 없다"로 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