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는 법정스님께서 세속에 얽혀있는 중생들에게 내린 수행 덕목 중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의하시길,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라고 하셨다. 허나 생각처럼, 말처럼 술술 풀려 버렸다면 아마 문제로 제기되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최대의 재앙이라고까지 불리는 탐욕이 분명 스멀스멀 기어올라 물건을 버리는 것에 혹은 버릴 생각에 조차 온갖 훼방을 놓아댈 것이기 때문이다.

풍수지리학자이기도 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저자는 집안에 쓸데없는 잡동사니가 가득하거나 물건이 꽉 차 있으면 기의 흐름이 막혀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이유는 인간이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다. 풀이하면, 집 안(외면)이 쓸모없는 잡동사니로 가득 차 기가 혼탁해지면 내면도 그 영향을 받아 기분이 가라앉아 우울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한다는 말이 되겠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뿐더러 그런 의심조차 해보지 않았던 사안이다. 그렇다면 물건을 버렸을 경우는? 새롭고 멋진 일들이 내 삶으로 스며들어올 것이라며 물건버리기에 확신을 실어주었다.

유독 책과 옷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어렸을 적부터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무조건 사야지만 직성이 풀렸다. 해서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지러지게 울며 졸라대는 통에 결국 엄마는 내 손에 꼭 쥐여주곤 하셨다. 그거 하나 갖겠다고 며칠을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단식투쟁을 했을 정도니 어느 부모가 안 사주고 배기겠는가. 조금 더 크니 시야도 더 넓어지고 손도 더 커져 세상을 통째로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학생 시절,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인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때는 갖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불사 지르겠노라 뛰어들었다. 물론, 그렇게 뼈빠지게 일해서 번 월급은 열흘도 못 가 동이 나 버렸다. 사실, 그래서 더 물건을 버리기가 아까웠는지도 모르겠다. 고스란히 바쳤던 내 지난날들의 수고를 증명해주는 증거품들을 한 덩어리씩 떼어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물건들을 감싸앉고 있으면서 위안을 얻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질물을 내던져야 했다. '그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맞다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할 수 있는 물건이 몇가지가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니라라고 대답하는 물건 또한 그리 많이 않았다. 모르겠다는 모호한 답변의 꼬리표를 단 물건들이 수두룩 했던 것이다. 이래서 어떻게 저자가 말한 100개의 물건으로 줄이기 도전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앞을 막아섰다. 막상 물건을 버리려니 '언젠가는 쓰여질 일이 있을 물건들'이란 생각이 자꾸만 들어 버리고나서 후회할까봐 망설여졌고 심지어는 초조해지고 불안감까지 휘감아대는 통에 갈피를 못 잡고 자꾸만 마음이 들썩거렸다. 이 때, 물건 버리기가 어렵다면 불이 나서 대피할 때 집밖으로 가지고 갈 소중한 물건을 챙긴다고 생각해보라는 저자의 말이 꽤나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물건 버리기 도전에 성공하기 위한 단계적인 방법을 체계적으로 나열해 놓았다. 체크리스크와 물건을 버렸을 경우의 장점, 물건의 목록 작성 예시 뿐만아니라 거실과 방, 부엌, 서재에 이르기까지 정리방법을 각 파트별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세심하고 꼼꼼하게도 짚어준다. 제일 눈여겨 본 곳은 단연 옷장정리이다. 정말 좋아하는 옷들만 남기고 '캡슐 옷장'을 만드는 것을 추천했다. 튼튼한 비닐봉지를 준비해 첫번째는 '중고품 할인매장과 친구'를, 두번째는 '판매할 옷', 세번째는 '버릴 옷' 이라고 써붙인 다음에 분리수거하듯 나눠 담으란 것이다. 그냥 마구 버리면 뒤죽박죽되기 십상이니 차질없는 진행을 위해 순서대로 옷을 버리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입었던 옷을 점검해 입지 않고 처박아만 뒀던 옷들을 과감하게 버릴 것을 종용했다.

정말이지 정리에는 도가 튼 사람이라서 그런지 책 속의 글 또한 순서대로 줄지어 서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마련해 놓은 그 길을 따라서만 곧장 가다보면 한결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책이 더이상 꽂힐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차버린 책장을 어떻게 정리해야 될까 난감하기만 한데 이에 대한 방향은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 귀농귀촌 7가지 성공법칙 * 

1. 농사 초보자가 이익을 내려면 성공한 사람들의 요령을 배워야 한다.

2. 작물을 상품화함으로써 이익을 낸다.

3. 농가에서만 할 수 있는 식품가공으로 이익률을 높인다.

4. 경영 규모에 맞게 고객을 만든다.

5. 성공적인 농가는 매일 빼놓지 않고 기록을 한다.

6. 수중에 자금을 갖고 있어도 설비자금은 대출을 받는다.

7. 농부 개인과 회사를 위한 '관리 수첩'을 활용해서 꾸준히 이익을 낸다. 

작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쿤스트할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이 누군가에 의해 투명망토가 씌워졌다는 소식을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당시엔 관심대상목록에서 제외대상이었던 미술이었기에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앞길을 가겠소 하며 스팸메일 취급이나 했지만 지금에와서는 궁금증이 폭주하고 있다. 당장 타자기를 두들겨 검색을 해보니 도난 작품은 피카소의 ‘광대의 초상(Tete d'Arlequin)’과 앙리 마티스의 ‘희고 노란 옷을 입은 책 읽는 여인(La Liseuse en Blanc et Jaune), 클로드 모네의 ’런던의 워터루 다리‘와 ’런던의 크로스 다리‘, 폴 고갱의 ’약혼녀라 불리는 열린 창 앞의 여자(Femme Devant une Fenetre Ouverte, dite La Fiancee)‘, 마이어 드 한의 ’자화상‘, 루시안 프로이드의 ’눈을 감은 여인‘이라고 하는데 그나마 피카소란 작가는 어렸을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여기 저기서 떠들어대니 물리도록 잘 알고 있지만 그를 제외한 화가들은 당최 누군지 또 어떤 작품을 세상에 들이밀었는지 모른다.

아는 건 딱 다섯손가락에 꼽힌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빈센트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해바라기',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레오나르도 다비치의 '모나리자'. 딱히 알려고 든 적이 없었을 뿐이라고 심심찮은 위로를 던졌지만 이 나이 먹도록 뭐했냐고 반기를 들어대는 마음이렸다. 미술관은 태어나서 딱 한 번 가보았다. 제주 도립 미술관. 안타깝게도 그 날의 기억은 모자이크 처리되어 휴지통에 처박혀 버린지 오래다. 현재 '세계 미술 거장전'이라고 해서 피카소의 작품을 전시중이라고 하니 곧 습격할 예정이다. 허나 세계 각지에 있는 미술관 여행은 당장 떠날 여건이 되지 않아 책으로나마 대신하려 한다.

네덜란드/벤기에 미술관 산책이라. 미술에 제대로 문외한 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연 미술관하면 프랑스의 루브르미술관만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뜻밖에도 네덜란드와 벨기에에도 벌써 걸작들로 단장을 끝마친 뒤였던 것이다. 네덜란드 미술관에는 일련의 자화상과 독특한 단체 초상화 <야경>으로 유명한 렘브란트의 작품(고흐가 앞으로 10년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고 절규했다), 영화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세를 탄 그 소녀상을 그린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등이 있고 벨기에 미술관에는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서』에서 극찬하던 베르메르의 작품, 현재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전광판 그림으로도 제작된 중절모 신사들의, 그 미술가인 르네 마그리트의 이상야릇한 그림들과 기이한 조각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다고 한다. 

게중에 한 곳을 택하라면,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다. 독특하고 낯선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묘한 느낌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곳은 '제 2의 반고흐 미술관'이라 불리울만큼 반고흐 미술관에 이어 두 번째로 고흐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소장품의 수준이 세계 어느 미술관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미술관이라 일단 가면 죄다 반할 것이라 단언하는 저자의 말에 이끌린 것도 있다. 가게 된다면 아마 제일 먼저 반고흐의 작품, <밤의 테라스> 앞에 서리라. 상상이 갔다. 한참동안이나 넋을 놓고 그림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릴 내 모습이. 그리고 묘한 흥분감이 차올랐다. 그의 투박한 붓질이 만들어낸 결을, 그의 말대로 '검은색을 쓰지 않은' 선연한 파랑색과 짙은 노랑색의 대조를, 그가 말하고 싶었던 그만의 세상을 직접 두 눈 가득 담아내보고 싶게 했다.

사연 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위조범 덕분에 단박에 유명세를 타게 된 '베르메르'의 사연이 강렬하게 자리매김했다. 반 메헤렌이라는 미술작품 위조 전문범이 있었는데 베르메르의 원작인 것처럼 속여 그림을 팔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세워 저명한 미술전문가들을 하나둘씩 넘어뜨리며 비웃어 댔지만 그가 선보인 위작 <그리스도와 회개하는 여인들>을 나치의 실세, 헤르만 괴링이 구입하면서 제대로 엮였다. 소중한 네덜란드의 보물을 감히 나치에 팔아넘긴 죄목으로 심판대 앞에 소환이 된 것이다. 별 수 없이 꽁무니를 내리고서 자신의 위작임을 고백했는데 졸지에 나치를 속인 기발한 영웅으로 포장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 그리고 전화위복인 격이다. 간 큰 사기꾼의 헤프닝 정도로만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데 이 덕분에 베르메르는 동네 아이들 입에까지 오르락 내리락 했다고 하니 수고비라도 쥐어줘야 한 판 아닌가. 물론, 자신의 이름을 팔아 이득을 취하려 했던 건 분명 괘씸한 일이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줄줄이 소세지처럼 그림에는 희노애락이 스며든 꼬리표를 달고 있어 농도가 짙은 사색에 젖어들게 한다.

ⓒ빈센트 반고흐, <카페테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