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면 말이 많아질 책일지도 모르겠다.

남자 여자 둘로 구분해서 누가 더 우월한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버리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또한 소재 자체가 부부 사이의 일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해질지도 모른겠다.

하지만 내게는 퍽 흥미로운 책이었고 간접 경험이었다.

나와 다른 성별의 남자의 입장에서 결혼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내에 대한 모습이 어떠한지를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비교하는 건 정말 사내들이나 하는 짓거리다. 다섯살 때에는 장난감 트럭의 크기를 비교한다. 열세살 때에는 성기 크기를 비교한다. 열여덟살이 되면 여자친구의 가슴을 비교한다. 서른다섯에는 전자수첩을 비교한다. 그런 식으로 끝까지 계속된다. 아니다, 끝에 가면 더이상 비교하지 않는다. 멍청이처럼 세상을 뜨니까. 

그러나 오늘날 무척이나 새로운 점은 더이상 남자들끼리는 비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맥주 250씨씨를 마시거나 축구경기를 보며 한가하게 시간이나 때우는 남자들. 그렇다, 남자들은 집에서 마나님과 비교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 몇몇 비교를 예를 들어보겠지만 이기는 건 항상 내 아내다.

 

나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잘난 아내를 둔 프랑스 남자가 책 속 ’나’로 등장한다.

짐작해보건데 이 책의 저자의 모습과 아주 비슷한 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기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루하루 일상의 어떤 상황들에 대한 제목을 붙인 시트콤과 같은 해프닝들의 느낌이었다.

읽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가볍게 읽힐수도, 무겁게 읽힐수도 있을것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성별간의 전쟁에 관한 책이나 혹은 한 성이 다른 성에 대한 승리의 이야기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디 휴머니즘의 이야기와 사랑의 이야기를 보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당부했다.

나역시도 너무 무거운쪽 시선보다는 가벼운쪽과 따뜻한쪽의 시선으로 이 책을 읽었다.

연봉 많은 잘난 아내에 대한 이러저러한 의심을 하고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아내를 사랑하고 그런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한 가정의 가장의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여성으로서의 내 입장에서 한마디만 하고싶어진다.

이 책에서는 점점 더 작아지는 남성의 모습을 이 책 주인공 ’나’의 모습으로 코믹하면서도 안타깝게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이 여성보다 작아지는 남성이 아니라 드디어 대등해지는 단계로 비춰지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 나라에서는 육아와 가정일, 게다가 회사일이란 짐까지 어깨에 지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슈퍼우먼들도 너무나 많다.

이 책에서의 주인공처럼 아내를 도와주는 시간이 실질적인 시간보다 훨신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너무 오랫동안 편하게 살아온 남성들이기에 가능한 느낌이겠다싶었다.

어쨋든 참 재미있고 신선한 책이었다.

마나님의 허락을 받고 쓴 이 책의 후속편도 얼른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우물쭈물 YES하고 뒤돌아 후회하는 헛똑똑이들을 위한 야무진 거절법' 이 책의 부제와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책이 나에게 꼭 필요한 책임을 느꼈다.

그야말로 착한 여자 컴플렉스에 빠진 나였다.

내가 이 사람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니 싫은 일을 거절하기도 어렵거니와 수락해놓고도 계속 마음의 고민은 계속 되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나서도 맘이 편하지가 않으니 이래저래 마찬가지였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나에게는 절대적인 변화와 생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부모의 끊임없는 요구에서 대통령의 명령까지, 맞춤형 현명한 거절법
이 책은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어느 곳이든,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가능한 모든 곳에서 적용될 소중한 정보 그 자체였다.

'노'라고 말하기 주저하는 나 자신의 심리 상태란 어떤 것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의 기준에 맞는 그야말로 나만의 거절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사람하는 사람들, 혹은 어쩔수 없이 꼭 필요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깨지 않으면서도 무리한 부탁을 현명하게 거절하여 나의 마음과 에너지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자신감 있고 우아하게 거절하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즉, 단호함과 유연함, 이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게 하는 책이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필요하듯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모두를 다 생각하고 균형잡게 하는 것이다.

 

거절을 잘하면 인생까지 바뀐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있었던 것은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더 소중한 곳에 먼저 배분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절해서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이지를 따져보기를 권한다.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소중한 나의 진짜 마음을 모른체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조금 덜 중요한 일을 거절함으로써 더 소중한 일을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다.

진짜 내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행복에 더 가까워지는 것임을 말이다.

주인공 '루이스'가 다섯살때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의 선물이 도착한다.

때는 그녀의 13번째 생일이었고, 고모로부터 받은 아빠의 흔적은 정말 가슴 뛰는 것이었다.

아빠가 자신을 깊이 사랑했음은 물론이고, 자신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기록한 인생의 조언들로 가득찬 '매뉴얼'이었던 것이다.

벅찬 마음과 그리운 마음으로 한참을 울고나서야 열어본 매뉴얼에는,

열두살에서 열일곱 살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 열여덟 살에서 스물한 살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 스물두 살에서 스물다섯 살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 스물여섯 살에서 서른살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구분되어져 있었다.

부제 그대로 그야말로 하늘에 계신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사랑의 메시지가 곧 매뉴얼이다.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선물을 받은 열세살의 생일이 됐을듯하다.

 

매뉴얼 규칙>

1.생일에만 새로운 장을 읽어야 한다.(12세부터 30살까지)

2.이것은 너와 나만 아는 매뉴얼이다.

3.다음 장을 훔쳐보지 말 것!

4.앞 장들은 봐도 좋다. 사실은 다시 보기를 권한다!

 

30살의 나이로 돌아가신 아버지였기에 서른살까지만의 인생 조언이 담겨 있다.

'언제든 혼란스럽고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매뉴얼을 펼쳐보렴, 아니 행복한 순간에도..'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빠가 남긴 메시지중 마지막 단계, 스물여섯 살에서 서른살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해당하는 나이의 나이기에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지나간 나의 나이에 해당하는 매뉴얼을 읽을 때는 나역시도 지나간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슴 따뜻했다.

그리고 실제 내 나이에 해당하는 루이스 그녀 아빠의 조언은 내게도 유용한 것이었다.

나보다 조금 나이가 적은 사람이 이 책을 만난다면야 더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으니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에게도 이런 자상한 매뉴얼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빠, 그리고 부모님의 존재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실 힘이 되는 것이기에 더한 욕심은 접을수도 있을 정도는 됐다.

스스로 기특한 마음도 드는 것이 조금은 커가는가보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 보여도, 전에도 말했다시피 '목숨이 붙어 있으면 희망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라. 이 점을 끌어안으렴. (323쪽)

요즘같이 흉흉한 소식들로 가슴 한켠이 횡했던 내게 이 말은 참 힘이 되었다. 어찌 됐든 비록 지금은 힘들지라도, 인생은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걸..

어쩔수 없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사랑하는 딸을 두고 떠나야했던 루이스의 아빠, 케빈을 생각하면 인생을 마냥 비관하기에는 미안한 일이다.

책은 재미있었고 따뜻했다.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소중한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