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맣고 예쁜 책의 겉표지를 열면 미국 지도가 나온다.

그리고 바깥 외곽을 따라가는 점선으로 표시된 어떤 행로에 네군데 바람개비 표시가 되어있다.

시애틀, 샌디에이고, 탬파, 위크스보르 4곳이다.

이것은 이 책의 주인공 브렌트의 여행 경로이다. 그것도 보통 여행이 아니고 <속죄여행>이라는 이름의,

사고로 '리'라는 여자 아이를 죽게 만든 브렌트, '리' 어머니의 요청으로 브렌트는 감옥에 가는 대신 아까 말한 그 4곳, 미국의 네 귀퉁이에 바람개비를 세워야 하는 속죄여행을 떠나게 되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허영심 많던 게다가 아주 큰 죄까지 지은, 브렌트 혼자 버스여행을 하며 바람개비를 만들어 세우는 그 과정동안 브렌트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한다. 

여행동안 달라져가는 브렌트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고, 브렌트가 만든 4개의 바람개비를 받은 서로 다른 4사람의 이야기가 사이사이에 교차되는 방식으로 책은 구성되어져 있다.

 

우리가 행한 모든 일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결치듯 퍼져나간다!

브렌트는 여행동안, 끊임없이 사색하고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그동안을 반성하고 세상에서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바람개비들은 다른 네 사람에게도 브렌트가 느꼈을만한 정도의 기쁨과 깨달음을 전하게 된다.

공부밖에 모르는 메인 주의 소녀에게는 꿈꿔왔던 사랑을,

삶에 지친 거리 청소부에게는 마음의 평화라는 큰 깨달음을,

부모의 끝없는 기대로 힘들어 하는 한국인 입양아에게는 휴식을,

죽음을 앞둔 할머니를 돌보는 우울한 손녀에게는 희망을, 

 

전에 하이킹걸즈라는 청소년 치유소설에서도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감옥으로 보내지않고, 실크로드 횡단이라는 속죄여행을 보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는 처음 접하는 것이라 생소하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 소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독자인 나또한 많은 깨달음을 얻었기에 치유 여행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제 더이상 의문을 갖지 않는다.

반성을 위해 보내는 감옥이 오히려 제2의 범죄를 구상하고 모의하는 곳이 되며, 서로서로 범죄의 방법을 전수하거나 배우게 되는 나쁜 곳이 되기도 한다는 내용을 너무나 많이 접했다.

 

책속에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좀 봐.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해. 우리들 생각처럼 말이야. 한 번의 생각은 쓸데없는 생각 같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인생에 소망이 생기는 법이야. 40쪽>란 말이 있었다.

속죄여행을 하는 동안 하는 그토록 많은 생각은 인생에의 큰 깨달음을 주고, 또한 소망도 생겨나는 법이라는걸 나또한 다시한번 생각해봤다.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생각에 대해../

 

또한 나'혼자' 잘,이라는 생각에 대해 반성하게도 되었다. 우리가 행한 모든 일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결치듯 퍼져나간다..라는 말을 통해

보이지 않게 연결된 무수한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의 마음 속에서는 자신이 만든 네 개의 바람개비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했다. 이 세상 역시 바람개비와 같다. 보이지 않게 연결된 무수한 부품들이 숨겨진 크랭크축과 연결봉들을 통해 행동에서 행동으로, 지구 이곳에서 저곳으로, 수 세기에 걸쳐 이어진다. 191쪽>

 

 

이 책의 저자 '스티븐 런딘'을 만난 것은 대학교 교양 시간이었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피쉬~'라는 책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써내라는 레포트를 내준 교수님 덕분이었다.

그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숨통이 트인 나는 나의 인생을 계획하는 것보다 한창 놀기 바쁠때였다.

물론 독서도 거의 하지 않을 그때, 교수님의 레포트는 참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라 맘잡고 읽기 시작했었던것 같다.

어쨋든, 읽고 난 후 나의 마음은 읽기 전하고 완전히 달라진 것이었다.

부담스러웠던 마음이 무언가에 대한 희망과 열정으로 부풀어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내 눈에 보인 이 책 '한 걸음만 더'역시 별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때의 깨어남의 감동이 아직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오랜만에 책장에서 그 시절의 피쉬를 꺼내 훑어보니 수없는 밑줄에 깨알같은 글씨로 머라고 머라고 적어놨는지.. 읽어보다보니 참 웃음이 나왔다.

이번책도 이 글을 쓰고자 앉아 훑어보니 역시나 많은 밑줄이 그득하다.

나에게 감동 깊은 책이었나 아는 척도가 바로 밑줄 긋고 책을 접는 횟수이니까 말이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다이어트를 할 때 운동시 너무나 힘들어 못하겠다고 하는 순간 하나를 더 해야지 살이 빠진다,라는 말..

다이어트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포기하고 싶은 많은 순간을 맞이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문을 갖거나, 혹은 지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 그때야 말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람에게는 성공이라는 단 열매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쓰디쓴 실패가 주어지는 것.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여 실패를 맞이하는가.

그것은 아마 마음의 문제일 것이다.

이 책, '한 걸음 더'는 제목에서도 그렇듯 이런 포기하고 싶어지는 극한의 순간을 위한 책이다.

힘들고 불안하더라도. 그래도! 한 걸음만 더 내딛어보게 만드는 책.

그 중요한 찰라에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게 용기와 힘을 주는 책이다.

 

"진정한 성장은, 뛰다가 걷더라도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마음에 새겨본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돌파력이 이 버팀의 에너지의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 마음까지 조급해지고 여유가 없어지는 때 내게 행운처럼 찾아온 책이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해줄까한다.

잃어버린 에너지를 다시 느낄 수 있을 때.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 때를 기다린다.

인생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게 하는 힘, 즉 '신명 에너지'라는 것이 궁금한 사람들은 일독을 권해본다.

 

 

내 안의 특별한 악마,

처음 이 제목을 접했을 때는 아멜리에 노통의 적의 화장법 속에 나오는 내 안에 존재하는 내면의 적에 대한 내용일거라고 짐작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생활 속 에피소드 정도의 이야기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참 예상밖이었다.

처녀성을 간직한 주인공 프란체스코에 대한 비판적 풍자가 가득한 '성'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즉, 처녀상을 간직한다는 것은 여성으로서 몹쓸, 아주 몹쓸 존재라는 말로 소설은 시작된다.

얼마나 못났으면 남자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느냐 하는 조롱이 가득한  말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이런 예상밖의 이야기에 조금 당황했으나, 금새 적응이 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의 주인공 프란체스코는 그야말로 '바른생활녀'이다.

그녀 주위 사람들까지 숙연하게 만드는 아우라를 가진, 범상치 않은 착하고 성실한 캐릭터이다.

그녀는 어릴 적 수도원에서 자라나 20대가 훌쩍 지났는데도 변변찮은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봤다.

그러한 실정이니 처음 언급한대로 처녀성도 간직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매력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으며 비범한 아우라로 인해 모델 일도 그만두고 재택 근무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팔에 종기가 생긴다.

왠지 사람의 얼굴으 닮은 인면창에다가, 말까지 하는 종기다. 그것도 이쁜 말도 아니고, 입만 열면 비난에 조롱을 쏟아내는, 독설쟁이.

게다가 팔뚝에 났던 종기가 장소를 옮겨 그녀의 허벅다리와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기까지 했으니,

그녀는 이 인면창에게 '고가 씨'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 종기로 말할 것 같으면, 오랜 시간동안 처녀성을 간직한 몹쓸 여자들에게만 옮겨다니며 기생하며 살아온 녀석이다.

그렇게 어쩔 수 없는 둘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는 3년째에 이르러, 큰 고비가 생기게 되는데..

자신의 일에 몰두하느라고 연애나 사랑에 아직 눈 뜨지 못한 너무나 순진한 그녀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인 프란체스코를 대표주자로 한다.

이 몹쓸 인면창 고가씨하고 헤어지는 길은 일만이 아니라 삶과 사랑에도 주목하도록 변화하는 길뿐인데..

이야기의 결말이 참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이다.

도대체 프란체스코는 고가씨와의 악연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한 사람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자에게 일과 사랑, 그리고 연애..

그 속에 담긴 가식과 진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

게다가 이렇게 특이한 방식의 접근이라니,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