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인 데이비드 월리엄스의 신간 < 세계 최고의 악동들> 읽어봤어요.
데이비드 월리엄스의 글과 토니 로스의 그림은 찰떡궁합이지요. 이전의 책들도 저는 다 읽었거든요. 이 책을 읽은 친구들이라면 데이비드 월리엄스의 책들을 다 찾아서 꼭 읽어보세요. 책 읽는 재미를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세계 최고의 악동들>도 정말 최대의 위트가 있는 책이었어요.
시작부터 남다르지요?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10명의 남다른 악동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의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최고 악동 짓을 하나씩 적어두었어요. 요것만 읽어도 재미나네요.^^
이 책의 주인공 10명의 아이들이에요.
얼굴만 봐도 악동끼가 그득그득하지요?
책을 읽어보면 정말 한 명 한 명이 어마어마한 악동이자 개구쟁이랍니다.
엄청난 울보 버사를 만나보실래요?
버사는 엄청난 울보에요. 별것도 아닌 것에도 울어버리는데 그 이유가 있어요. 동생 윌리엄이 태어나자 부모님의 관심을 동생과 나누기 싫어서 울면서 모든 잘못을 동생에게 뒤집어씌우는 거예요. 울면 부모님의 관심이 커졌으니까요. 버사는 자신의 팔을 직접 꼬집고는 동생이 그랬다고 엄마에게 이르며 대성통곡을 했어요. 그러면 마시멜로로 귀를 막고 책을 읽던 윌리엄은 얌전히 있다가 엄마에게 혼이 나고는 했지요. 억울하게 말이에요.
게다가 좋아하는 푸딩도 못 먹게 되었구요.
하지만 이런 버사의 속임수는 어느 날 들통이 나고 말아요. 본인의 꾀에 본인이 넘어가게 된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자신의 머리를 뽑으면서 울면 엄마 아빠가 달려와줄 테고 그럼 동생이 그랬다고 뒤집어씌우려고 했는데 머리를 뽑고 울어도 엄마 아빠가 오지 않자 그 행동을 반복한 거죠. 그러다 보니 그림에서처럼 머리가 몽땅 뽑히고 말아요. 엄마 아빠, 그리고 윌리엄까지 버사의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었구요.
그동안의 거짓말이 들통나는 순간이었죠.
결국 버사는 오랫동안 엄마를 속여온 사실 때문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푸딩을 못 먹게 됩니다.
대신에 그동안 못 먹었던 윌리엄이 푸딩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했지요.
그리고 윌리엄의 반격도 받아야 했고요. 윌리엄이 버사의 다리를 꼬집어서 엄마에게 사실을 알리며 울었지만 누구도 버사의 진실을 믿어주지 않았답니다.
그동안 너무 울어댔고 거짓말을 했던 게 들통이 났으니 이제는 믿어줄 리가 없지요. 양치기 소년처럼 말이에요.
처음엔 버사가 얄밉고 못되게 굴어서 엄마가 진실을 빨리 알았으면 했는데 나중엔 버사가 좀 안쓰럽더라구요. 그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을 엄마 아빠가 잘 알아줬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말이죠. 앞으로 윌리엄이 버사에게 너무 못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엄마 아빠가 사랑으로 버사를 더 안아주었으면 좋겠구요.
여기에 나오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으로 너무 심각한 아이들이 많아요.
그나마 페툴라는 귀여운 악당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소녀였거든요. 현실에도 있을 법한 아이지요?
페툴라가 지나가는 길마다 대소동이 벌어지는데 페툴라가 다니는 학교에 프리그 교장 선생님이 오시면서 더 재미난 일이 벌어집니다.
페툴라가 가만히 있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들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도치 않은 일들이라 저는 조금 귀엽게 느껴져요. 오히려 점점 교장선생님이 맘에 안드네요.
그러다 현장 체험 학습을 가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비싼 도자기들이 가득한 도자기 박물관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페툴라를 통통공에 들어가 있게 했던 교장 선생님이 오히려 귀중한 도자기들을 깨뜨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 원인이 통통 튀는 페툴라 때문이지만^^
직접적으로 도자기를 많이 깨뜨린 교장 선생님은 박물관의 피해 액수를 모두 물어내야 했어요.
교장 선생님의 월급으로는 천년이 걸려도 그 값을 지불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은 학교의 잡다한 일들을 모두 해야 했어요.
그런데 보이시나요?
페툴라의 놀라운 변화 말이에요.
도서관에 앉아 얌전히 책을 읽고 있는 페툴라를 보니 역시 아이들은 시간이 필요한 거고 기다려줄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 건가 싶네요.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페툴라가 교장 선생님을 힘들게 한 건 맞지만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 페툴라와 교장선생님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는 이 책의 등장하는 악동들 중에서 페툴라의 미래가 제일 기대되고 또 궁금해지더군요. 사실 제일 아이답기도 했구요.^^
이 외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악동들은 그 수위가 상당합니다.
박물관에 넘치도록 침을 흘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머리에 이를 키워서 못된 짓을 하는 아이도 있지요. 파낸 코딱지가 커져서 거리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도록 만든 아이가 있는가 하면 지독한 방귀로 튜바를 불다가 우주까지 날아간 아이도 등장합니다.
하나같이 보통을 넘어서 악동들인데요. 이 책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유형으로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일 거예요. 만약 이런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 정도는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안심을 해도 좋아요.^^
내 아이만 유별난 게 아니었구나, 내 아이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었구나, 이 나이엔 이런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거구나 마음을 놓아도 좋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해보세요. 자기보다 증상이 심한 악동들을 보면서 혹시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