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래빗은 모르는 분들이 거의 없을 거예요.
책은 안 읽었어도 캐릭터는 다 아실 듯~
저희 집에도 아이들 어릴 때 보던 책이 한 권 있구요. 자주 이용하는 그릇에도, 제가 집에서 입는 옷에도 피터래빗 캐릭터가 있어서 친숙하지요. 특히 얼마 전 개봉했던 <피터래빗>영화로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극장에서 아들이랑 영화 보면서 얼마나 깔깔거리며 웃었는지 몰라요.
영화 속에서도 책 속의 캐릭터들이 살짝 보이기도 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피터 래빗 전집>을 갖게 되어 책 좋아하는 저로서는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책을 읽으니 영화 속 내용과 같아서 더 좋았어요.
저희 집에 있던 아이 책에서는 베이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이야기 중 가장 사랑받는 다섯 가지 이야기로 <피터 래빗 이야기, 제레미 피셔 아저씨 이야기, 벤자민 버니 이야기, 나쁜 생쥐 두 마리 이야기, 플롭시 버니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요.
현대지성의 <피터 래빗 전집>에서는 위 다섯 이야기를 포함하여 그녀가 생전에 남긴 23편의 이야기와 작가의 미출간 작품들까지 만나볼 수 있었어요.
베아트릭스 포터는 자신의 가정교사의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피터라는 토끼의 이야기를 편지로 썼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피터래빗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해요.
어려서부터 동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는 것을 즐겼다고 하는데요.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정을 다할 때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도 <피터 래빗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요.
여기의 삽화와 이야기만으로도 즐겁지만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책을 읽는 것도 아주 좋네요.
<피터 래빗 이야기>는 맥그레거 씨네 정원에 숨어들었다가 모험을 하게 되는 아기 토끼 피터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아빠 토끼가 맥그레거 씨네 정원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기에 엄마는 아기 토끼들에게 그곳에는 가지 못하도록 하지만 아기들이 그 말을 잘 듣겠어요?
피터는 아저씨네 밭에 들어갔다가 아저씨에게 발견이 되고 이리저리 도망치다가 신발이며 옷까지 다 잃어버리고 말아요. 정원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 피터는 몸이 아파 저녁도 먹지 못하고 얌전한 다른 아기 토끼들은 엄마가 만들어주신 저녁을 맛있게 먹었지요. 엄마는 피터가 왜 자꾸 옷과 신발을 잃어버리는지 궁금해하지요.
아주 짧지만 호기심 가득한 아기 토끼 피터는 자신의 호기심이 주는 희열과 위험성을 동시에 맛보았지요. 그 이후 피터는 또 아저씨네 정원에 갔을까요? 두려워서 안 갔을까요?^^ 그 이후의 이야기는 독자의 몫이 되겠네요.
피터 래빗 전집에는 피터 래빗의 이야기만 있지 않아요. 토끼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도 있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 빨간 아기 다람쥐의 이름은 넛킨이에요.
넛킨은 형 트윙클베리와 많은 사촌이 있었는데 어느 가을날, 도토리를 구하러 가기 위해 함께 뗏목을 만들어 올빼미 섬으로 갑니다.
다람쥐들은 올빼미 섬의 올빼미 할아버지한테 쥐나 두더지를 드리며 도토리를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하는데 버릇없는 넛킨은 올빼미 할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리기만 해요.
이게 한두 번이 아니고 다른 다람쥐들은 도토리를 가져가기 위해 올빼미 할아버지를 위한 무언가를 계속 준비를 하는데 넛킨은 할아버지가 듣기 거북한 노래만 계속 부릅니다. 결국 올빼미 할아버지는 넛킨을 잡아 꼬리를 치켜들고 가죽을 벗기려 하지요. 넛킨은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꼬리가 두 동강 나면서 도망 나오게 되는데요.
못되게 굴다가 탐스러운 꼬리를 잃어버린 넛킨을 우리는 숲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역시 피터처럼 넛킨도 캐릭터 확실하네요.^^
<벤저민 버니 이야기>는 앞의 <피터 래빗 이야기>의 후속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피터 래빗이 아파서 저녁도 못 먹고 난 후의 이야기인데 역시 사촌 벤저민과 함께 다시 맥그레거 아저씨네 정원에 가서 옷과 신발을 찾아오네요. 물론 예상치 못한 고양이 때문에 바구니 아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벤저민의 아빠 덕분에 고양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지요. 외출하고 돌아온 맥그레거 아저씨는 없어진 피터의 옷과 작은 나막신 발자국, 온실에 갇힌 고양이 등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닌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구요.^^
아저씨 입장에서도 정원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토끼들이 탐탁지는 않겠네요.
대부분 장르가 동화이지만 <애플리 대플리 동요>는 동시 같은 느낌이에요. 동요라고는 하지만 음악이 없으니 저는 동시처럼 읽게 되네요.
그녀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삽화로 나옵니다.
솔직히 글에서 특별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지만 그녀 특유의 유쾌함이 묻어나는 글인 것 같아요.
각각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출간이 안된 동화도 네 편 만나볼 수 있었답니다.
그녀의 그림 답지 않게 세밀하고 섬세한 그림이 돋보이는 <꼬마 생쥐 세 마리>, 책을 펴면 길쭉하게 병풍처럼 늘어지는 책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서점의 반대로 출간이 무산된 <교활한 늙은 고양이>, 이솝의 동화와 차별성이 없어 출간이 안된 <여우와 황새>, 베아트릭스 포터 특유의 아름다운 그림이 특징인 <토끼들의 크리스마스>까지 읽어봤어요.
너무 짧아 살짝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녀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
그녀의 이야기에는 여성으로서 사회적 억압을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담고 있기도 하고, 인간세계의 다양한 군상이 동물들에 의인화되어 그려지고 있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환경에 대비되어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에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동화라고 볼 수 있어요.
책이 두툼하지만 스토리들이 길지 않은 단편들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베아트릭스 포터의 대부분의 동화를 읽을 수 있어 이 한 권 소유하고 있는 게 은근 뿌듯하네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