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인 ‘스티커빌리티’는 내 머릿속에서 스티커를 떠올린다. 이 책에서 스티커빌리티의 뜻을 인내력, 참을성, 끈기 등으로 표현하지만, 나에게는 ‘(마치 자신의 목표에) 꼭 들러붙어있기’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꼭 들러붙어있기는 성공의 시작, 과정, 끝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이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해 끈덕지게 달라 붙어있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성공의 시작과 과정, 종점의 모든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성공에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성공에 관한 것을 다루는 폭이 넓고 깔끔하게 정리된(내용 면, 편집 면 모두) 점이 인상깊었다. 저자가 성공에 대한 단순한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성공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풀어놓은 것 같았다.

 

저자가 성공을 다루며 특히 주목한 점은 ‘실패’이다. 많은 성공의 불씨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좌초되고, 시도를 하였어도 작은 실패에 그 꿈을 접는다. 성공을 향한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실패는 외적요인, 내적요인이 맞물려 함께 만들어진 산물이다. 외적요인은 얼핏 불리해보이는 조건들이다.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 자금의 부족, 사회적 금기 등 개인의 생활에 밀접하게 들러붙어 옥죄어 오는 것들이다. 내적 조건은 마음 속의 두려움이다. 다른 사람의 비아냥거림에서 오는 두려움, 성공이 불투명한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가진 자본이나 건강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내가 큰 성공을 거머쥘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들이다. 불리한 외적 조건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내적 두려움으로 스스로 움츠러들어 적극적으로 도전에 나서지 못하게 하고, 이런 상태에서 작은 실패라도 만난다면 성공을 위한 도전을 멈춰도 되는 적절한 구실까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실패는 성공을 위한 교두보가 된다. 이 책이 아닌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성공을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많은 실패를 더 빨리 해보는 것이라는 구절이 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성공을 가로막는 내적 요인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두려움에 눌리지 않았기에 시도하고,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었다. 어떻게든 된다는 의지 앞에 외적 요인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패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성공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두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은 성공한 사람들이 ‘응애’ 하며 탯줄에 달고 나온 것이 아니다. 물론 선천적으로 두려움이 많고 적은 것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의 비판이나 자신이 고군분투의 결과가 가진 것의 상실 뿐이라는 것은 누구나 두려워 한다. 이 책에서는 성공에 대한 확신, 이 책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성공에 대한 스티커빌리티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라고 이야기 한다. 자신의 성공에 대한 믿음을 보며 장애물들을 헤치고 앞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어떤 성공한 분이 ‘두려울 때는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다시 힘을 얻고 나온다.’고 말한 구절이 있다. 성공한 사람은 외계인이 아니었다. 그 분들도 흔들릴 때가 있고, 두려운 때가 있다. 그 장애를 뚫고 지나간 힘은 각자의 내면에서 나온다. 성공의 기본 방정식을 배운 느낌이다.

사랑의 미덕에 대해서는 누구나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들어도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말이 자주 나왔을 것이다. 나의 경우도 작은 일에도 쉽게 풀이 죽고, 원한을 품는 경우가 많다. ‘휘어져도 꺾이진 마라’라는 책은 사랑으로 괴로움도 포용하고, 강하게 이겨냈던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내가 느끼는 속 좁은 분노나 의기소침을 아무것도 아니게 보이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핑푸라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가 중국에서의 끔찍한 유년기를 딛고 미국에서 유망한 사업가가 된 이야기이다. 서술형식이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자전 에세이는 시간 순으로 서술하고, 회상신이 필요할 때마다 들어간다. 그런데 이 책은 중국에서의 과거와 미국에서의 현재가 교차 서술된다. 두 명의 엄마, 두 나라에서의 정체성, 사랑이라는 부드러움과 고통을 견디는 강건함 등 두 가지 세계를 겪으며 성장한 것이 저자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서두에서 만나는 마오쩌둥의 문화혁명기에 겪은 저자의 처참한 생활은 상상을 초월한다. 집에서 홍위병들에게 강제로 끌려갈 때를 묘사할 때 8살인 저자의 관찰력과 기억력을 보며,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저자가 그 폭력적인 세월에 얼마나 더 예리하게 상처입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핑푸의 아버지는 어린 그녀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핑푸의 재산을 빼앗고 신체를 구속할 수는 있어도, 핑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온전히 그녀의 것이라고. 그 가르침을 되새기며 핑푸는 10여 년의 모진 세월을 견뎌냈다. 홍위병들의 괴롭힘과 사상교육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피폐해져가도 이것이 자신의 정신을 갉아먹지는 못하게 했다. 핑푸는 인간 본성의 선함에 주목하고 자신을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홍위병까지도 도와주며 인간적으로 대했다. 또한 비참한 삶 속에서 자신을 도운 사람들에게도 잊지 않고 감사했다. 비참한 삶에서도 핑푸는 무조건 방어적인 태도가 아니라 사랑과 관용으로 대하는 태도가 인간을 살아가게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 경험이 경영에도 이어져 회사의 분열이나 사업의 위기를 막아낸다. 후일 성공한 미국 사업가로 자신을 괴롭혔던 홍위병 출신들과 동창으로 어울리며 그들을 용서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10여 년 간의 고통스러운 삶을 헤쳐나가며 웬만한 고난은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핑푸와 같은 삶을 산 사람이 인생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정신병에 걸리거나 항상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비참한 인생을 산다 해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 핑푸는 자신과 주위사람을 갉아먹는 분노를 거부하고 사랑을 택한다. 이 사랑이 험한 삶을 이겨내는 강함의 근본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핑푸의 인간 본성의 선함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화답했고, 이는 핑푸의 성공에 큰 보탬이 된다. 또한 핑푸는 거친 세월을 거친 자신의 강함이 미국에서의 성공의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힘든 일을 겪은 한 여성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일상에서 쉽게 느끼는 분노는 속좁고 개인주의적인 마음이, 의기소침한 기분들은 약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작은 일들로 부정적인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버지 그림자 밟기’란 이 책의 제목은 존중의 의미에서 스승과 아버지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는 말에서 따온 말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말의 근원은 논어, 맹자, 소학 같은 유교경전이 아니라 옛 일본 교과서에 실려있는 말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일제의 잔재일 뿐,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보물처럼 다루어야 할 이유가 없다. 아버지에 대한 경외감도 마찬가지이다. 가부장제에 따른 엄한 아버지상. 이는 실지로는 많은 사람들에 가슴에 상처를 주는 폭력적이고 잘못된 웃어른 상이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한 아버지상은 친구와 같이 친근한 아버지상으로, 가까이 어울리며 그림자도 밟을 수 있는 존재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부모님을 잃고 11살 때 집을 나와 험한 삶을 살았다. 이 험한 삶을 지탱해준 것은 양반가의 후손으로서의 자부심과 강한 근기였다. 그 자부심과 근기는 가정에서는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상이 되었다. 엄하고 무서운 평소의 태도, 잘못했을 때 엄한 체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무서운 태도. 어린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고 아이들이 인격을 존중해주어야 올바른 것이다. 위에서 나타나는 아버지상은 얼마나 무자비하고 폭력적인가. 자신은 가정에서 법이어야 하고,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은 기가 푹죽어 자신의 의견만을 따라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과 행동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저자는 이런 아버지상을 당연히 받아들여 자신의 자녀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한다.

가부장사회의 폭력적인 아버지상은 비단 저자의 아버지의 가정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룹내에서 자신의 의견은 법이고, 다른 사람은 자신이 노예요 아랫 사람인 듯 함부로 대하는 직장상사, 교사, 부모님 등 사회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다. 이런 야만성을 사회에서 어떻게 교화해 나갈 수 있을까? 이 책에 힌트가 있을까? 다음을 읽어 나간다.

저자의 극복 방법은 충격과 자성, 이에 따른 노력이었다. 아들의 심리테스트 결과는 ‘자존감이 낮으며 아버지를 무서워한다.’였다. 이에 충격받은 아버지는 과거 행적을 반성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떠올린다. 책에서 저자의 깊은 반성과 해결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묻어나온다. 또한 반성을 만천하에 공개한 용기도 대단하다. 이때부터 저자는 아들에게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하며 엄한 아버지 상에서 벗어나려고 아들과 함께 노력한다. 또한 이러한 가정내에서의 노력이 아들의 서울대 진학에 효과를 미쳤다고 확신한다. 몇 십년간 자신이 겪고 당연시 여기며 실천한 것을 반성하고 바꾸어낸 저자의 자기성찰과 노력이 정말 대단했다.

사회에 존재하는 폭력적인 아버지들에게 적용할 만한 해법도 ‘가정’에서 출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분들도 그 행동패턴을 어디선가 배워왔을 것이다. 사람이 처음 행동패턴을 배우는 것은 가정에서 부모님을 보고 배우면서 시작된다. 저자가 변한 원동력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당장 그 분들의 마음에 사랑과 성찰을 불러일으키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가정에서 사랑과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교육법이 권장된다면, 저러한 상처받은 폭력꾼들은 이 사회에서 점차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가진다면, 저러한 폭력꾼들에 대한 연민으로 그들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안의 억압적인 아버지 극복기. 한 개인의 용기있는 반성과 고백으로 이 사회를 아릅답게 할 수 있는 불씨 하나를 보게 되었다.